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

▲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 전경 ⓒ투데이신문

피해자 감정 아닌 가해자 행위 중심 개정돼야
‘성적 수치심’ 표현, 성 중립적 언어로 바꿔야

전반적인 디지털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필요
형법적인 처벌만큼 피해자 피해 보상도 중요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날이 갈수록 점차 더 확산되고 있는 몰래카메라, 보복성 성적 영상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26일 열렸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진선미,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과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십대여성인권센터, SNS성범죄박멸팀 등이 공동주최했다.

남 의원은 인사말에서 “디지털 성폭력문제는 심각한 범죄에 비해 우리의 인식이나 대응에 있어 미비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변형된 불법적인 카메라의 유통, 촬영된 영상들의 유포에 대한 수사의 문제,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또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여는말을 통해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범죄의 4건 중 1건이 디지털 성폭력이라고 할 만큼 굉장히 증가했다”면서 “이런 디지털 성폭력범죄의 피해는 불특정다수에 전파될 위험이 크고 무차별 확장가능성이 높은 특성 탓에 피해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고 법적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상임대표 ⓒ투데이신문

디지털 성폭력, 제작·유포·참여·소비형으로 구분

먼저 DSO 전선미 팀장은 디지털 성폭력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로서 가지고 있는 특성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 관계성 등에 의해 크게 △제작형 △유포형 △참여형 △소비형으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전 팀장에 따르면 제작형 가해는 몰카 촬영이나 촬영에는 동의했지만 소지는 동의하지 않은 경우, 또 이미지 도용 혹은 해킹을 통한 이미지 획득 후 성적으로 2차 제작하는 것 등으로 구분된다.

유포형 가해는 촬영에 대한 상대방의 동의 여부, 상대방 본인의 직접 촬영 여부와 무관하게 비동의 하에 유포된 모든 이미지 및 개인정보 등을 포함한다.

참여형 가해는 유포형 가해에 이용된 이미지 또는 여성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추가적인 성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를 뜻하고, 소비형 가해는 온라인에 유포된 디지털 성폭력 범죄 이미지를 소비함으로써 수익구조를 발생시키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이어 십대여성인권센터 권주리 사무국장은 SNS상 디지털 성폭력 피해 실태에 대해 “필터링 되지 않는 부호 등을 바꿔가며 해시태그를 사용해 음란물과 성매매 암시 내용을 게시한다”며 “게다가 음란물들은 얼짱, 힐링 등을 무관한 해시태그로 함께 기재돼 사용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음란물과 성매매 암시 내용에 함께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무국장은 “앞서 언급한 실태는 사이버상에서 음란물을 보고 싶지 않다는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음란물을 무차별적으로 노출시키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시각적 성폭력”이라면서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성폭력 환경이 확장되고 있고 성폭력 피해가 직접적인 신체 접촉만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의 실태에 대해서는 “이용 가능 연령을 20세부터 선택할 수 있게 보이나 성인인증 절차가 없고 애플리케이션 내 채팅 기능은 저장 및 캡처가 불가능하다”며 “성 매수자들은 이처럼 성인인증이 없다는 점과 대화의 휘발성을 이용해 자신을 특정하지 못한 점을 악용해 성 매수 범죄에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채팅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재할 법이 없다.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사이버 성매매 환경 규제 및 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아동·청소년의 성 매수 범죄 피해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상담소 등의 설치와 이와 관련한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법인 GL의 김현아 변호사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현행 성폭력처벌법 규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에 대해 “현재 디지털 성폭력 처벌과 관련된 문제점은 성폭력 피해자는 있으나 성폭행 가해자는 없다는 것”이라며 “현행 성폭력 처벌법에서 규정되는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아청법만의 규정으로는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고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처음 만들어진 1998년에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행위는 주로 고정형인 CCTV를 이용해 이뤄졌지만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이 급속하게 보급됨에 따라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형 소형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게 됐고 인터넷 보급에 따라 이런 촬영물을 제3자에게 유포하는 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결국 사회현상과 기술의 발달을 법이 따라가지 못해 처벌 공백이 발견되고 나서야 뒤늦게 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향후 관련법 개정에 대해선 “여성의 피해감정으로 대변되는 성적 수치심 표현을 성 중립적인 언어로 개정하고 피해자의 피해 감정이 아닌 가해자의 행위중심의 구성요건으로 개정돼야 한다”며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본질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성폭력이고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삼은 성폭력임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접 촬영자의 유포 외에도 그 이후의 재유포 역시 모두 피해자의 인격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피해는 동일하며 심각한 성폭력 범죄”라면서 “이런 범죄 태양을 포섭할 수 있는 전반적인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DSO 하예나 대표는 국내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대안으로 사후지원 및 관리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 대표는 “형법적인 처벌만큼이나 피해자가 받는 피해에 대한 보상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특히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 중 영상이 크게 알려진 경우 사회적 지위를 잃거나 사회권을 박탈당하는 등의 일을 겪어 경력단절지원 및 사회권을 보장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상권·인격권(퍼블리시티권)의 보호로서의 피해보상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권리인정과 피해지원 확장 △불법 파일 공유의 적극적 차단 △해외 홈페이지 운영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해외 공조(부다페스트 협약) △디지털 성폭력 전담부서 설립 △그루밍법 관련 법안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외 IT업체들의 대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해외 기업들의 경우, 신고 플랫폼을 영어로만 제공하거나 신고 관련된 양식을 찾는 것이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경우 가해자의 IP 제공에 있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디지털 성폭력의 수사에 있어 난항을 겪고 있으며 삭제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내 사이트도 피해자 영상의 삭제가 빠르게 지원될 수 있도록 핫라인 구축에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며 “디지털 성폭력의 영역에서도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권리침해 시 음란물로 삭제처리되는 것이 아닌 해당 피해자에게 공지하는 등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DSO 전선미 팀장, 십대여성인권센터 권주리 사무국장, 법무법인 GL 김현아 변호사, DSG 하예나 대표 ⓒ투데이신문

“처벌수위 높여 피해 줄여야”

이어진 토론에서 국회 톡톡 시민감시단 이예나씨는 “해외에서는 전례가 없음에 법 제정조차 난관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이 사태의 심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처벌수위를 높여 범죄율, 재범률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법으로 제정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피해자의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육안으로 카메라임이 식별 불가능한 몰래카메라 등 촬영 기기들을 전량 회수하고 미신고 및 개인소지가 불법임을 고지, 해외에서 밀반입 시 전량 폐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프리카TV 전동준 전략본부장은 “실제 아프리카TV 시청자층을 보면 10대 중반~30대 초반까지 남성이 압도적”이라며 “그러다 보니 채팅에 있어서 젠더로서 여성에 대한 비하발언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디지털 성폭력으로 발전할 모티브가 채팅에서 제공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저희가 1년 정도 전부터 채팅시청자들도 잘못하면 바로 강제퇴장시키고 해당 시청자의 히스토리를 파악해 단기 이용정지부터 영구이용정지까지 시키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사업자 입장에서 방만한 시청자관리를 신경써야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운영정책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장우성 사이버수사과장은 “SNS 사업자들이 현재 미국에 있는 회사들인데 이 회사들의 약관을 보면 이들의 최고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고, 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테러, 마약, 아동포르노 등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는 약관에 들어있지 않다”면서 “이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서는 입법처의 결단으로 규제를 강화한다거나 처벌을 강화한다면 열심히 업무를 추진하겠다”며 “그전에 저희 수사관들에게 젠더감수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교육을 중점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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