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퀘어, 맛과 멋 가득한 이태원 복합문화공간
서점·갤러리·강연장·카페·레스토랑…즐길거리 빵빵
SNS로 입소문…#한남동 #핫플레이스 #27m 책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근래 들어 이유 없이 기분 좋은 날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어느덧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 날씨 덕분인데요. 날씨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 요즘입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신념으로 지금껏 집순이의 삶을 살아온 제가 밖에 나가고 싶도록 만들어주니 말이죠.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걸 핑계 삼아 평소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저이지만 요즘은 날이 좋은 덕분에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나 봅니다. 문득 이 말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가을에 곡식을 차곡차곡 창고에 쌓아놓듯이 머릿속에 지식을 담아두기에 적절한 시기이기라는 의미에서 나오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날씨가 너무 좋아 다들 놀러 다니느라 바쁜 탓일까요. 오히려 가을에는 독서량이 여름, 겨울보다 떨어진다고 하는데요. 이런 사실이 아쉬운 마음에 오늘은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단순히 독서만 하는 곳이라면 제가 찾아가지 않았겠죠? 덤으로 공연장,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다양한 문화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도시로 떠나는 작은 여행의 일곱 번째 목적지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BLUESQUARE)’입니다.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블루스퀘어는 인터파크 그룹이 공연 문화 발전을 위해 건립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2009년 착공해 2011년 11월 4일 개관한 이곳은 1700석 규모의 뮤지컬 전문 공연장 삼성전자홀과 1000석(스탠딩 30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삼성카드홀 등 두 개의 공연장으로 이뤄진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이라고 합니다.

블루스퀘어는 지난 5년간 대형 뮤지컬을 줄줄이 흥행시키며 국내 뮤지컬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하는데요. 특히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초연작들을 중심으로 신규 관객을 발굴하며 개관 1년 만에 65만명을 돌파, 최단 기간 100만명 돌파, 연간 공연장 가동률 100%(삼성전자홀 기준), 뮤지컬 프로듀서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으며 국내 뮤지컬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블루스퀘어가 올해 5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직영 레스토랑 2곳과 10만여권의 책이 구비된 대형 서가 북파크,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상시로 볼 수 있는 갤러리 아트파크 등 블루스퀘어 공연장 내 여러 공간을 단장하며 변신한 것이죠. 오늘은 기존의 블루스퀘어에 존재하던 뮤지컬 공연장인 삼성전자홀과 삼성카드홀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새롭게 단장한 곳들을 둘러보려 합니다.

지상 3층-지하 3층 규모로 지어진 블루스퀘어는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3층에는 카오스홀, 한남아트갤러리, 카페 필로스와 2층까지 이어진 북파크 등이 있었습니다. 1층에는 블루스퀘어 직영 레스토랑인 스테이지B와 솔로스 키친이 있었습니다. L층(로비층)에는 티켓박스(TICKET BOX), 오페라 글라스(OPERA GLASSES), VIP룸, 네모(NEMO) 등이 있었습니다. (L층 티켓박스, 오페라 글라스, VIP룸 / 지하 1층 물품보관소, 할리스커피 / 지하 2층-3층 주차장 등은 이번 관람에서 제외)

 

누구나 편안하게 책을 보며 쉴 수 있는 곳

자, 가장 위층부터 둘러볼까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북파크의 팻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자가 느끼기에 블루스퀘어의 중심 공간은 지난해 말 개관한 북파크(BOOKPARK)인 듯했는데요. 6호선 한강진역과 연결된 공연장 블루스퀘어 2, 3층 600평 이상의 규모로 지어진 북파크는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이 개인 재산을 출연해 기초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만든 과학재단인 ‘카오스(KAOS, Knowledge Awake On Stage)’에서 마련한 공간이라고 합니다.

북파크가 기존 서점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과학예술 분야에 특화된 서가라는 점인데요. 주요 대형서점을 비롯해 대부분의 오프라인 서점이 과학예술 분야에 10% 이하 공간만을 할애하거나 해당 공간을 축소하는 추세인 반면, 북파크는 3층 중 200평 이상 공간을 과학예술 분야에 특화된 공간으로 구성했다고 하네요.

북파크의 외관은 인근의 고급 주택가와 미술관 등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면서 고급스러움과 차분함이 느껴졌습니다. 서울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이태원 경리단길과 인접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태원거리 북쪽에 위치한 만큼 시끌벅적하지 않고 오히려 한적한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세련된 공간에 가면 ‘참 멋있고 눈이 즐겁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많지만 사실 ‘포근하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요. 굉장히 언밸런스하게도 화려한 인테리어 속에서 기분 좋은 포근함이 느껴졌습니다. 이곳이야말로 책을 읽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 건 안비밀!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인지 오픈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입소문에 힘입어 방문객 수가 급속히 증가해 주말 일 평균 3000명 정도가 온다고 하네요.

