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센터, 제품 수리뿐만 아니라 제품판매까지
대리점 인정 요구했지만…본사, 수용 불가 입장
과도한 요구에 일방적 계약 해지 갑질 논란
공정위, 불공정거래 조사·분쟁 조정 착수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쿠첸 본사와 서비스센터 간의 갑질과 대리점 지위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쿠첸 서비스센터협의회(이하 협의회) 측은 쿠첸 본사에 그동안 제품 수리뿐 아니라 제품 판매까지 해왔으니 대리점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리점으로 인정받지 못해 본사 측으로부터 매년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할 위험해 처했을 뿐 아니라 이에 따른 갑질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쿠첸 측은 갑질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는 동시에 서비스센터를 대리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협의회가 갑질 근절과 대리점 전환 요구를 한지도 6개월이 넘어서고 있지만 본사의 거부로 사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하지만 양 측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어 사태 해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쿠첸 본사의 우월적 지위 ‘환경평가’
‘F’ 받으면 계약 해지 또는 재계약 X

최근 공정위는 전국 80곳 중 절반을 훌쩍 웃도는 70곳의 쿠첸 서비스센터 운영자로 구성된 협의회의 요청으로 쿠첸의 불공정 계약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대리점 분쟁 조정에도 나섰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쿠첸 본사의 서비스센터에 대한 갑질 실체와 대리점으로서의 지위 인정 여부다.

협의회 측은 그동안 쿠첸 간판을 달고 수리뿐 아니라 제품 판매까지 한 만큼 본사 측에 정당한 대리점으로서 계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쿠첸 본사 측이 사실상 대리점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해 놓고 정작 대리점 계약은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비스센터는 대리점이 아닌 협력업체 자격으로 매년 본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본사에서 실시하는 ‘환경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쿠첸 본사가 이 환경평가를 무기로 서비스센터에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쿠첸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인 협의회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센터에서 본사 제품을 판매하면서 ‘환경평가(쿠첸 서비스센터 환경개선 가이드)’가 시작됐다”면서 “본사가 환경평가 등을 문제로 들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쿠첸이 서비스센터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18일 주장했다.

재계약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환경평가’는 서비스센터를 대상으로 불시에 이뤄진다.

서비스센터 현장 평가표에는 ▲센터위치 및 접근성 ▲내·외부 환경 ▲공지 전달 ▲복장 상태 ▲자재실 관리 ▲수리실 관리 ▲수리대기·완료 등 총 30개의 항목이 있으며, 본사는 항목별로 0점에서 많게는 10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이러한 평가등급에 따라 쿠첸은 서비스센터에 시정조치, 경고장, 서비스관할 지역 축소, 계약 해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

▲ 쿠첸서비스센터 환경개선 가이드 중 센터표준화 예시 <사진 제공 =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문제는 본사 측이 평가 지표를 앞세워 서비스센터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쿠첸은 센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라도 2층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계약 해지 또는 재계약이 불가능한 ‘F’ 점수를 주고 리뉴얼 공사를 하거나 1층으로 이사를 하라고 강요한 적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F 점수를 받은 센터 운영자는 재계약을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내거나 사비를 들여 건물 2층에 있던 서비스센터를 1층으로 옮긴 경우도 발생했다. 협의회 측은 이 같은 환경평가는 본사의 우월적 지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협의회는 “애프터서비스만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보증금과 월세가 비싼 건물 1층으로 이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쿠첸은 서비스센터를 사실상 판매대리점으로 이용하기 위해 서비스센터 표준화라는 명목으로 대리점의 내·외관을 갖출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서비스센터 운영자들이 선택한 것은 대리점으로서의 지위 확보였다. ‘대리점법(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아 쿠첸의 부당한 행태 개선 및 대리점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의회를 설립하고 지난해 12월 23일 쿠첸 측에 대리점 계약서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서비스센터들이 대리점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대리점법에 따라 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대리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 첫 계약 후 10년 이내엔 본사를 대상으로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협의회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황보윤 변호사는 “계약이 계속 갱신돼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갑자기 (갑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보복이라 볼 수 있다. 대리점주는 얼마나 당황스럽겠나”라며 “이런 사례는 거래상지위남용으로 현행 ‘대리점법’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로 제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첸 측은 대리점 전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서비스센터의 원래 목적은 제품 판매가 아닌 만큼 대리점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쿠첸 관계자는 “서비스센터에서 처음 판매를 진행한 이유는 제품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이 창출된다면 센터의 매출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서비스센터는 판매가 아닌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본 목적이 있다. 서비스센터가 대리점과 병행할 시 제품 판매에 집중하게 돼 서비스 업무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대리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계약체결 요구 및 제품공급 중단 공지 <사진 제공 =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리점계약 요구하자 돌연 제품 공급 중단
대리점법 피하려는 쿠첸 본사의 꼼수?

