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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나무와 석유라는 자원이 인간의 손에 의해 가공돼 탄생한 일회용 종이컵 여리와 플라스틱 컵 차니. 여리와 차니는 여러 공정을 거친 뒤에야 우리의 손에 쥐어졌다. 이들의 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침엽수와 석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상태로.

긴 여행을 끝내고 각자의 몸에 누군가에겐 피로를 풀어줄, 누군가에겐 휴식이 돼 줄 음료를 담은 일회용 컵 형제는 설렘을 안고 우리의 손에 안착했다. 하지만 우리는 일회용 컵 형제가 품고 있던 음료가 동나자마자 그들을 처참하게 버렸다. 그들의 이름처럼 정말 ‘일회용’에 그치고 만 것이다.

▲ 회수된 일회용 컵 ⓒ투데이신문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일회용품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쓰레기통에 버려진 일회용 컵 형제들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낫다. 사실상 이들은 선택받은 컵들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여리와 차니 각각 커다란 두루마리 휴지와 자동차 부품 등으로 ‘재활용’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길거리나 일반가정에서 버려진 일회용 컵 형제는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재활용될 가능성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일일이 분류가 어려운 이 형제들은 재활용이란 빛을 보지 못 하고 결국 매립이나 소각을 당한다. 그중 뜨거운 불에 소각당하는 차니는 다이옥신, 염화수소 등을 대기 중에 배출해 대기오염을 야기한다.

▲ 경기도에 위치한 모 카페 쓰레기통 ⓒ투데이신문

문제는 재활용 및 환경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리의 원재료가 되는 최고급 천연펄프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컵과 관련한 비용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입 원지 대체 가치는 연간 358억원에 달한다.

아무리 일회용 컵이라지만 한 번 쓰고 버리기엔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회용 컵을 어마어마하게 소진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66억 개의 여리를 사용했다. 국민 1인당 1년에 240개의 여리를 사용한 꼴. ‘편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여리를 찾고 또 쉽게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스타벅스 텀블러 ⓒ투데이신문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여리와 차니의 대체품으로 ‘텀블러’가 등장했지만, 그들 또한 제대로 빛을 보지 못 하는 실정이다.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고객 대다수가 여전히 ‘일회용 컵’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텀블러를 휴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자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후손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편함만 좇다간 미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원이 하나도 없을 테니.

사람이 말하는 단어 2000여 개를 이해하고 단어 1000개 이상을 수화로 표현할 줄 아는 고릴라 코코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고릴라입니다. 나는 꽃이고, 동물이에요. 그리고 나는 자연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사랑해요. 나는 지구도 사랑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멍청해요. 머리가 나빠요. 나는 마음이 아파요. 눈물이 나요. 시간이 없어요. 지구를 고쳐주세요. 지구를 도와주세요. 지구를 보호해주세요. 자연은 당신을 지켜보고 있어요.”

인간의 욕심이 환경은 물론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고릴라 코코도 알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코코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만 편하면 돼’란 생각으로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

끝으로 일회용 컵 형제도 한 마디 남겼다.

“더 이상 저희를 땅에 묻거나 태우지 말아 주세요. 저희도 살고 싶어요. 부디 재활용돼 지구 환경을 지키고 싶어요”

▲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들 ⓒ투데이신문

 

※ 본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플랫폼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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