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현대오토에버·롯데정보통신, 공통점은 일감몰아주기·대기업 SI계열사

▲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화S&C, 롯데정보통신, 삼성SDS의 공통점은 시스템통합(SI) 업체로 분류되는 IT 대기업 계열사다. 또 다른 공통점은 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면 보안상 불가피한 내부거래라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법상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한 주장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는 효율성 증대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상황을 증명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을 빌미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난처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이른바 규제 회피용 꼼수라는 것이다.

SI‧물류‧광고 계열사, 늘어나는 내부거래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대차, 삼성, LG, SK 등 30대 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57%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집단 현황 공시 중 계열사간 내부거래 내역을 보면 롯데그룹의 롯데정보통신은 무려 전체 매출의 93.1%로 5대 그룹 중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가 89.4%, 삼성의 삼성SDS가 87.8%를 기록했다. LG CNS 57.0%, SK(주) 45.2%를 기록했다. 이들외에도 OCI의 OCI정보통신 등(85%), KT의 KT DS 등(84%), GS의 지에스아이티엠(78%), 포스코의 포스코ICT(72%), 삼성의 삼성SDS(71%), 한화의 한화S&C(60%), 효성의 효성ITX(24%), CJ의 CJ올리브네트웍스(19%)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내부거래 비중을 점차 높여온 것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2013년 76.0%를 저점으로 매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90%대 고지를 넘었다. 현대오토에버 또한 2012년 85.1%에서 지난해 89.4%로, 삼성SDS도 2012년 77.7%에서 지난해 87.8%까지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 중 78% 이상이 내부거래가 이뤄진 한진정보통신은 일감몰아주기 과징금이 부과됐던 같은 그룹 계열 유니컨버스의 사업을 양도받으면서 내부거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주요 SI기업들은 대부분 초창기 시장이 생길 때부터 대기업 계열사로 시작해 내부 거래를 통해 성장해왔다. 또한 이들 SI 계열사의 내부거래 집중 현상은 업종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룹의 계열사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전산망 등 시스템이 방대해지면서 시스템 통합관리를 위해 SI 계열사를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한 IT 계열사 관계자는 “그룹 내부의 주요 인사나 기술 등 주요 자산의 보안을 위해 외부에 맡기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내부거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자료=CEO스코어

보안성‧효율성 때문에 ‘예외?’

물류나 광고 등도 제품 보완과 효율성 등을 이유로 예외 적용을 주장하며 내부거래를 늘려온 대표적인 업종이다.

GS그룹 옥산유통의 경우 최근 3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32%에 달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서홍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이 대주주로 있다. 옥산유통은 미국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로부터 독점으로 담배를 수입해 GS리테일 산하 편의점 GS25 등에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도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단골 대상이다. 국내 계열사들로부터 올린 매출도 전체매출의 20.6%로 30% 기준에 못미친다. 하지만 내부거래 내역에 포함되지 않은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까지 포함하면 실제 비중은 60%를 넘어 규제를 회피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고계열사의 경우 삼성의 제일기획은 지난해 내부거래가 77.3%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의 이노션도 58.4%나 됐다. 롯데의 대홍기획도 지난해 전체 매출 중 60.3%가 내부거래로 달성한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현행법의 예외조항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게티이미지뱅크

총수일가 이익 위해 유용한 계열사

하지만 IS나 물류 등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총수일가의 이익 등을 위해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계열사 지분을 총수일가가 상당 부분을 보유, 사익편취나 지배구조 확보 등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편이어서 대기업 계열사의 내부 거래 자체가 총수 밀어주기란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에 이들이 지배하고 있는 삼성물산 등 특수관계인 주식, 삼성전자 등을 모두 더한 동일인 측 지분이 56.75%에 이른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정의선 부회장 동일인 측이 90.32%의 지분을 들고 있고, OCI정보통신과 롯데정보통신, 신세계페이먼츠, 두산의 디알에이 등은 총수 동일인 측 지분이 100%다. LG CNS, GS ITM 역시 이런 지분이 각각 84.4%, 80.6%다.

또 이들 기업은 총수일가의 그룹 내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로 꼽혀왔다. SK C&C와 LG CNS, 한화 S&C 등은 해당 재벌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경제개혁연대도 “IT 계열사의 경우 지분 확보를 통해 그룹 지주사로 두거나 총수 일가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줄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편법상속의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는 일부 물류나 광고 계열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지적이다.

일감몰아주기 시행 초기 SI 등을 예외적용 해야한다는 기류도 있었지만 일단 SI나 물류 계열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는게 지금 당국의 방침이다.

아슬아슬 지분 기준, 규제 회피 안간힘

그럼에도 여전히 규제의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이처럼 이미 총수지분율 낮추는 작업 등을 통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일 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앞서 거론된 삼성SDS의 경우도 이재용 부회장의 9.20%를 포함해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15%에 불과하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분 29.99%를 보유, 총수일가 기준에서 0.1% 모자라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광고업계도 마찬가지다. 제일기획은 오너 일가의 지분 참여가 없고 대홍기획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6.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순환출자의 형태로 그룹 내 계열사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 사실상 오너가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취지에는 부합한다. 이노션은 정성이 고문(27.99%)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2.00%)을 합쳐 29.99%로 아슬아슬하게 규제 기준을 맞췄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뉴시스

하지만 GS, 한진, 한화, SK, 효성, CJ 등 상당수는 여전히 총수일가 지분이 높아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직결되고 있다.

GS ITM의 경우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인 GS 오너가 4세 허서홍씨 22.74%를 포함해 허씨 일가 총 17명이 지분 80.6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현대유엔아이 또한 현정은 회장(64.20%) 등 일가족이 7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S&C도 과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씨가 각각 25%씩을 소유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정부의 규제 방침과 비판 여론에 일부 기업에서의 탈규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GS ITM은 내부거래비율은 61.5%에서 47.6%를 기록했고, 현대유엔아이의 내부거래 비율도 56.3%에서 55.3%로 소폭 하락했다.

한화S&C는 지분 조정 방식을 택했다. SI사업부 매각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해소 작업에 착수했다. 한화S&C는 SI사업에 대한 지분 44.6%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화S&C는 이번 지분 일부 매각 이후에도, 분할된 신설법인은 대주주 지분율을 추가적으로 낮춰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총수일가 지분을 조정해 사익편취 규제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등 거래기회 박탈이라는 공정거래법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SI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공개 입찰 계약 등 구조적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느슨한 규제 촘촘하게 옥죈다

그럼에도 SI 계열사의 높아지는 내부거래로 인한 과도한 이익 집중, 사익편취 문제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총수일가 지분 기준 등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에서 총수지분율을 현행 30%서 20%대로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규모 기준도 더 낮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에 공정위가 내부거래 규제 강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한때 예외적용됐던 일부 업종 계열사에 대해 다른 기업들도 총수지분율 조정 등 일감몰아주기 해소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예외 적용 조건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올해 1월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가 ‘제품 보안’이나 ‘업무 효율성 증대’ 목적으로 총수 일가 보유 업체에 일감을 줬다고 주장해도 대안이 있었다면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신제품 보안 유지를 이유로 한 계열 광고사와의 거래도 비밀유지서약 등을 통해 보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배송 품질 등 효율성을 이유로 한 물류사 일감몰아주기도 서비스품질 약정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만큼 규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올해 초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일감몰아주기 예외 적용 사항도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후보자 당시인 지난달 6월 2일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예외조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내정되고 나서 엄정한 공정거래법 집행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현재의 시행령 집행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정을 통해 법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라며 “일감몰아주기 시행령상 예외 사유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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