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예상됐던 노동조합 반발이 변수가 되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을 요구해왔던 KB금융 노동조합은 최근 사측이 윤 회장 연임찬반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고소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반발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사측은 설문조사 조작 주장을 반박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에서 개입사실을 인정하는 내부 목소리를 보도 하는 등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노조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윤 회장의 연임은 물론 이후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신뢰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14일 KB금융지주의 차기회장 후보 선정작업을 진행 중인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는 2차 확대위를 열고 7명의 후보군 중 3명 내외의 최종 후보자군을 선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확대위원들의 일정 문제로 오후 6시에 개최해 저녁 늦게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베일에 싸인 후보군은 이날 확대위 결과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윤종규 현재 회장이다.

윤 회장은 과거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간의 경영진 간 갈등으로 불거진 ‘KB사태’ 직후 구원투수로서 등판해 빠르게 조직을 안정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행보는 윤 회장 연임 기대와는 달랐다. 노조는 회장 선임 절차의 중단과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한데 이어 사측이 설문조사에까지 개입했다며 윤 회장 연임 반대를 공식선언했다.

노조는 지난 13일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한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노조는 지난 5일 오전 8시부터 6일 자정까지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만6101명에게 문자를 발송해 1만1105개의 응답 결과가 집계됐는데 이 중 4282명이 중복 응답으로 확인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KB노조는 “6일 오후 3시 이전까지는 참여자 수와 결과가 일정한 흐름을 유지했는데 2시간 동안 설문 참여자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더니 찬성비율도 이전에는 약 20%였는데 해당 시간에만 거의 10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설문조사 개입과 함께 사내 익명게시판을 통한 여론 조작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찬반투표의 개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후 진상 조사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제안한 상태다.

이에 앞서 노조는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등을 문제삼으며 이번 회장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사실상 윤 회장 연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 KB금융그룹의 낡은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새 사외이사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금융권 일각에서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정권을 지지했던 노조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최고 경영자 선출에 의견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도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선 절차를 지켜보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윤 회장이 사퇴하라는 것이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조직원으로써 할 말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결국 노조가 제기한 여론조사 개입의 사실관계가 윤 회장 연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