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률 0.1% ‘저조’…판매는 고작 3개뿐
보호자-보험사 반대 입장 ‘팽팽…“혜택적다”vs. “손해율 크다”
“동물등록제 정착·의료수가제도 정비·보호자 인식 전환 필요”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국내 반려동물 사육 인구가 1000만명에 접어들었다. 개와 고양이는 오랫동안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들은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반려’의 존재로 거듭났다.

‘호두아빠’, ‘솜이엄마’, 등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일컬어지는 반려동물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내 반려동물 관련시장은 2012년 9000억원, 2015년에는 두 배 증가한 1조800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0년경에는 약 6조원 안팎의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보험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나듯 반려동물의 기대수명도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의 관련 상품 판매 실적은 저조하고 보험 가입자들은 관련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보험이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투데이신문>에서는 반려동물보험의 현황에 대해 들여다보고 반려동물보험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려 한다.

멈춰있는 반려동물보험시장 성장…가입률 저조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7월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를 전체 가구의 30.9%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중 82.5%가 개를 기르고 있고 16.6%가 고양이를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약 1900만(2015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총 반려동물 수는 개와 고양이 각각 약 680만 마리, 180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개와 고양이는 과거 ‘애완동물’로 통용되던 것을 넘어 이제 사람들에게 단순히 애완(愛玩)의 의미가 아니라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동반자, 반려(伴侶)의 존재인 것이다.

이에 동물을 자식, 동생 등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의 ‘패밀리(family)’를 결합한 것으로 이제 우리 주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너무나도 흔한 일이 돼버렸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관련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0.9조원에서 계속 성장해 2020년경 약 6조원 안팎의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듯 국내 반려동물 관련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반려동물보험시장의 성장은 멈춰있다.

▲ 현재 판매중인 반려동물 전용 보험 상품 개요 <사진=보험연구원>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및 관련 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보험 가입 수준은 낮은 상황이다.

2007년 말 최초로 출시된 반려동물보험은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확대됐으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협의요율 사용에 따른 손해율 악화로 보험업계에서 대부분 철수했다.

이후 2014년 동물 등록제 의무화로 손해보험회사들은 반려동물보험을 재출시하기 시작했으나 반려동물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현재 3개사에 불과하며 판매 실적 또한 미미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1% 수준으로 영국, 독일, 미국의 보험가입률이 각각 20%, 15%, 10% 및 일본 2~3%에 이르는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7년 3월 기준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총 2000여건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개와 고양이 반려동물 규모가 800만 마리를 넘어서는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치다.

보호자들 “보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효성 낮아”

반려동물보험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 거론돼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중 다수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가구 중 44.8% 정도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의 유형은 주로 ‘실내에서 이물질을 잘못 삼킨 경우’가 많았는데 실내 양육이 증가하면서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KB경영연구소의 설명이다.

이처럼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사고를 경험하면서 만약을 대비해야하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보험의 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보험 판매하고 있는 곳은 삼성화재, 롯데손보, 현대해상 등 총 세 곳이 전부다. 현대해상은 2007년 국내 손해보험사로는 최초로 애견보험을 출시했고 뒤이어 삼성화재가 2008년 애견의료보험을 내놨지만 둘 다 2011년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각각 2012년, 2016년 다시 상품을 출시했고 롯데손해보험만 2013년 이후 꾸준히 판매 중이다. 그 밖에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AIG손해보험이 2008년 펫보험을 출시했다 2~3년 만에 거둬들였다.  

이 상품들은 순수보장형으로 1년마다 갱신을 해야 하며 신규가입은 대부분 6세 또는 7세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가입대상은 개(삼성화재, 현대해상, 롯데손보)와 고양이(롯데손보)만 해당된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은 보험 상품의 실효성이 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출시된 보험 상품은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항목인 예방 접종이나 중성화수술 등과 같이 선호도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연령 제한도 가입의 걸림돌이다. 국내 반려견의 경우 7세 이상 노령견 비율이 30%로 추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나이를 6세 또는 7세까지로 제한하면서 고령일 경우에는 보험 가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또한 반려견이 7세 이전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갱신 가능 연력이 11, 12세로 제한되면서 반려견이 나이 들어서까지 보장받기는 쉽지 않다.

기자도 펫팸족 중 하나이다. 2012년 9월부터 반려견 ‘구름이’를 키우게 됐다. 품종은 몰티즈, 성별은 암컷이다. 구름이 귀에 피부병이 생기면서 두 달 동안 들어간 병원비는 약 32만원이다. 한 번 생긴 피부병은 잘 낫지 않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해 앞으로 얼마나 병원을 더 다녀야 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일 년에 한 번씩 종합백신, 광견병 예방접종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비용은 각각 2만5000원씩 해서 총 5만원이다. 심장사상충 예방접종과 미용은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하고 있는데 각각 3만원, 2만4000원씩이다. 의료비 부담이 크지만 반려동물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기자가 보험 상담을 해보니 지금 당장 보험에 가입한다고 해도 구름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았다. 현재 피부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을 하더라도 지금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피부병이 완치된 후 또 다시 피부병이 발생했을 때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고 상담사는 말했다. 또한 주기적으로 맞고 있는 예방접종과 중성화수술 항목에 대한 보장도 되지 않아 당장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1년에 약 67만원씩 보험료를 내느니 차라리 적금을 들어 그 돈을 치료비로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준비해야할 서류도 많았다. 개인정보처리 동의서, 동물등록증 사본, 반려견 정면·좌측면·우측면 사진 1장씩과 동물등록증에 명시된 보험관계자 관계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 등이 필요했다. 또한 한국애견협회 등록번호가 필요했는데 이는 보호자가 온라인을 통해 협회에 회원가입을 하고 키우는 반려견을 등록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키우는 반려견 부모의 혈통서가 필요했다. 이 뿐만 아니라 등록 가입비용 6만원, 연회비 9만원을 내야했다.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에 반려동물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졌다.

