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와 강경 모드 사이에서 선택은?

▲ ⓒ뉴시스

충격에 빠진 민주당 의총, 국민의당 성토장으로
‘골목대장질’·‘몰염치한 집단’ 등 격한 발언 쏟아

당분간 강경 모드, 전통적 지지층 재결집 시도
국민의당도 고민 많아, 결국 손잡을 운명으로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다. 우선 국민의당에 대한 배신감이 상당하다. 때문에 국민의당을 향해 맹비난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민의당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민주당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충격이 됐다. 이날 민주당은 분명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통과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내놓은 표 계산은 155석의 찬성표 확보였다. 민주당 120석과 정의당, 그리고 진보성향의 무소속 의원 등을 계산하고, 국민의당에서 20석 정도를 계산했더니 155석이라는 찬성표가 나왔다. 우 원내대표가 155석 찬성표를 철석같이 믿었던 것은 임명동의안 표결 처리를 한 지난 11일 점심때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자신에게 국민의당에서는 20명 정도 찬성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우 원내대표는 전했다. 즉,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에서 20명 정도 확보했다고 전해주면서 우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의당의 반란표가 다수 발생했다. 이것이 민주당을 멘붕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후 우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20명을 확보했다는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하면서 섭섭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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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앙된 민주당

민주당은 국민의당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2일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국민의당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협치는 없다’ 혹은 ‘능욕당했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추미애 대표는 형제의 당도 아니라면서 ‘골목대장질’, ‘캐스팅보터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고 성토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는 심보’, ‘놀부심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국민의당을 맹비난했다. 이런 비난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원식 축사에서도 “염치없는 소행”,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은 협치가 아니다”라면서 강도 높게 이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협상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국민의당과 협상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경질을 김 후보자 인준안 통과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우 원내대표는 자신은 집권여당 원내대표이고, 세 명의 경질은 대통령의 인사권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면서 차라리 공식적인 조건을 내걸어달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만큼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굴욕적인 협상을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굴욕적인 협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이 결국 부결을 선택하면서 민주당의 자존심을 제대로 긁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더욱 격분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부결 직후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드러냈다면서 20대 국회 결정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말한 것 역시 민주당의 자존심을 긁었다.

민주당이 자존심이 상한 이유 중 하나는 결국 120석이라는 한계와 더불어 여소야대 정국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당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총에서도 결국 국민의당을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원내 협치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훈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생각하는 협치 사이의 괴리가 크다”면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당 입장에서 명분과 실리를 다 갖추긴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민의당과 협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현실론에 기반을 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당과 손을 잡지 않으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론 때문이다.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끝까지 국민의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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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협치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의원들은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과 확실하게 관계정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만약 여기서 계속해서 국민의당에게 끌려간다면 오히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국민의당이라면 이를 갈 정도로 증오를 느끼고 있다. 이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에서 10만 온라인 권리당원 입당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른바 문자폭탄으로 불리는 행동하는 지지층이 됐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기원하면서 소극적인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이들이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다시 재집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의원들을 향해 문자폭탄을 날리는 등 적극적 지지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의당에게 계속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에 실망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때문에 민주당이 전통적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을 향해 강경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당과의 협치보다는 일단 강경 노선을 걷겠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국민의당과의 관계는 앞으로 냉랭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결국 빠르게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길게는 개혁입법 처리와 새해 예산안 처리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국민의당과 계속 강 대 강 대치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소야대의 현실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국민의당과 손을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자존심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치는 있다

국민의당 역시 무조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반대할 수도 없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후폭풍에 직면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 공세에 시달렸다. 호남 민심 역시 심상찮다. 민주당과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의당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죽하면 낙마를 시킨 김 후보자에 대한 칭찬릴레이가 벌어졌다. 김 후보자 개인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이 문제였기 때문에 낙마를 시켰다는 식의 발언이 쏟아졌다. 부결의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당도 코너에 몰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국민의당으로서도 계속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곧 대치 국면을 풀고 손을 맞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갖고 있는 한계다. 그 한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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