 

북파크에는 편안히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안락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둘러보면서도 깜짝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요. 마치 다락방이 연상되는 안락한 공간부터 긴 테이블에 스탠드가 설치돼있어 독서실이 연상되는 공간, 아무도 모르게 한 숨 잘 수 있을 것 같은 구석진 공간, 책꽂이 뒤 히든 스페이스(hidden space) 등 센스 넘치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모임을 목적으로 마련된 뉴턴룸과 다윈룸 등의 커뮤니티 공간도 있었습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6인 규모 정도의 뉴턴룸은 가족 단위가 많이 이용하고 다윈룸은 30~40명 정도 수용 가능한 만큼 이벤트 장소로 자주 쓰인다고 하는데요. 빔프로젝터, 스크린, 마이크가 마련돼 있어 배우와 관객의 만남, 과학 토크 콘서트 등의 용도로 자주 쓰인다고 하더군요.

 

북파크는 과학 전문 서점을 표방한 만큼 과학 서적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12만권이 배치돼 있었으나 지금은 규모가 좀 줄어 10만권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더군요. 3층 주로 과학 서적이, 2층은 베스트셀러나 일반 서적이 많이 배치돼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3층은 과학재단인 카오스재단이 운영하는 반면 2층은 국내 주요 출판사가 특색에 맞게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2층에서는 문학, 인문, 경제/경영, 취미/실용, 여행, 아동, 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만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다 보면 엄청난 규모의 책들이 전시돼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요.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이 책장은 5개 층을 관통하고 있으며 높이가 무려 27m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 엄청난 높이의 책장에 배치된 책들의 관리는 어떻게 할까 싶어 물어보니 곤돌라가 있어 책을 자주 바꿔준다고 하더군요. 책에 압도될 것 같은 비주얼과 분위기는 이미 SNS에서는 화제를 모은 지 오래라고 합니다.

▲ 좌측부터 갤러리 아트파크, 카오스홀ⓒ인터파크

갤러리 보고 강연 듣고…문화의 늪에 빠져보자

3층 한쪽 귀퉁이에는 갤러리 아트파크인 ‘한남아트갤러리’가 위치하고 있는데요. 보통은 미술 기획 전시회, 파인 아트(fine art) 전시 등 실력 있는 작가들의 수준 높은 시각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예술공간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고 하니 북파크를 방문하신 김에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싶네요.

북파크와 갤러리 아트파크 이외에도 블루스퀘어 3층에는 다양한 강연이 진행되는 300석 규모의 카오스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난 1월 최초로 내한해 화제를 모았던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을 비롯해 김훈, 공지영 등 유명작가와의 만남 역시 카오스홀에서 진행됐다고 하는데요. 이 밖에도 인문, 사회과학, 문학 등 다양한 융합 과학 강연과 저자와의 만남 행사도 열리면서 지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가 아주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장실 내 세면대였는데요. 화장실이 과학 콘셉트로 꾸며져 세면대 물 트는 방식이 다른 곳과 조금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도꼭지를 틀거나 가까이에 손을 대면 물이 나오는 것과 달리 세면대 벽면에 위치한 ‘먼저 터치하세요’ 버튼을 누르고 온도 조절과 용량 조절 버튼을 요리조리 움직여 기호에 맞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햇살 좋은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어떠신가요?

한편에는 인터파크에서 운영하는 카페 ‘필로스(PHILOS)’가 있습니다. 언뜻 보니 30~40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곳은 한쪽이 통유리로 돼있어 따뜻한 햇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구조였는데요. 바깥으로는 테라스 자리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한남동 전망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더군요. 기자가 방문한 날은 비가 내린 탓에 테라스에 앉아보지 못해 매우 아쉬웠는데요. 날씨가 좋은 날은 테라스 자리가 아주 인기만점이라고 하네요.

