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 대표 취임 1달 맞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

▲ 정의당 이정미 대표 ⓒ이정미 의원실 제공

장미대선, 수치 환산할 수 없는 자신감
사회·경제적 약자, 당 주역으로 모실 것

정의당 혁신자치모델 국민께 확인받을 것
안정된 조직 바탕으로 수권능력 입증해야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장미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역대 진보정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인 6.2%, 201만7458명의 지지를 얻었다.

심상정 대표에 이어 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미 대표는 이 경험을 “단순히 수치를 환산할 수 없는 자신감”으로 표현하며 “저희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많은 국민들께서 함께 꿈꾸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취임 일성으로 “지난 대선에서 존재 이유를 입증한 정의당은 이제 무한도전을 시작했다”며 “국회에서는 ‘진짜야당 정의당’, 국민 속에서는 ‘민생 제1당 정의당’의 대표로 혼신을 다해 뛰겠다”고 밝힌 이 대표.

그는 또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를 정의당 혼자서 맡고 있다”며 “촛불민심의 견인차가 돼 문재인 정부의 개혁성공을 이끌겠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왼편에 선 유일한 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책임과 의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2~3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해 정의당의 혁신자치모델을 국민들에 선보이고,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제1야당을 꾸리겠다는 목표로 이 대표는 신발 끈을 더욱 조이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3일로 당 대표 취임 1달을 맞은 이 대표에게 앞으로 정의당의 방향과 역할에 대해 물었다.

▲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 참석한 이정미 당 대표가 당 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이젠 ‘키우는 리더십’ 보여야

Q. 취임 1달을 맞고 있다. 소감은.

국회의원 하면서 1년 365일 가운데 민생현장만 280번 나갔다. 누구보다 바쁘게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당 대표가 되고 나니 그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 그래도 만나는 분들마다 정의당에 기대감을 많이 보여주셔서 힘들기 보다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더 다지고 있다.

Q. 심상정 전 대표에 뒤이은 후임 당 대표다. 부담감은 없는지.

당연히 부담감이 크다. 그렇지만 저 나름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정의당을 이끌겠다는 포부가 있기 때문에 부담감을 딛고 열심히 뛰는 중이다. 진보정치 선배세대와 이정미의 역할은 같을 수 없다. 선배세대는 이른바 ‘만드는 리더십’, ‘지키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했다. 진보정당에 혹독한 대한민국 정치현실에서 그런 리더십이 필요했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널리 확인된 상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키우는 리더십’을 보여드릴 차례다. ‘정의당은 믿고 맡겨도 좋다’고 국민들께서 신임할 수 있도록 당을 더 알차게 키워낼 거다.

Q. 진보정당은 기존 스타 중심, 인물 중심의 정당 이미지가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앞으로 나아갈 길은.

그런 지적에 대해선 유럽의 유서 깊은 진보정당을 살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정당들도 처음에는 몇몇 인물을 중심으로 터를 잡고 당을 키워 유력정당으로 거듭난 공통의 역사가 있다. 수십년을 거치면서 유능하고 훈련받은 정치리더가 등장해 진보정치를 성장시켜 나간 거다. 우리의 경우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확보하며 원내진출한 지 이제 13년이다. 생존을 걱정하던 초창기는 지났고, 지금은 진보정치를 이끌 젊고 유능한 차세대 리더들이 탄탄히 커나가는 중이다. 이분들이 조만간 진보정치는 물론 한국 주류정치를 훌륭히 이끌 거다. 진보정치가 나아갈 길은 명백하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성장과 이윤 추구였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것만 추구하다 보니 노동, 복지, 생태, 평화, 젠더 이슈 등 함몰되거나 유보된 가치가 많았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심하게 기울어진 균형추를 바로잡아야 한다. 진보정치가 그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Q. 지난 대선은 정의당에 어떤 의미인가.

아시다시피 지난 대선에서 저희 당 심상정 후보가 6.2%의 지지율을 얻었다. 진보정당 후보로서 얻은 역대 최고 득표율인데 단순히 수치를 환산할 수 없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저희는 원체 작은 살림살이다 보니 다른 정당 같은 물량공세는 상상할 수 없었고 오직 저희가 내건 콘텐츠 하나로 얻어낸 성과다. 저희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많은 국민들께서 함께 꿈꾸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Q. 대한민국에서 진보정당이란 어떤 의미인가.

정당이 누군가를 대변하느냐로 그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대한한국의 진보정당은 비정규직, 청년, 여성, 농민, 영세상공인, 장애인, 성 소수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만든 당당한 주역이면서도 제 목소리 내지 못한 이분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 이분들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 이분들이 더는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이자 정의당의 소임이라고 본다.

▲ 지난 7월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 설명회에 앞서 여야 대표들과 문재인 대통령.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촛불민심 견인차 돼 文 정부 개혁 이끌 것

Q. 야3당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서 정의당의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협치를 바라는 국민들 요구를 거스르는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를 정의당 혼자서 맡고 있는데 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보수 야3당끼리 이야기하겠다는 게 정상적 구도인가? 실제 그런 구도로 간다면 향후 5년 내내 정부여당은 보수 야당들에 질질 끌려다니다 끝나고 말 것이다.

