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지역맥주’ 소비자 기만 논란, 제조사·판매사 나몰라라

▲ ⓒ뉴시스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해운대맥주’면 당연히 해운대에서 제조하는 줄 알았는데…”

맥주를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트렌디한 맥주로 떠오른 제품이 있다. 바로 ‘강서’, ‘해운대’ 등 지명이 제품명이 된 수제 맥주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는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맥주를 직접 따르는 모습이 보도됨에 따라 ‘청와대 만찬주’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수제 맥주들은 제품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강원도 횡성, 충북 음성 등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확인돼 적잖은 소비자들이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이름은 달서, 고향은 강원도?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국내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가 제작한 ‘강서맥주’를 시작으로 ‘달서맥주’,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이하 KCB)의 ‘해운대맥주’, ‘서빙고맥주’를 전국 141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주류코너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지역 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명이 곧 지역명인 이 맥주들은 해당 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강서맥주는 서울시 강서구 판매가 전국 평균보다 약 3.2배 높았고, 해운대맥주는 부산 지역의 판매량이 전국 평균보다 약 3.2배 높았다. 달서맥주 또한 대구 지역의 매출이 타 지역의 매출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색을 띤 지역 브랜드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통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맥주들은 제품명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서빙고맥주 ⓒ뉴시스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는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에서, 해운대맥주와 서빙고맥주는 충청북도 음성군 원남면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늬만 지역맥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는 30대 직장인 A(33)씨는 “강서맥주는 당연히 강서구에서 만든 술이라 생각했다. 해운대맥주 또한 마찬가지다. 해운대 지역의 물로 만든 맥주라고 여겼다. 그 고장에서 생산한 맥주가 아닌데 왜 상관없는 지역의 이름을 넣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배신감을 드러냈다.

20대 직장인 B(25)씨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라며 “서울의 대표 막걸리라 할 수 있는 ‘서울 장수막걸리’도 경기도에서 제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자주 있는 가운데 강서맥주, 해운대맥주가 수제 맥주라고는 하지만, 그 지역에서 생산했을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다”라고 푸념했다.

제조사·유통업체 “제조장 표기...소비자 기만 아냐”

하지만 해당 맥주들을 제조하는 주류업체와 이 맥주를 유통하고 있는 홈플러스 측은 “병에 제조장에 대한 정보를 기입했기 때문에 소비자 기만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이름을 붙인 게 아니”라며 “각 맥주에는 공장과 제조사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적혀있다. 표기를 안 한 게 아니다. 강서맥주라고 해서 강서에서 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말했다.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를 제작한 수제 맥주 제조업체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삿뽀로 맥주처럼 진짜 지역 맥주가 되려면 그 지역 안에서만 판매해도 수익성이 나와야 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200억원 정도로 규모가 작다. 시장이 너무 작아 (지역 맥주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강서와 달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동네다. 근데 막상 그 지역을 살펴보면 매력이 많은 동네다. 그런 동네의 매력을 디자인으로 녹인 것이 지역 맥주고, (병) 뒤에 생산지가 적혀있어 소비자기만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해운대맥주와 서빙고맥주를 제작하는 업체 KCB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KCB 관계자는 본지에 “한국에서 만드는 크래프트 맥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지역의 식재를 활용하고 이미지를 콘셉트화한 제품을 기획했다. 해운대맥주와 서빙고맥주가 그 예이다”라고 당사 맥주를 설명하면서도 “지역맥주를 출시한 이후 소비자로부터 생산지역이 다르다는 이슈를 제기 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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