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액주주연합행동연대 출범 첫 모임 현장…“약자 희망 주는 단체 될 것”

▲ 지난 19일 전국상장법인 소액주주연합행동연대에 참여한 각 기업 소액주주 모임 대표들이 모여 향후 구체적인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소액주주, 들리지 않는 대주주 견제 목소리 
개별 소액주주 운동, 권익실현 제도적 한계
동양·성창·태양금속·금타 등 6개 기업 연대 
전소연 “국민 공감 얻는 단체로 거듭날 것”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지난달 19일 직장인들이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인 저녁 8시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의 한 커피숍에 중년 남성 4명이 모였다. 누구는 서울에서 또 경북 경산, 전주에서 발걸음을 재촉해 모인 자리다.

이들은 앞서 9월 13일 출범한 가칭 전국상장법인 소액주주연합행동연대(이하 전소연)의 구성원들이다. 전소연은 국내 첫 각 사업장별로 활동해온 소액주주 모임의 연대 조직이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성창기업, 동양, 금호타이어, 태양금속 등 현재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경영행태를 비판하며 치열하게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전소연은 이들 외에도 키이스트, 스틸플라워 등 6개 기업의 소액주주 모임이 함께 행동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모임은 각사 소액주주 대표자들이 어떻게 조직을 구성해 운영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지 논의하기 위해 발대식 이후 처음으로 모인 자리다.

“억울하지만 할 수 있는게 없다”

소액주주운동은 지배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권한 강화를 위해 펼치는 일련의 활동을 뜻한다. 당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던 소액주주운동은 최근 각 기업의 소액주주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대주주와 경영진의 비정상적인 경영행태를 견제하는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액주주로서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대주주의 독주와 전횡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단 1주만 갖고 있더라도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하도록 단독주주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동안 소액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해야 했다. 그나마 기업경영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1998년 대표소송과 이사해임청구권의 필요지분이 1%에서 0.05%, 경영 감시를 위한 장부열람권도 3%에서 1%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우리기업들의 경영 관행상 소수의 대주주와 거수기에 불과한 경영진과 사외이사 등으로 이뤄진 의사결정권에 참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현재 소액주주들이 경영진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현행 대한민국상법상 주주 의결권을 모아 사측에 법적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로 소액주주를 결집하는 일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주주 위임장을 모으는 일은 더욱더 어렵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도 각사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횡포를 규탄하며 소액주주 운동을 펼쳐왔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 강대진 동양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장 ⓒ투데이신문

너무 작아 보호받지 못한 목소리

“동양에서 대주주 갑질과 무능한 경영진에 맞서 소액주주 운동을 해오고 있지만 우리만의 목소리는 너무 작더라”

최근 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의 단기 투기성 행보에 날선 비판과 견제를 펼치고 있는 동양 소액주주 비대상대책위 강대진 위원장은 그동안 소액주주 활동에 대해 위와 같은 소회를 밝혔다.

강 위원장은 “과거 동양사태 당시에도 주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그렇다면 이번엔 우리가 미리 힘을 모으고 우리 상황을 알려 대주주들이 횡포를 막아야한다는 마음에 소액주주 모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주주, 경영진 측은 첩자를 심어 모임을 와해시키려고도 하고 있다. 지금 동양 상황이 이렇다”라고 한탄했다.

