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선 칼럼니스트
-스토글 대표이사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아동문학가

“오리 다리가 짧다고 늘린다면 오리는 괴로울 것이요.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른다면 학은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따라서 천성적으로 긴 것은 절단할 일이 아니요. 천성적으로 짧은 것은 늘릴 일이 아니다.”

<장자>책에 나오는 이 우화에서 장자는 사물들 간에는 가치 차별적인 우열이 존재할 수 없지만, 인간은 그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그것들을 차별하고 인위를 가하여 사물들의 본성을 해치고 그것들을 불행으로 이끈다고 비판한다.

오리 기준에서 본다면 학의 다리가 길겠지만 학의 기준에서 본다면 오리의 다리가 짧은 것이다. 이와 같이 상대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통과 비극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독특한 웃음소리의 대명사 연예인 전원주씨가 들려주는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작은 포목점을 하셨는데, 손님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다. 크고 화려하지도 않은 작은 포목점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 신기해서 어머니께 물어보았다. 그러자 어머니께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딴 것 없다. 손님 가슴에 거울을 대고 비쳐보면 된다. 손님이 뭘 원하는지, 어느 정도가 어떤 일에 필요한지, 즉 손님의 가려운 곳을 알고 조금만 긁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뭔가를 정성으로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의 말을 존중해 주면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나에게도 이익이 저절로 생긴다는 말이다.

각자가 정한 기준으로 오리의 짧은 다리와 학의 긴 다리를 본다면 분명 어느 한 쪽은 잘못 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손님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주 듯이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 줄 때 서로에게 이익이 생기게 된다.

미국 뉴욕엔 3개의 공항이 있다. 그중 잭슨 하이츠에 있는 공항이 ‘라과디아 공항’(La Guardia Airport)이다. 뉴욕 시장을 3번이나 역임했고, 항상 시민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해서 ‘작은 꽃(Little flower)’이란 애칭으로 불렸던 피오렐로 헨리 라과디아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가 시장이 되기 전 판사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경제공황이 극심했던 1930년 어느 날 상점에서 빵 한 덩이를 훔치다 절도혐의로 기소된 한 노인의 재판이 있었다.

“전에도 빵을 훔친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처음 훔쳤습니다.”

“왜 훔쳤습니까?”

“예, 저는 보통시민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사흘을 굶었습니다. 배는 고픈데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어 참다못해 저도 모르게 빵 한 덩이를 훔쳤습니다.

판사는 잠시 후에 판결을 내렸다.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 해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잘못입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예외가 없습니다. 그래서 법대로 판결하겠습니다. 당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판사는 논고를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이 노인이 빵을 훔친 것은 단순히 이 노인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피고의 사정을 돌보지 못한 뉴욕시민 모두에 연대책임이 있으므로 판사인 저부터 10달러의 벌금을 내겠습니다. 이 법정에 앉아있는 시민 여러분도 50센트씩 벌금에 동참해 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 모자에 담았다.

이렇게 모인 돈이 57달러 50센트였다.

10달러는 벌금으로 지불하고, 50센트는 빵값으로 지불하고, 잔액 47달러를 노파에게 주면서 어서 가서 손자들을 돌보라고 격려했다. 법정의 방청객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재판은 뉴욕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판결이었고,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은 명재판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온도로 끓고 있다.’

즉,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말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처지를 고려하고 공감하는 태도는 대화를할 때, 사람들을 설득을 할 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이다.

나의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를 뿐이라는 다양성을 받아 들릴 때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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