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11일 열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딸의 재산 증식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딸 민모(35)씨는 1억9200만원 정도의 예금과 2억95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전세금 2억5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씨의 예금은 2007년 4600만원에서 10년 사이 1억5000만원 가량 늘었다. 하지만 민씨는 해당 기간 중 6개월간 국회 인턴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근로소득 등 기타소득이 없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증여세 면세 범위(5000만원) 안에서 오피스텔 매입비용 4500만원을 지원했을 뿐, 친척들로 받은 세뱃돈과 용돈·과외비·연구조교 장학금 등으로 딸의 재산이 늘었다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췄을 때 어떻게 근로소득 없이 (재산이) 증가할 수 있었나”라며 “용돈과 아르바이트로는 설명이 안 되고 재산 형성에 후보자 증여가 큰 역할을 한 거로 보이는데 답변을 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모았어도 1억이 넘으면 증여세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저희 집안에 딸이 하나고 남편 집이 5남매라서 집안이 다 모이면 20명이 넘는다”며 “설이나 명절이 되면 200만~300만원씩 세뱃돈을 모아 통장이 18개가 됐다.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해명했다.

또 신 의원이 “딸이 한 해 평균 2000만원 이상 소비했음에도 현금 자산이 1억5000만원 가량 증가한 것에 대한 해명과 증여 여부를 솔직히 말해달라”고 질의하자 김 후보자는 “제가 20살부터 직장생활을 했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상황에서 애가 살림을 도맡았다”면서 “(애가) 가족카드로 장을 다 봤다. 그 신용카드로 한 달 생활비를 쓰고 식품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13년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달리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당시 황 후보자가 사생활을 이유로 자녀의 금융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청문회 무용론을 제기하며 비판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지금 딸 문제로 후보가 대응하는 것이 그 당시 후보와 똑같은 꼴”이라며 “개인정보 제공 부동의로 제출을 거부한 자료가 100건이 넘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아이가 지금 미국에 있다”면서 “아이가 동의 안 하면 통장 내역 (발급)을 부모도 할 수 없음을 이번에 알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은 “최근 청년취업 문제가 불거져 있지 않느냐”며 “고시원에서 컵밥 먹어가며 취업 준비하는 청년이 볼 때는 딸이 나이는 있지만 경제활동을 거의 안 했는데 재산이 많은 것에 대해 상당히 박탈감을 느낄 거 같다”고 김 후보자의 입장을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청년의 고용절벽이 심각한 시절에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딸이) 한 30년 모은 용돈이 그리됐다고 얘기한 것은 굉장히 부끄럽다”면서 “이런 문제가 앞으로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잘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또 ‘딸 예금과 관련해 소명이 안 되는 부분에는 증여세를 납부할 필요가 있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지금 아이가 동의서를 보내왔다”며 “지금 총 잔액에 대해서 증여세를 다 납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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