보험사들 “표준 진료비 부재, 보험료 산출 어려움…우리도 힘들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보험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보험과 관련해 보험회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먼저 반려동물의료비가 표준화 돼있지 않아 보험사들은 자신들이 부담할 진료비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 진료비 사용을 담합으로 간주함에 따라 동물 의료수가제도가 폐지되면서 현재 동물병원이 스스로 진료비를 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진료비의 경우 인체의료에서와 같은 진료항목별 수가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병원마다 진료비가 상이한 것은 물론 보험가입자의 중복청구나 동물병원의 과잉, 허위 진료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보험요율을 산출할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통계자료를 기초로 대수(大數)의 법칙 및 통계신뢰도를 바탕으로 해야 하나 반려동물보험요율 산출에 필요한 진료항목별 진료통계, 반려동물 수 등을 확보할 수 없어 보험사들은 보험료 산출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보험 대상 동물과 유사한 외모의 동물을 이용해 보험금을 수령하거나 반려동물의 연령을 속이고 보험에 가입하는 등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보험사가 어려움을 겪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수의 동종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점을 노려 여러 마리의 말티즈를 키우면서 한 마리만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강아지가 아팠을 때도 보험료를 지급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반려동물 보험 상품의 손해율은 높은 편이다. 반려동물보험 손해율은 한때 200%를 넘어서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기에 보험사들 입장에서 반려동물보험을 유지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보험은 보험업계에서 유지하기도 버리기도 뭐한 계륵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가입자도 보험사도 볼멘소리…대응책 마련 시급

결국 가입자나 보험업체 모두 관련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서 보험 시장의 성장이 멈춰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응책이 필요할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물등록제 정착 ▲동물 의료수가제도 정비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는 보험업계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이 최초 인계되는 시점에 동물등록과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려동물 인계시점에 동물을 등록,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유무를 파악하고 이를 기록함으로써 향후 치료와 보험가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동물등록이 되지 않은 경우 반려동물의 정확한 나이를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가 정한 ‘가입 가능 연령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동물등록제 정착이 중요하다고 보험업계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동물등록이 이뤄질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정확한 식별이 가능해지면서 동종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한 마리만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강아지가 아팠을 때도 보험료를 지급받는 등의 보호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도 없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물등록제 정착과 관련해 보험개발원 지연구 팀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반려동물의 개체 식별 강화를 위해 반려동물 내장칩 일원화 등 개체 식별이 가능한 방식으로 동물등록제를 개선하고 반려동물 등록 이후 판매, 분양이 이뤄지도록 동물등록 시점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팀장은 “개나 고양이의 경우 같은 종이거나 같은 어미에서 나온 경우 생김새가 진짜 비슷하다. 그래서 보험을 가입한 반려견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다”면서 “보험사들은 한 마리만 가입해놓고 여러 마리 돌아가면서 보험료를 타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주민번호도 있고 얼굴만 보면 식별이 되지만 개, 고양이는 사진을 찍어도 잘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식별이 가능하게끔 신체 내에 칩을 삽입하는 것을 보험사들은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진료항목별 표준수가제도 마련, 진료항목 코드관리, 진료수가 공시 등 동물 의료수가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보험회사가 반려동물 의료비 예측을 용이하게 하고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요율 산출에 필요한 진료항목별 진료통계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보험료 산출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지 팀장은 “보험사들은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치료를 받을 때 반드시 진료서에 해당 동물에 대한 ID와 진료코드를 기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어떤 반려동물이 어떤 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동물 ID 기재나 진료코드와 관련해 마련돼 있는 게 없는데 그걸 기재하지 않을 경우 반려동물이 이 병원 저 병원 왔다 갔다 하면서 같은 질병으로 진료를 받아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인식 전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반려동물 보험에 미가입한 보호자들 중 상당수는 반려동물 보험 상품에 중성화수술이나 예방접종 등과 같이 꼭 필요한 항목들이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예방접종을 포함해 모든 진료를 보험으로 보장받을 경우 오히려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이나 비용이 크지 않은 다빈도 상병 등은 자가 부담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은, 동물병원에 주기적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항목은 자부담으로 해결하고 드물게 발생하지만 큰 비용이 소요되는 수술, CT, MRI 등 진료 항목은 보험을 통해 보장받는다는 보호자들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반려동물 보험 정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험업계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지 팀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다빈도 질병이나 예방접종 등으로 병원에 갈 일이 많이 생긴다. 그럴 때 모두 다 보장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보험료 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건 보험의 영역은 아니다. 자주, 매년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은 보험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적금을 들어 대응하는 게 훨씬 좋다. 보험으로 모든 것을 다 보장받겠다고 생각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가족으로 우리 삶에 자리 잡은 반려동물이지만 각종 질병이나 사고 등이 늘어나면서 값비싼 치료비로 병원비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우리 곁에 건강하게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반려동물보험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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