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홍준표, 박근혜 출당 문제 논의 공식화
박스권 갇힌 지지율, 출당으로 해소되나

내년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패배할 수도
심상찮은 대구·경북 민심은 어찌해야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가장 큰 고민에 빠졌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문제다.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공언했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현실화된 상태다. 문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가 끝나야 본격적인 친박 인적 청산 작업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는 탄핵 때부터 자유한국당이 갖고 있는 숙명적인 숙제였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친박을 청산했다면 선거 결과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또 다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홍준표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공식화한 것이다. 홍 대표는 16일 대구·경북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토크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이 정치적으로 대처를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당에서 앞으로 (출당 문제를) 공격적으로 논의 하겠다”고 예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형국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아직도 60대 이상 노년층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인물이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를 출당시켜라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한계에 봉착했다. 최근 지지율을 살펴보면 10~15%의 박스권에 갇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 박스권을 벗어나야 20%를 넘어 30%대로 진입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년층과 영남 지지층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도권과 젊은 층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을 계속 끌어안고 있으면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홍 대표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출당되고 친박 인적 청산 작업이 완료된다고 해도 과연 지지율이 상승하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인 대구·경북이나 노년층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바른정당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바른정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탄생한 정당이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발을 디딜 땅덩어리 하나도 갖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양상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시킨 상태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전통적인 텃밭이 대구와 경북에서도 패배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는 신중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사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반드시 필요한데 출당을 시킨다고 해서 과연 자유한국당에 얼마나 이득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다.

홍준표의 고뇌

또 다른 변수는 친박의 저항이다. 친박은 아직도 자유한국당의 주류를 이루는 세력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 인사들은 대거 공천을 받았다. 그리고 당의 주류 세력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강력하다. 최소한 총선을 한번 더 치러야 이들의 세력이 약화된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친박 청산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나면 본격적인 친박 청산에 들어가는데 저항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당 지도부가 인적 청산에 들어간다고 해도 인위적인 인적 청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 체제 하에서도 친박 인적 청산을 시도했지만 제도적 문제로 인해 인적 청산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저 당원권 정지 정도였다. 홍준표 대표 체제라고 별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친박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인적 청산은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지금은 총선 시즌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결국 친박 인적 청산이라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친박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 혁신위원회가 상향식 공천은 배제하고 전략·책임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상향식 공천을 할 경우 주류인 친박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된다. 왜냐하면 친박의 조직력은 막강하다. 상향식 공천을 할 경우 친박은 조직력을 동원해서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를 경선에서 당선시키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는 상향식 공천보다 전략·책임공천을 통해 정치신인에게 공천을 주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략·책임공천이 결국 계파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전략·책임공천이라는 것이 결국 자기 사람 심기이기 때문에 그에 반발하는 계파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만약 전략·책임공천으로 갈 경우 지난해 총선 공천 갈등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총선 새누리당 공천 갈등은 이한구 당시 공천위원장이 공천권을 휘두르면서 발생한 갈등이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주장했지만 워낙 친박의 입김이 강했기 때문에 전략공천을 하게 됐고, 일부 지역 특히 유승민 의원 공천 배제를 놓고 갈등을 보였고, 결국 김무성 당시 대표는 당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도망가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이처럼 전략공천은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만약 전략·책임공천을 하게 된다면 계파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 ©뉴시스

결국 친박 인적 청산이 말은 쉬워보여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도 친박 인적 청산도 쉽지 않은 것이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다. 설사 이 숙제를 완수한다고 해도 과연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다시 사랑해줄 것인지도 미지수다. 이미 유권자들의 성향은 바뀌었다.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유권자들이 아니다. 대구·경북도 옛날의 대구·경북이 아니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상당한 고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tbs 교통방송의 의뢰로 지난 14일과 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44.4%, 자유한국당은 24.9%, 바른정당이 6.7%의 지지율을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대구·경북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투표장에서의 득표율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바른정당도 존재하기 때문에 대구·경북에서 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갖고 갈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살 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대구·경북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어부지리로 내어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유한국당 내부에 바른정당과의 통합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출당과 친박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과 친박 청산이라는 숙제를 홍 대표가 안고 있는 셈이다.

친박의 저항

박 전 대통령의 출당과 친박 인적 청산을 위해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정우택 원내대표의 저항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주장했다. 현재 재판 일정을 살펴보면 1심 재판은 아무리 빨라도 10월 말이나 돼야 한다. 이대로 일정을 소화한다면 올해 안에 재판이 끝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시 말하면 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반대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친박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 원내대표의 저항부터 넘어야 한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오는 24일 열리는 최경환·이완영 의원의 당원권 정지 논의다. 오는 24일부터 1박2일간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릴 예정인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과연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낙 친박의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친박 몇몇 인사는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때문에 친박 인적 청산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의 출당과 친박 인적 청산은 자유한국당의 숙제가 됐다. 그 숙제를 과연 완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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