▲ 옥시레킷벤키저 존 리 전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현우(69) 전 대표는 징역 7년에서 6년으로 감형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영진 부장판사)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존 리 전 대표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신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년을 감형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의 안정성을 검증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며 고의로 인체나 아이에게 안전하다고 거짓 표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폐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비극적 사건”이라며 “공소기각된 범죄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만도 154명에 이르고 추가로 사망자가 얼마나 생길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학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 대표와 연구원들로 고도의 주의 의무를 가져야 함에도 안정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생각했다”며 “일부 제품에는 라벨에 ‘아이들에게도 안심’이라는 등 거짓 표시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인체에 흡입될 수 있는 화학제품을 만들 때는 유해성을 보다 엄격히 살펴서 만들어야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며 “1심과 같이 피고인들의 안이한 생각으로 큰 사태가 온데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옳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존 리 대표에 대해서는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와 거짓 광고표시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며 “이에 관한 검사의 수사나 입증이 부족했다”고 무죄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배상, 보상에 대해 적극 노력을 기울여 피해자 중 92%와는 합의가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신 전 대표에 대한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의 오모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 세퓨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옥시 연구소장 출신 조모씨와 김모씨도 각각 원심에서 감형된 징역 5년, 징역 6년을 선고했으며 옥시 연구원 최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옥시에 납품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한빛화학 정모 대표는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 원료물질을 납품한 이모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외에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이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로 판매대금을 가로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상습사기혐의는 고의사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동일하게 무죄 판결했다.

앞서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정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1심은 신 전 대표에게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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