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로사 방지 시리즈 법안’ 발의…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신창현 의원실 제공

한국사회서 과로, 더 이상 미덕 아니야
과로자살, ‘사회구조적 문제’ 인식해야

과로사 첫 법적 인정…’과로사 방지법’
근로기준법 59조,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장시간 노동국가다.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중에서도 2위다. 이 같은 과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또는 과로자살이라는 죽음은 어느새 귀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죽음의 근원인 과도한 노동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부실하기만 하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이 허점에 주목했다. 신 의원을 올해 초부터 ‘과로사 예방’ 관련 법안을 시리즈로 발의해왔다.

올해 3월 신 의원 등 동료의원 35명과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로사 방지법)’을 공동 발의했다. 그리고 6월에는 집배원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8월 공무원의 과로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관련 법과 대상은 각기 다르지만 과로사를 막겠다는 목적은 같다.

<투데이신문>은 신 의원을 찾아 과도한 노동시간 등 노동환경의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에 대해 물었다.

▲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신창현 의원실 제공

韓, 높은 ‘과로사 인정 기준’에 실제론 사망자 더 많을 것

Q. 과로사 방지 관련 법안을 잇달아 내놨다. 과로사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올해 초부터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공공과 민간부문, 성별, 나이 등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복지부 여공무원 과로사, 집배원 과로사, 방송국PD 과로자살, 넷마블 직원 과로사 및 과로자살 등 수 많은 과로사가 일어났다. OECD국가 중 2위의 장시간 노동국가임에도 정부 차원의 과로사 방지대책은 그동안 마련되지 않았다. 공공과 민간 통틀어 정부가 인정한 과로사만 연 350명이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아직 한국에선 과로사나 과로자살에 대한 구체적 통계나 파악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과로사나 과로자살 실태는 어떤가.

제가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간부문에서는 연평균 320명, 공공부문에서는 연평균 35명 정도가 과로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해 순직 또는 재해 처리된 것이다. 우리 과로사·과로자살 인정기준이 다소 높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살의 경우 OECD회원국 중 1위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높은 자살률과 과로자살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Q. 지난 3월 과로사 예방법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과로사’라는 단어를 법적인 용어로 규정했다. 엄연히 말하자면 현행법상 과로사는 없다. ‘업무상 재해자’ 중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를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법적인 용어로 규정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무를 법에 명문화했다. 과로사 방지 시책의 수립 및 시행, 이에 따른 국회로의 추진성과 보고, 과로사방지협의회 설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은 과로사를 법으로 공식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Q, 해당 법안은 과로사에 대한 첫 입법인데 상임위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쟁점 사안이 있나.

과로사를 막겠다는 것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해결되지 않겠나’하는 의견은 있는 것으로 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과로사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과로사가 근절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과로사의 기준이 근로시간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을 여러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초로 과로사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만큼 꼭 통과시키고 싶다.

▲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왼쪽 2번째)이 정의당 추혜선 의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등 관계자들과 '고용노동부 집배원 장시간노동 실태조사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근로시간 특례제도, 본연 취지 못 살려

Q. 과로사 예방법 발의 당시 자료를 보면 업무상 과로사의 산재 승인율은 지난 5년간 20%대, 업무상 자살의 경우에는 30%대에 불과하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산재 승인율이 낮은 건 무엇 때문인가.

과로사 인정기준이 높게 설정돼 있다. 정부가 2008년에 마련한 ‘과로사 인정기준’은 월평균 60시간이 최소 인정기준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당시 실시한 연구용역에는 52시간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시간으로 설정됐다. 일본의 경우 45시간 이상부터 과로사로 인정할 수 있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과로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규정했다. 또 과로에 대한 입증책임이 유족들에게 있는 것도 원인이다. 유족들이 사건 조사관도 아닌데 어떻게 증거를 수집하고 사업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나. 제가 발의한 과로사 예방법에는 정부가 사업주에게 자료제출을 하고 사업주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과로사를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Q. 과로자살의 경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해 치료가 늦어져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게 있을지.

먼저 과로자살을 개인적인 요인으로 추단하는 왜곡된 통념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최근 실적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건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과로자살은 ‘업무에 의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정의할 수 있는데 장시간 노동을 방임한다던가, 성과와 관련해 과도한 목표를 제시,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개인적인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는 것 같다. 우선 과로자살의 원인은 지나친 업무상의 스트레스이며 결국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Q. 최근 노동 관련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근기법 59조 폐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궁극적으로는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59조 적용대상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특례제도는 공중의 편의나 업무의 특수성으로 획일적인 근로시간 적용이 불가피한 업종에 대해 예외적으로 적용돼야 함에도 전체 임금근로자의 1/3이 이 조항에 적용을 받고 있는 등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특례업종을 폐지하더라도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적용시기는 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

Q. 지난 6월과 7월 집배원 과로사 방지법과 과로버스 방지법을 잇달아 내놨다. 두 법안 모두 근기법 59조에서 해당 직군을 제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근기법 59조에 해당하는 나머지 업종들에 대해서는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나.

특례제도에 해당하는 업종은 노사간 합의로 제한 없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과로에 시달리고 과로사로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연장근로의 상한을 마련하거나, 연장근로시간 연간 총량제 등을 적용해 일이 많은 시기에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운용하는 방안들은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지난 7월 인천우체국을 찾아 집배업무를 보고 있다. ⓒ신창현 의원실 제공

‘강제노동’ 대신 일자리 나눠 노동시간 단축해야

Q. 지난 7월에는 인천우체국을 찾아 집배원들의 고충을 들었다. 어떤 발언들이 나왔나.

대부분의 집배원이 6시~7시 등 이른 아침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오후 여섯시에 배달을 마쳐도 다음날 배달물량을 정리하느라 정시 퇴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거의 12시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일부 지역의 경우 초과근무를 축소해 실제 일한 시간보다 연장근로 수당을 덜 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배원들의 과로문제를 짚어보려 한다.

Q. 일본의 경우 2014년 과로사 등 방지대책추진법을 제정하고 2016년에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백서를 발표했다. 또 근무간 인터벌제, 주휴 3일제 등을 검토하는 등 국가 차원의 과로사 예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시사점이 있다면.

일본은 과로사 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민간 합쳐 매년 350명이 과로로 사망하는 등 하루 평균 1명이 과로로 사망하고 있다. 일본보다 우리의 현실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이 여러모로 과로사 문제에 모범적으로 대응했고 실제 과로사를 줄이는 등의 효과를 거뒀다. 우리 정부도 늦었지만 과로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본의 모범 사례를 잘 연구할 필요가 있다.

Q.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근본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사업주와 노동자, 정부가 모두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사업주는 2명이 할 일을 1명에게 시키는 ‘강제노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오래 일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도 과로사나 과로자살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과로는 미덕이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을 철저히 준수하고 많은 일은 일자리를 나눠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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