다른 기업 소액주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창기업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일가의 증여와 자산매각 과정에서 불법이나 탈법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투명경영과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강조하며 대주주 일가에 기업의 자산과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 개별적으로 자산평가도 실시하고 경영진 교체도 추진했지만 대주주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맞서며 상황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성창기업 소액주주 이용훈 대표는 “대주주가 자녀들에게 기업 자산을 헐값매각하고 비싸게 되사오는 방식의 증여가 문제되고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 대부분 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국민들 조차 당연시하고 있는 듯 하다. 체념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민수 전소연 조직위원장은 “서민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나름 분석해서 투자를 한건데 대주주가 혼자 정보를 가지고 휘둘러 버리니까 피해는 오롯이 일반 주주들이 보게 되는 것”이라며 “투자를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배당도 주고 이익도 줘야 하는데 그걸 다 가로채 가는 거니까 비판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대주주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휘두르는 것이 문제다”라며 “정보가 부족한 소액주주로서는 갑자기 당할 수 밖에 없다. 기업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대주주가 지정한다.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액주주 의결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주주의 기업 경영 감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주주명부나 회계장부 열람 장벽도 여전히 높다. 이 대표는 “현재 주주명부나 회계장부의 열람이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막상 하고자 하면 회사 측에서 개인정보 핑계로 시간을 끈다. 그러면 소액주주로서는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포기하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소규모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언론이나 정부기관, 국회도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지금 대주주는 공매도 세력과 합세해 주가 상승을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은 골병이 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검찰, 국회, 방송국 등에 제보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답답해했다.

이 외에도 공인 단체가 아닌 만큼 활동 비용을 모금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도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결국 대주주를 견제할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 몸통을 드러내지 않고 가는 것은 면피용에 그쳐 또 다른 피해 낳을 뿐이다”라고 우려했다.

 

▲ 이용훈 성창기업 소액주주 대표 ⓒ투데이신문

개미 지키기 위한, 공동의 목표와 조직적 대응 

결국 소수보다는 다수, 개미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기업 경영 투명성 등 공통된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함께 활동할 조직을 갖추는게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은 각 사별 당면한 이슈에 공동 대응하는 한편 공매도 폐지,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통한 주주 배당 확대, 지정감사제 도입을 통한 회계감사제도 변화, 주주총회 일정 분산과 전자투표제 확대 등 소액주주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등에 조직적인 대응을 해나가기로 했다.

당장 국회나 정부기관을 움직여 제도 개선을 이뤄내는게 쉽지 않더라도 온라인 청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차근차근 산적한 과제를 함께 돌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더 많은 연대의 참여를 이끌어 세력을 키워나가야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전국소액주주 조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강 위원장은 “우리가 조직한 단체가 다른 소액주주들에게 ‘우리회사가 별 문제 없지만 우리도 이런 모임하나 만들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하는 것 만으로도 큰일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소액주주모임의 김경래 대표는 “그동안 우리는 미약했지만 이번 연대는 파괴력이 생기겠구나, 그렇다면 우리는 많이 늦었지만 다른사람은 피해보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전소연이 누군가를 지켜주는 벽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을 겪으며 함께 활동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이런 연대가 있어서 ‘우리 다시 할 수 있습니다’라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김민수 전국상장법인 소액주주연합행동연대 조직위원장 ⓒ투데이신문

“결국 전국에 있는 소액주주가 힘”

물론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은 소액주주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과 조직의 연속성 문제다. 결국 개개인이 주주로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속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소액주주 운동을 할 때 저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집단 아닌가 하는 시선이 힘들었다. 투자라기보다는 투기로 보는 시선 때문이다”며 “또 개인의 실익에 따라 쉽게 떠나는 이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고통을 가지고 모여 목소리를 낸 것처럼 전소연 또한 각자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통을 안고 들어온 것은 똑같다”면서 “저희가 가진 힘은 결국 전국에 있는 소액주주가 힘이다. 이들의 공감대만 형성해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에 연대에 참여한 스틸플라워 소액주주 위원장은 참여가 결정되자 ‘우리가 믿을 구석이 한군데 생겼다’며 좋아하더라”라며 “우리보다 더 작은 회사의 소액주주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 또한 물어볼 데도 기댈 곳도 없었을 텐데 우리가 마음의 위안 아니면 희망으로 비춰졌으면, 또 약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단체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발대식 이후 첫 만남에 이어 앞으로 정기 모임을 꾸준히 갖고 보다 구체적으로 소액주주 권익찾기 활동 계획을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