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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남자들은 다 그래.’

한국 남성들은 이 말로 스스로 면죄부를 주면서 ‘나쁜 남자’가 남자답다고 여긴다. 그러나 ‘나쁜 남자’는 환상에 불과하다. ‘남자다움’ 자체도 일종의 판타지로 구성된 관념이다.

책 <그런 남자는 없다>는 ‘거칠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다정한 남자’,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남자’ 등 ‘남자다움’에 부합하는 남자는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한국 사회는 ‘남자아이는 활동적이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와 같은 ‘남자다움’이라는 규범이 확고하다. 이 규범이 남성들의 생활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남자다움’은 종종 남성들끼리의 대화에서 잘못 발화돼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야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심지어 성범죄를 모의하기도 한다.

이 책은 한국의 남성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하며 현재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를 고찰한다. 필자들은 대한민국 남성성에 대해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이며 젠더 수행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이 책은 전래동화부터 일제 식민 시기와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 초기까지 남성성이 주도권을 갖는 과정과 박정희 체제하에서 국민개병제, 주민등록법 시행 등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대한민국의 남성성을 짚는다.

또 남성 주도권의 주변부로 밀려난 성소수자, 장애 남성을 통해 ‘남성성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한국 사회 내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군사주의적 남성성도 고찰한다. 나아가 현재, 각종 소설‧영화‧웹툰 등 미디어에서 남성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짚어본다.

그리고 인터넷의 등장 이후 ‘일간베스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남성성의 양상을 남성 청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격렬하게 벌어지는 젠더 갈등의 전장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성 혐오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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