Q.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현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중도진보로 움직이면서 정의당의 색깔을 일부 뺏긴 건 아닌지. 이를 극복할 방안은.

그런 지적은 크게 신경 안 쓴다. 정의당과 민주당은 갈 길이 다르고 할 일도 다르다. 성 소수자 문제, 군형법 문제 등 그동안 사각지대에 방치돼온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해 누가 일관되게 싸워왔는지 생각해보라. 보편복지와 보편증세를 강력히 요구하고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위해 선도해온 것도 정의당뿐이다. 저희는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의 왼편에 선 유일한 진보정당으로서 흔들림 없는 길을 갈 것이고 그 행보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판단해주실 거로 믿는다.

Q. 여당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민주당은 촛불개혁을 함께 실현할 정당이자 경쟁상대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길을 걷는다면 적극적으로 돕겠지만, 촛불민심에 역행하면 누구보다 강력한 비판자가 될 것이다.

Q. 현재 원내 5당, 다당제 조건에서 정의당의 전략은 무엇인가.

정의당은 촛불민심의 최전선을 지키는 ‘촛불본부중대’로서 책임 있게 역할을 해낼 것이다. 저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절절히 열망했던 촛불민심의 견인차가 돼 문재인 정부의 개혁성공을 이끌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왼편에 선 유일한 정당으로서 우리의 책임과 의무라 본다.

Q. 문재인 정부 2달에 대한 평가는.

집권 초반에는 90점을 줬는데 지금은 70점 정도 주고 싶다. 비정규직 이슈나 원전문제 등 집권 초기의 여러 개혁적 행보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렇지만 지지율이 높을 때 대통령께서 더 과감한 개혁행보를 해나가길 바랐는데 사드나 증세 등 민감한 현안에서 그러지 못했다. 기득권의 눈치를 보느라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 같다.

Q. 100대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발표 이후 부자증세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촛불정신을 국정운영의 나침반으로 삼은 점에서 100대 국정과제의 큰 방향은 적절하게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이 미흡한 건 한계다. 정부가 밝힌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178조원이 드는데 이 중 6.4%만 증세로 충당한다고 한다. 이래서 국정과제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증세논의에서 ‘부자증세’, ‘핀셋증세’라는 용어를 써가며 자꾸 선을 긋는 태도 역시 떳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벗어나 부분적으로나마 증세로 방향을 튼 것은 환영하지만, 부자증세나 핀셋증세로 정부가 약속한 ‘소득주도 성장’과 ‘양극화 극복’은 어림없는 소리다. 차라리 정부가 약속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복지증세, 보편증세를 당당히 내걸고 국민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을 하는 게 훨씬 솔직할 것이다.

▲ 정의당 이정미 대표 ⓒ이정미 의원실 제공

내년 지선, 기초단체장 2~3곳 입성시킬 것

Q. 내년 지방선거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간 후보 단일화의 희생양이 많이 돼왔는데 후보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저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2~3곳 정도 입성시켜서 정의당의 혁신자치모델을 국민들께 경험시켜 드리고 이를 통해 ‘믿고 맡길 만한 정치세력’이란 걸 확인받겠다는 목표가 있다. ‘정의당에 맡겼더니 일 좀 되네’하는 얘기를 듣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저희 내부적으로 지방선거를 대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각 지역위원회와 도당에서도 정의당의 정책과 가치로 끝까지 선거를 뛸 수 있는 역량 있는 후보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후보 단일화 문제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낡은 레퍼토리다. 우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독자정당으로 충분한 위상을 확보했다. 이제는 정의당의 구체적 가치와 실질적 정책을 갖고 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드린다.

Q. 향후 외연 확장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정의당이 비정규직, 청년, 여성, 성소수자 등 그동안 정치의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명해졌다고 본다. 저희는 더욱 아래로 내려가 당의 외연을 넓혀나갈 것이다. 당 대표 취임사에서도 사회경제적 약자에 머물렀던 분들을 우리 당의 주역으로 모시자고 얘기했다. 이 분들은 우리사회 다수이자 중요한 구성원임에도 그동안 정치적 목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왔다. 이 분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진보정당이 단순히 좋은 말만 하는 곳이 아니라 내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드리고 싶다.

Q. 정의당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정의당 입장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구체적으로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씻고, 정치참여를 높이는 방안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국민들의 정치불신이 높은 이유는 ‘정치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내 이야기를 제대로 대변하는지' 그 점에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지지한 만큼 의석수가 정해진다면, 다시말해 내가 요구한 만큼 원내 목소리가 정확히 반영된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거다.

Q. 당대표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정의당을 유력정당으로 만들고 싶다. 저희가 창당 5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은 저희들의 존재감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국민들께서도 저희들의 존재이유를 인정해주신 시간이었다고 본다. 이제는 그 기반 위에서 안정된 당 조직을 바탕으로 저희들의 수권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 첫 관문이 내년 지방선거다. 정의당을 유력정당으로 도약시켜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