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적폐청산 TF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운영 확인”
3500개 아이디로 여론조작…연간 30여억원 지급

민주당 “MB 개입여부, 성역 없이 수사해야”
친이계 “정치적 수사한다면 또 하나의 적폐”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검찰이 지난 22일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사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재조사의 서막이 올랐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수사의뢰와 관련해 오늘 공공형사수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다”며 “수사 검사는 공공형사수사부와 공안2부 검사, 일선 청에서 파견된 검사 등 10여명 규모”라고 밝혔다.

전날 국정원은 댓글부대 운영 관련 민간인 외곽팀 팀장 김모씨 등 30명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수사 의뢰한 민생경제연구소, 한국자유연합과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인 늘푸른희망연대 등 국정원 댓글부대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팀장급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재수사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 국정원의 정치활동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범죄 혐의를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드러난 국정원의 여론 조작활동

지난 3일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2009년 5월~2012년 12월까지 주요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한 여론 조작활동에 당시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확인했다.

TF에 따르면 원 전 국정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5월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대응 외곽팀 9개팀을 신설했다. 이후 2009년 11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했고 2012년 12월까지 α(알파)팀 등 총 30개팀을 운영했다.

또 이들은 약 3500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 조작활동을 벌였으며 이들에게 특수활동비로 연간 30여억원이 지급된 사실도 드러났다.

TF는 이들의 운영 목적에 대해 “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 등 4대 포털과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에 글을 올려 국정 지지여론을 확대하고 사이버공간의 정부 비판 글들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TF는 향후 각종자료를 정밀 분석해 관련자를 조사하고 2012년 12월 이후 운영 현황 등을 비롯한 사이버 외곽팀 세부활동내역을 파악할 것”이라며 “외곽팀 운영 이외 심리전단의 ‘온라인 여론 조작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새 국면 맞은 원세훈 전 원장 파기 환송심

이처럼 국정원 적폐청산 TF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재판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중앙지검은 24일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의 변론재개를 법원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이 파기환송된 후, 오는 30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이 이번 재조사를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거나 새로 조사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려면 변론재개가 필요하다.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증거 제출이 필요하다고 재판부가 인정할 경우 승인으로 변론을 재개할 수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재판 변론 종결 이후 국정원에서 사이버 외곽팀 등에 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사의뢰를 해 이를 공판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예산으로 댓글부대에게 보수를 지급했을 경우, 횡령·배임·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이 전 대통령 수사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서 이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 박범계 의원은 17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범죄의 혐의가 있고 범죄의 단서가 발견되면 성역 없이 수사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황상 워낙 대규모로 정권이 명운을 걸다시피 여론조작에 관심을 기울였고 추진한 것 아니냐는 여러 방증들이 나오면서 이 전 대통령의 연루가 과연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지금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보는 것은 전체 중의 일부분을 이제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 조사결과들이 드러날 것이고 검찰 수사는 별도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21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심복 중 심복’인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이 된 배경에서부터 이 전 대통령이 뭔가 여론이라든지,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던 것이 실려있던 것 아닌가 의혹을 갖고 있다”며 “일정한 보고서 같은 것들이 청와대에 보고된 것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역시 조사 또는 수사돼야 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 지난 2008년 2월 2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이 당시 행정안전부 원세훈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엇갈린 야권 반응 “반헌법적 폭거” vs. “정치 보복 우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국민의당은 “혈세로 민심을 왜곡조작하고 정부비판에 재갈을 물린 묵과할 수 없는 반민주주의, 반헌법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그렇게 시치미 뚝 떼고 부인하더니 결국 불법 댓글 부대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법과 원칙’을 외치며 국민의 입을 틀어막았던 이명박 정권이 뒤로는 천인공노할 불법을 밥 먹듯 자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국정원을 매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밀약이 오갔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최석 대변인은 4일 “국정원 대선개입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지만 공작을 수행한 주체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었다”며 “국가기관을 동원한 국기문란 범죄를 저지르려면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숨겨야 하는 치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치 보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른정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은 관련 실체나 규모가 낱낱이 밝혀져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 과정에서 보듯이 지루한 ‘정치 공방’이라는 인상도 없지 않으며 더욱이 ‘정치 보복’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6일 “해당 활동을 두고 법리적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조심스러운 고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진실은 명명백백히 밝히되, ‘정치보복’이나 ‘정치공세’로 비화되지 않도록 철저히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취급되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정원 개악저지특위까지 구성하며 저항에 나섰다.

강효상 대변인은 9일 “자유한국당은 개혁을 위한 개혁,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개혁, 정치적 보복이 아닌 진정한 개혁을 한다는 이유로 당 차원의 국정원 개악저지특위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위는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을 간사로, 권성동, 김성태, 주광덕, 이은재, 이만희. 최교일 의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1일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권선동 의원은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13개 사항에 대해 활동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사안 대부분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라며 “말이 좋아 적폐청산TF이지 제가 보기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 특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발하는 친이계

한편 친이계는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며 경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공동대표는 2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난 정부에 대한 수사는 어떤 범죄행위에 대한 사법적 수사나 사법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걸 정치적 목적이나 함정을 갖고 정치적 수사를 한다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적폐”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사실에 입각한 사법적인 수사를 해 법에 위반되는 게 있으면 마땅히 처벌하는 것이지만, 지난 정부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대통령과 결부시켜 풀어나가면 그건 수사 출발점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범죄행위를 조사하는 건 당연한데 조사도 하기 전에 이미 ‘모든 화살은 MB를 향한다’라고 먼저 여권에서 가정해놓고 수사에 들어가 검찰이 압박을 받는다면 이건 정치적인 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때 친이계 핵심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9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은) 당연히 엄청나게 잘못된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라며 “결국 원 전 국정원장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이 전 대통령한테까지 가느냐 안 가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4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와 관련해서는 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박근혜 정부 때 뒤질 만큼 뒤졌다”며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정말 호의적이지 않고 정치보복적인 성격이 많았는데 나오지 않았으니 지금 와서 캔다고 해서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진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