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그날 부모들은 죄인이 돼야만 했다. 장애아동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모들은 차가운 강당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말했다. ‘나를 때려도 좋으니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학교 다닐 수 있게만 해달라, ’장애아동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특수학교는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 앞을 가로막아 선 또 다른 부모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매몰차게 외면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주민들 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2013년 서울교육청은 특수학교가 부족하자 통학이 어려운 장애학생들을 위해 강서구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수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다수의 언론이 반대 이유 가운데 ‘부동산 가격 하락’에 주목했지만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꼭 돈 때문 만은 아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해 취재를 진행하던 중 기자와 통화했던 반대 측의 한 주민은 장애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학교라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도심 한복판에 데려다 놨다가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냐는 것이다.

기자는 그가 어떤 부분을 우려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걱정하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았다. 기자가 졸업한 대학교 옆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있었다. 때문에 선생님과 함께 캠퍼스로 산책을 나온 장애아동들을 종종 마주치곤 했다. 기자는 그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혹시나 나에게 해코지를 하진 않을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소란을 피우진 않을까 하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졸업할 때까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자가 우려했던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특수학교가 있어서 장애인 관련 범죄가 일어난다는 얘기는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구체적인 통계나 자료도 없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섣부른 오해와 편견, 무지가 낳은 두려움으로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었다.

언론이나 여러 전문가들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상생이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특수학교 설립을 하려면 주민을 위한 시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어떤 학교가 (학교를 지을 때)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요. 특수학교를 지으려고 지역 주민들에게 무얼 해줘야 한다는 게 참 난감해요”라고 한탄했다.

교육받을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고 마땅하게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특수학교라는 그들을 위한 교육의 장에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성장해나갈 권리가 있다. 때문에 특수학교는 설립하거나 설립하지 않거나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특수학교 설립을 외치면 장애인인 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부모들로 내몰리며, 두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발달장애인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울지 모르겠지만 기자는 장애가 있는 자식을 둔 부모의 호소와 눈물을 보고도 냉랭하게 돌아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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