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오는 2018년 시행을 앞둔 종교인 과세가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8월 8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원내4당 의원 26명이 종교인 과세를 2020년까지 유예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그렇게 종교인 과세 논란은 다시 불붙었다. 지난 1968년, 첫 논쟁이 시작된 이후 50여년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종교인 과세 논란의 매듭이 이번에는 제대로 지어질 지 이목이 모이고 있다.

다시 유예?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과세당국과 새롭게 과세대상이 되는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세부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과세 시 예상되는 마찰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김 의원은 8월 21일 “올 하반기까지 국세청 훈령 개정 등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현행법대로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무방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근로장려세제(EITC)의 종교인소득 적용 시 조세형평성 문제 △근로소득장려세제 적용을 위한 국세청과 종단 간 사전 협의 및 준비 △탈세 관련 제보로 인한 세무조사 시 국가권력과 종교 간의 마찰 불가피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지난 8월 24일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 국회의원 사퇴 요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개신교계를 제외하면 언론과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종교인 과세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대다수 국민과 시민사회, 언론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종교인 과세 시행을 뒤집는 것은 시대정신을 부정하는 몰역사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면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유예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은 과세 찬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8월 24일 발표한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 결과,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응답이 78.1%로 나타났다. ‘종교인 과세는 해서는 안 된다’(9.0%), ‘과세를 한 번 더 미뤄야 한다’(5.2%) 등 반대 의견은 14.2%로 집계됐다.

▲ 한국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종교인 납세 성역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종교인 과세 논란

현재 종교인 과세는 지난 2015년 12월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기타소득 중 하나로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종교인들의 거센 반발에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종교인 과세 논란의 시작은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종교인에게도 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밝혔으나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이후 2006년 4월,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는 법적 납세의무가 있는 종교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세청장에 대해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은 국민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종교인 과세 논란은 다시금 떠올라 현재에 이르렀다.

엇갈린 종교계

종교인 과세 논란을 두고 종교계의 입장은 엇갈렸다.

먼저 불교와 천주교, 진보 개신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김희중 대주교는 각각 지난 8월 30일과 3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자승 스님은 “불교계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시종일관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지지를 밝혔다. 천주교는 이미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종교인 과세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진보성향의 개신교 교단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는 15일 김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 정책에 잘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세금은 종교인들도 내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그동안 정부가 직무유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찬성의 뜻을 밝혔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피력했다.

14일 김 부총리와 만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종교인 과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종교 갈등과 침해는 물론 종교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다는 내용이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덮어놓고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화나 논의, 준비가 부족해 충격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도 “(세금을) 기꺼이 내겠다는 생각을 다 가지고 있지만 (법 시행으로) 신앙의 침해를 받고 이중적인 고통을 받게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의견을 내는 것”이라면서 “정부 주도로 교회가 끌려다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종교계 일각에서 종교인 과세와 관련된 논쟁점 중 가장 큰 우려는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다. 이들은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가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회 수호와 종교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TF’는 지난 8월 18일 기재부와 국세청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대로 종교인 과세가 실시될 경우 기독교는 교회 안에 침투하는 이단 세력과 안티 세력에 의해 조장될 무분별한 탈세 신고와 진정이 잇따를 수 있고, 그에 따른 세무당국의 세무조사 등이 이뤄질 경우 기독교계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재부 “정부 입장 변화 없다”

그러나 기재부는 원안대로 오는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8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에서 관련된 준비를 세정당국과 쭉 해왔고, 종교인들과 소통을 진행해 왔다”며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법이 제출된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을 위해 납세 서식이나 조직과 전산망 구축 등 여러 제반조치들은 지금 차질 없이 기재부나 국세청 등 세정 당국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준비가 미흡하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또한 김 부총리는 종교계를 잇달아 예방하면서 “우려하시는 부분을 잘 알고 그런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며 “종교활동이나 봉사활동에 대해 의도하는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공권력이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전혀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종교인 과세 시행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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