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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비핵화 선언 이후 한반도서 전술핵 철수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전술핵 재배치 여론 들끓어

전술핵 재배치, 한반도 주변 군비경쟁 부추겨
전술핵보다 전략폭격기 등이 더 효과일 수도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미국·일본·중국 등과 전화통화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 등과 대북 제재 등을 논의했다. 러시아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북 제재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했다. 아울러 성주 지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등 보다 강도 높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을 향한 대북 제재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정당은 물론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핵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도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현실가능성 여부다.

전술핵이란 폭파 위력이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 위력) 이내의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은 핵무기로,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 핵지뢰, 핵기뢰 등을 말한다. 전술핵은 핵탄두로 무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일컫는 전략핵무기보다 사정거리가 짧지만 지역적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선 및 그 후방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돼있다. 전략핵무기보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배낭 등으로 짊어질 수 있기도 하다. 이런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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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재배치하라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하나같이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전술핵 재배치의 불가피성이 이야기되고 있으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 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전술핵을 북핵 위협을 막는 대안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도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또 러시아의 경우, 미국에 비하면 재래식 무기는 상당히 뒤처진 편이지만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로 인해 미국에 큰소리를 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도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술핵이 재배치 되면 아무래도 북한이 섣불리 도발해올 수 없다는 것이 전술핵 재배치 찬성론자들의 논리다. 사실 전술핵 재배치는 그동안 보수정당에서 꾸준히 해왔던 주장이다. 때문에 새롭지 않은 주장이기는 하지만 제6차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의 핵위협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이제는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우리 안보도 그만큼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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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부담은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지난 1991년 비핵화를 선언했다. 그 이전에 한반도에는 950여개의 핵무기가 배치됐다. 1991년 7월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은 ‘전략무기 감축협정’을 맺고, 같은해 11월 조지 H.W. 부시(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대통령은 한국의 전술핵 철수계획에 서명했다. 그리고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과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전술핵은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전술핵 재배치를 위해 중요한 것은 결국 ‘비핵화 원칙’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전 세계 비핵화 결의안도 있다. 아울러 주변국 역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기 위해 비핵화 원칙을 깬다는 것은 주변국을 자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특히 우리나라가 전술핵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앞서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한 바 있다. 만약 전술핵이 재배치된다면 사드로 인한 경제적 보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보복이 예상된다. 또 이는 주변국의 핵무장 경쟁을 부추기게 될 수도 있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미국도 골치 아픈 문제다. 미국은 자국 내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을 뿐 해외에 배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에 배치할 전술핵이 사실상 없다. 때문에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면 새로 생산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에 배치하지 않고 있는 운용원칙을 깨고 배치하게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미국의 여타 동맹국들이 하나같이 자국에게도 전술핵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 내 여론이 과연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우호적일지도 불투명하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 등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는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는 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할 경우, 기존과 차원이 다른 협상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핵무기 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것과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핵무기 개발 포기’로 얻는 대가와 ‘핵무기 포기’로 얻는 대가는 차원이 다르다. 아마도 핵무기 개발 포기로 얻는 이익이 ‘100’이라고 규정한다면 ‘핵무기 포기’로 얻는 대가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 핵 위협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미국과 북한이 핵무기 포기 협상을 타결하게 된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국이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인 우리나라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비용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우리나라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엄청나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얼마나 효과가

아울러 괌에 있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옮긴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괌에 있는 전략폭격기는 2시간이면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전술핵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전략폭격기 등을 통해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전술핵을 사용하게 된다면 방사능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에게도 상당한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가 과연 북핵 위협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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