메뉴는 커피, 차, 주스, 빵과 케이크 등 다양했습니다. 기자는 관계자의 추천으로 유기농 우유로 유명한 범산목장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는데요. 용기에 남겨 나온 모양이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웠던 범산목장 아이스크림은 친환경 유기농 우유, 요구르트, 치즈, 아이스크림 생산하는 만큼 고급스러우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좌측부터 솔로스 키친, 스테이지B

음식부터 그릇, 서빙까지 세심하게 공들여 준비

3층과 2층을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오니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터파크씨어터는 그 동안 임대로 운영했던 F&B시설이 아닌 질 좋은 퀄리티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레스토랑 두 곳을 운영하게 됐다고 합니다. 두 곳 모두 청담동 레스토랑 이도 출신인 김병화 쉐프가 직접 공간 기획과 콘셉트, 메뉴 개발 등 디테일하게 공을 들여 탄생시킨 공간이라고 하네요.

먼저 ‘솔로스 키친(Solos Kitchen)은 최근 공연장을 찾는 관객 중 나홀로 관객들이 부쩍 늘어남에 따라 혼공족을 위해 간편하게 테이크아웃해서 어디서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한 그릇 메뉴를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메뉴는 시즌별, 테마별로 매주 바뀐다고 하네요.

▲ 스테이지B 야외전경ⓒ인터파크

6월에 오픈한 ‘스테이지B’는 고급스러운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좋은 재료와 건강한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식기, 인테리어, 분위기 등 전반적으로 파인다이닝보다는 조금 더 모던하고 캐주얼한 ‘캐주얼 업스케일’ 스타일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실내석, 테라스석 합쳐서 100석 규모이며 단체룸은 총 3개(6인룸, 10인룸, 12인룸)라고 하더군요.

스테이지B는 이탈리안 파스타 메뉴의 기본인 타파스, 브런치 메뉴를 주로 다룬다고 하는데요. 그릇은 한국 수제도자기 중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이도’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 서빙 하는 사람, 음식이 담긴 그릇까지 세심하게 프리미엄으로 준비했다고 하니 여간 정성을 들인 게 아닌가 싶네요.

일자형 좌석배치로 오픈 키친의 조리과정을 한눈에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 보였는데요. 공연 관람 후 관객들이 공연의 여운과 감동을 나눌 수 있도록 공연 종료 후 2시간까지 개장한다고 하네요. 또한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에게 별도의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상시로 기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네모, 동시대 미술의 젊은 감각 모여 있어

계단을 따라 한 층을 내려오니 L층인 로비가 보였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니 바깥에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그곳은 바로 장르를 뛰어넘는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한 젊은 작가 36명의 설치 미술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네모’였습니다. 밖에서 볼 땐 단순히 컨테이너 박스에 불과해 보이는 이곳에는 동시대 미술의 가장 젊은 감각이 모여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작은 화단 같은 모양새의 작품이었습니다. 관계자는 꽃이나 잎의 생장과정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무늬나 식물이 시들어 변색돼 가는 과정까지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소수빈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그야말로 예술과 자연과학의 결합이라고 친절히 설명해주더군요.

전시장 3개 층을 가득 채운 100여 점의 작품들은 과감하고 위트가 넘쳤습니다. 천개의 눈과 손을 가진 천수관음을 재해석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음증과 노출증을 형상화 하거나 검은 쓰레기봉투 속에 작가 자신의 얼굴이 투영되는 태블릿PC를 넣어 현대인들이 품고 살아가는 감정적 응어리를 표현한 작품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작품이 가득했습니다.

표현방식은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작가들의 예술적 시도는 동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이슈들을 시각화하고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수렴되는 만큼 작가 개인의 작품세계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노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트렌드와 아픔까지 폭넓게 아우르려 한다는 점이 <아티스트 만세, 작가 중심 연구소> 기획전 참여 작가 36명의 공통점이라고 합니다. 네모도 시기마다 매번 다른 콘셉트 아래 다양한 작가의 미술 작품으로 바뀐다고 하니 그때마다 찾아가보면 좋을 듯싶네요.

 

블루스퀘어, 내 맘을 훔친 건 너야 너

지금껏 기자가 방문했던 복합문화공간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블루스퀘어는 크기가 큰 만큼 서점, 강연장 외에도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공간에 가보면서 크기만 크지 실속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요. 블루스퀘어는 단 한순간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모든 면에서 실속을 갖춘 아주 바람직한 공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북파크가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요. 일반적으로 대형 서점은 앉아 읽을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북카페는 책 리스트가 적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북파크는 이 모두를 충족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앉은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도 해결할 수 있고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땐 갤러리를 쓱 한번 둘러볼 수도 있으니 지루할 틈 없는 이곳에 저는 취향저격을 제대로 당해버렸습니다.

이번 탐방으로 블루스퀘어에 마음을 홀딱 뺏겨 버린 기자는 빠른 시일 내 이번엔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날을 골라 다시 한 번 더 방문해볼까 합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는 블루스퀘어로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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