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세월호추모문학 ‘숨어버린 사람들’ 이평재 작가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날의 상처가 무뎌지기는커녕 더욱 선명해져간다. <투데이신문>은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이 흐른 지금, 그날을 기억하고 아파하는 노란리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노란리본이 말하다’를 기획했다.

 

▲ 이평재 작가 ⓒ투데이신문

세월호 참사, 부도덕한 사회가 낳은 비극
지금도 여전히 그날의 상처·아픔 속에 살아

참사 이후 타인의 아픔 돌아보는 눈 생겨
모든 진실 밝혀져 국민들 상처 치유되길

세월호 참사,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
트라우마 사라질 때까지 세월호문학 계속될것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그날의 슬픔과 아픔은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령 노란리본이나 노란팔찌를 착용하고 다닌다던가 혹은 음악이나 연극 등 예술로 승화시킨다던가.

최근 작가들도 손을 맞잡고 세월호 추모 공동 소설집 ‘숨어버린 사람들’을 출간했다. 윤후명, 이평재, 김종광, 방현희, 최옥정, 방민호, 양진채, 손현주, 팽이언, 김산아, 최지애, 정남일 등 작가 12인이 각자의 시선으로 세월호 참사의 상처와 아픔을 소설로 풀어냈다.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혹은 자신의 삶 속에 스며든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들은 문학작품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투데이신문>은 그 말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이평재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이제는 세월호가 ‘세월호문학’이라는 한 장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이평재 작가, 그와 함께 세월호의 상처와 아픔을 되돌아 보고 문학을 통해 보는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출판사 예옥

Q. 세월호 추모문학 ‘숨어버린 사람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란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12인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공동소설집이다. 표제이기도 한 내가 쓴 ‘숨어버린 사람들’은 잠수사로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가 거대한 압력에 눌려 입을 다물고 폐인이 되어버린 남편, 그리고 그 삼 년 뒤 불의에 반항했지만 참으라는 말만 듣다가 자살을 택해버린 아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며 삶의 의미를 잃고 알코올에 중독된 아내의 이야기다. 소설의 마지막에 결말을 맺지 않았었는데, 이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았다.

Q. 세월호추모문학공동소설집 집필은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에 이어 두 번째인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방민호 작가를 포함한 몇몇 작가들과 함께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얘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갔기 때문에 ‘우리도 거리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니 문학으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를 문학으로서 기록하기로 결정했다.

Q. 워낙에 크고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다보니 어떤 작업보다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를 집필할 때는 단죄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강했다. 또 세월호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소설 자체도 굉장히 과격하다. 반면에 두 번째 집필한 ‘숨어버린 사람들’을 쓸 때는 처음보다는 사건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세월호를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인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첫 번째 작품이 ‘기록’이라면 두 번째는 세월호문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Q. 정부가 ‘블랙리스트’까지 만들며 문화계를 탄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블랙리스트 명단 전체가 공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 내가 포함돼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비슷한 경험은 있다. 문학비단길이라는 윤후명 선생님도 함께 하시는 소설가 모임이 있다. 문학비단길에서 매년 문학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4회째 되던 해인가, 모 단체에 기금을 신청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쪽 담당자분께서 기금을 지원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얘기했다. 그런데 발표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문학비단길은 배제가 됐다. 우리끼리는 세월호 때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내가 소설을 집필한 작가 중 한 명이고 윤후명 선생님께서 그 책의 표사를 써주셨기 때문이다.

▲ ⓒ투데이신문

Q.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을 기억하나.

당연하다. 처음에 TV를 통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오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구조 과정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음을 알게 됐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힘들었다. 팽목항에는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이후에 광화문을 굉장히 많이 찾았다. 그곳에서 텐트치고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Q.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논란이 됐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은 전혀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는 듯한데.

지금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세월호에 갇혀있다. 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삶이 망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정작 그분께서는 그 어떤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다. 보수나 진보 정치적 이념을 떠나 인간의 문제다. 근데 그걸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가 결핍된 것이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을 통해서 진실이 밝혀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Q.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국민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공감하나.

물론 공감한다. 소설을 쓰면서 당시 참사와 관련한 생생한 자료들을 많이 본 탓인지 그것들이 종종 생각 나곤 한다. 특히 침몰되는 순간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반면 여전히 세월호를 안 좋게만 보는 시선들이 너무 안타깝다. 과연 내 자식, 내 가족이 희생됐어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Q. 단순한 사고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절대로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설사 단순한 사고라고 할지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이럴 수는 없다. 아직도 세월호를 둘러싼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 밝혀지기 전까지 단순한 사고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 싶다.

▲ 이평재 작가 ⓒ투데이신문

Q.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부도덕해진 사회 현실이 결국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야기했다. 그리고 참사 이후 부도덕함을 감추기 위해 진실을 봉인해버렸다.

Q. 세월호 참사가 본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아보는 눈이 생겼다. 그전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일들에도 관심이 간다. 사회 전반에서 이런 분위기가 조성돼 서로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부도덕한 일들이 덜 일어나지 않을까.

Q. 세월호 참사에 관한 문학작품들이 더 많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의 트라우마다. 이 트라우마가 사라지지 않는 한은 세월호문학은 계속될 것이다. 설령 없어진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우리 사회에 부조리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세월호문학을 통해 이야기될 것이다

Q. 세월호가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국민 모두가 아파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진실이 밝혀져서 국민들의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상당히 부도덕해진 우리 사회에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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