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본사 ⓒ뉴시스

정치권·지역사회 흔든 강원랜드 채용 비리
2013년 채용 518명 중 493명 ‘청탁대상자’

‘빽도 실력?’…권성동·염동열 의원 연루 의혹
적폐청산 바로미터될 이번 수사 귀추 주목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국내 대표 공기업 강원랜드의 대규모 부정 채용 청탁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과 지역사회를 강타했다.

2013년도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 518명 중 493명, 무려 95%에 이르는 채용자들이 ‘청탁대상자’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비리행위가 국회의원 등의 청탁을 통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2월부터 수사를 펼쳐 지난 4월 강원랜드 최흥집 전 사장과 인사담당자 권모씨 등 2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인사 청탁자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로 지칭하고 기소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지난 7월부터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전 비서관 김모씨의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펼치고 있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 역시 채용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강원랜드에서 벌어진 이 같은 대규모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정치권은 ‘강원랜드 게이트’로 규정하며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적폐청산의 가늠자가 될 이번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2013년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 재수사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지난 20일 검찰이 부정청탁에 따른 채용비리로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강원랜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2013년 강원랜드엔 무슨 일이?

부정 채용 청탁 의혹이 쏠린 강원랜드는 1995년 폐광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폐광지의 경제를 회생시키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과 폐광지의 광부 가족 및 지역주민의 생활향상과 고용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 1조6965억3251만원, 영업이익 6186억1628만원, 당기순이익 4545억3365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6.4%로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14.5%)나 한국전력(19.9%)의 영업이익률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도 3조9789억8757만원에 육박했다.

또 지난 2016년 기준 강원랜드의 평균 급여는 6453만원에 달해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 같은 사실은 강원랜드가 실시한 지난 2013년 1월과 4월 실시된 1~2차 대규모 신입 교육생 채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채용된 인원은 일반사무와 카지노·호텔 부문에서 총 518명이었고 총지원자수는 5286명에 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부분 채용인원이 처음부터 청탁대상자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강원랜드 내부감사팀 감사 결과, 채용된 518명 중 95%에 달하는 493명이 청탁대상자로 처음부터 별도 관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강원랜드는 이 같은 내부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지난 4월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흥집 전 사장과 인사담당자 권씨를 업무방해혐의로 기소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인사 청탁을 한 청탁자는 ‘불특정 다수’라고 공소장에 기재하고 기소하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은 춘천지법 형사1단독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검찰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전 비서관이었던 김모씨의 2013년 강원랜드 채용과 관련해 최 전 사장과 권씨 등 2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20일 강원랜드 인사실과 최흥집 전 사장의 자택 등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25일 청년참여연대, 민달팽이유니온, 청년광장 등 청년단체들은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 관계자들을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처럼 지난 4월 최 전 사장 등 관계자 2명이 기소되며 일단락된 지난 2013년 대규모 부정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재수사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 강원랜드 부정 채용 청탁 의혹이 제기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좌)과 염동열 의원 ⓒ뉴시스

의혹 쏠린 권성동·염동열 의원

이번에 드러난 부정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은 강원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이다.

검찰이 먼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전 비서관 김모씨의 부정 채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권성동 의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권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김씨는 2013년 11~12월 강원랜드 ‘워터월드 수질·환경분야 전문가’ 선발 과정에서 환경분야 실무경력 5년 이상 등 지원자격에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격됐다.

김씨는 해당 채용이 진행되기 전인 지난 2013년 11월 중순경 당시 강원랜드 최흥집 사장에게 ‘신축 예정인 워터파크 쪽에서 일하고 싶다’며 이력서를 건넸고 최 사장은 기획조정실장에게 김씨를 워터월드 경력직원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강원랜드 최대 현안인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존속 기한 연장 및 강원랜드의 카지노가 확충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취지의 사유로 최 전 사장이 김씨의 채용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원자격에 미달하는 김씨의 채용을 위해 모집공고에 나와 있지 않는 안전분야 경력을 직무경력에 포함시켜 서류전형 평가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실무경력 미달로 지원 자격 미달이었지만 학력·경력·자격점수 정량평가 등에서 만점을 받아 1위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권성동 의원실 측은 권 의원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 의원과 함께 같은 당 소속 염동열 의원은 80여명을 청탁해 이 중 20~30여명이 채용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염 의원의 전직 보좌관인 김모 전 보좌관 등에 따르면 염 의원은 지난 2013년 강원랜드 신입 교육생 모집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등지에서 80여명을 청탁했다. 이 중 1~2차 전형을 거쳐 최종합격한 인원은 20~3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염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염 의원은 “본 의원이 80여명을 청탁했다고 하나, 이는 보도에 기초자료를 제공한 김모 전 보좌관이 사적으로 다수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본 의원의 신분이 도용되거나, 또한 본 의원과의 관계를 매개로 한 추천인사가 다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철저히 재수사하고 처벌해야”

이처럼 강원랜드 부정 채용 청탁 의혹이 지역 정치인들에게로 확대되자 강원지역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재수사와 권성동, 염동열 의원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0일 춘천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기업을 자신의 정치 수단으로 이용한 최악의 범죄 행위”라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권성동, 염동열 의원은 폐광지역 주민, 국민에게 사죄하고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강원랜드에서 자체 실시한 내부 감사자료까지 제출하며 수사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춘천지검은 1년이 훨씬 지난 올해 4월에서야 최흥집 전 사장과 당시 인사팀장만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다”며 “청탁의혹이 제기된 권성동 의원의 경우 본인이 아닌 수석보좌관만 서면 조사하는 데 그쳤고, 염동열 의원은 한 차례 서면 조사만 진행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탁 관련 범죄는 청탁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청탁을 한 사람도 죄를 묻는 것이 상식이지만 청탁의 몸통인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권성동, 염동열 의원이 강원랜드 청탁에 관여했다는 증거들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 강원랜드 행정동 ⓒ뉴시스

강원랜드 “부정채용 인정…법원판단 따라 처리할 것”

한편 강원랜드는 논란이 되고 있는 2013년 당시 부정채용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강원랜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외부청탁에 의한 부정선발이 저질러진 것은 60~70년대에나 있을 법한 미개한 범죄”라며 “그 멍에를 지고 있는 강원랜드로서는 먼저 국민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 같은 채용비리는 2013년 초 당시 최흥집 전 사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공기업 정원을 통제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교육생을 무려 518명이나 뽑으면서 외부의 부정한 청탁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며 “자체 감사 결과 부정 선발이 대규모로 자행됐다는 점은 확인됐으나, 수사권이 없는 강원랜드로서는 부정 청탁자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까지는 조사할 수 없어 진실을 낱낱이 밝히지는 못한 채 검찰에 감사 결과를 넘겼다”고 밝혔다.

강원랜드가 2013년 당시 대규모 부정청탁 의혹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이때 부정청탁 입사자들에 대한 처리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부정청탁대상자라고 명확히 규명된 게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법률적 검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원랜드를 둘러싼 채용 비리논란이 일파만파 증폭되면서 폐광지역 청년들의 고용창출을 목표로 내건 강원랜드가 그간 이른바 ‘빽’ 있는 청년들의 고용창출에 힘쓴 것 아니냐는 청년들의 자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기업 채용 비리 관련 의혹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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