이에 따라 그동안 서비스센터에 제공되던 제품 공급도 중단했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쿠첸 본사 측이 우회적인 루트를 통해 서비스센터에 다시 제품을 공급, 사실상 대리점 계약을 피하기 위한 쿠첸 본사의 꼼수에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쿠첸 본사는 협의회가 대리점 계약을 요구하고 나서자 곧바로 서비스센터 커뮤니티에 긴급공지를 올려 서비스센터와의 2017년도 계약서 체결을 서둘렀다. 그리고 29일에는 서비스센터에 대주던 제품 공급을 돌연 중단했다. 협의회가 쿠첸 측에 대리점 계약서를 요구한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시점에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올해 1월 쿠첸은 본사와 서비스센터 사이의 거래 관계는 더 이상 제품 공급 및 판매가 없기에 대리점법상의 ‘대리점 거래’에 해당하지 않아 대리점 계약을 할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 2월 22일 커뮤니티에 다시 게재된 공지. 우회적인 루트로 제품 공급 가능하단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제공 =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하지만 현재 쿠첸은 우회적인 루트를 통해 서비스센터에 다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쿠첸은 지난 2월 22일 커뮤니티에 공지를 통해 “공급을 중단한다”고 최종 통지하면서도 “제품 판매가 센터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 있으니, 협력 업체를 통해 발주를 놓으면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쿠첸은 서비스센터에 대리점 지위는 인정해주지 않으면서도 센터를 통해 판매를 계속하겠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쿠첸이 여태껏 센터를 대리점이라 해놓고, 막상 협의회가 기존의 ‘서비스대행점’ 계약서를 ‘대리점’ 계약서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쿠첸 관계자는 “의도가 와전 된 것”이라며 “기존에 본사 CS팀에서 직접 제품을 발주 및 마감하는 업무를 처리한 결과 인력적, 시간적인 비효율성 문제 때문에 제품 관련 업무를 총판에 전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뉴시스

쿠첸,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주장 반박
“AS센터는 서비스가 목적…대리점 아냐”

이와 함께 쿠첸 측은 서비스센터 측이 제기한 갑질 주장도 부인했다.

쿠첸 관계자는 본지에 “쿠첸이 지난 2009년 웅진쿠첸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약 8년간, 서비스센터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사례는 단 2건”이라며 “이 사례는 센터가 허위로 A/S 등록을 작성 후 본사에 대행료를 청구해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던 경우였다. 이처럼 연장하기 힘든 상황에서만 계약해지를 했다”고 센터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센터 측에 강제적으로 위치를 옮기라고 요구한 적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 관계자는 “환경개선을 진행한 서비스센터 54개소 중 27개소가 2층에 있다”며 “서비스센터 환경개선은 전반적인 서비스 이용 환경을 개선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말했다.

갑질 논란과 대리점 계약 분쟁에 공정위가 나섰지만 양측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어 사태 해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황 변호사는 “현재 (쿠첸 본사 법무팀과 힘겨루기를) 6개월간 하고 있다”며 “현재 쿠첸은 대외적으로 사회봉사, 공익사업 등을 하고 있어 이런 갑질이 즉시 시정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완강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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