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법 없다②]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의 그늘…늘어나는 맹견 사상 피해

▲ ⓒ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 늘며 증가하는 맹견 사상사고
현행법상 견주 법적 관리의무 미약

英, 맹견 사육 시 법원 허락 얻어야
한국 정치권도 잇따라 개정안 내놔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그 암(暗)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반려견들로 인한 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맹견들로 인한 사상사고 역시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전북 고창에서 산책하던 40대 부부가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 4마리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는 목줄이 풀려 거리로 나온 도고 아르젠티노 등 맹견 두 마리가 행인을 덮치면서 30대 여성이 중상을 입은 바 있다.

이렇게 맹견들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아직 맹견에 대한 통계조차 없고, 맹견을 기르는 견주의 법적 관리의무는 미약한 실정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韓 맹견 관리, ‘외출 시 목줄·입마개 해야’가 전부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맹견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따른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의 종류로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그 잡종의 개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견종들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으로 분류되나 이를 어길 시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이다.

때문에 현재 맹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상사고들은 형법상 과실치상이나 과실치사로 처벌되고 있다. 형법 266조와 267조에 따르면 과실치상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 또는 과료, 과실치사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결국 길거리에서 맹견으로 인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더라도 해당 견주는 형사상 과실로 취급돼 처벌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울의 권유림 변호사는 “맹견으로 인한 사고가 났을 때 그 주인을 과실치사·상으로 처벌하는 게 문제라기 보다는 맹견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시골 등에서 큰 개를 많이 키웠는데 요즘에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대형견들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 시대 흐름에 따라 부족한 맹견 관리 체계를 더 강화하는 규정이 정립돼야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맹견 키우려면 법원 허가 얻어야

외국에서는 이 같은 맹견들의 관리와 사육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상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은 1991년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핏불테리어, 도사견, 도고 아르젠티노, 필라 브라질레이로 등을 특별 통제견으로 규정하고 이들 견종을 키우려면 먼저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아울러 공공장소에서 입마개 착용, 대인 배상 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 칩 삽입을 의무화하고, 이들 견종의 번식, 판매, 교환을 금지했다.

또한 만약 개가 사람을 물어 부상을 입힐 경우에는 최대 5년, 사망에 이를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이 견주에게 선고된다.

독일은 맹견의 종류를 1, 2급으로 분류해 크게 19종으로 관리한다. 특히 이중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잉글리시 불테리어 등 위험성이 큰 4개종은 소유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 LA와 뉴질랜드, 스위스의 경우에는 면허제를 도입해 맹견과 견주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걸음마 수준인 한국 ‘맹견피해방지법’

국내에서도 맹견에 대한 입법 미비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관련해 법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지난 7월 21일 ‘맹견피해방지법(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며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해당 법률안은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13조(등록대상동물의 관리 등)의2를 신설, 맹견의 관리 의무를 부과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견주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맹견을 외부로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월령이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또한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맹견이 인근주민이나 행인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는 경우, 소유자 등의 동의 없이 맹견에 대해 격리조치 등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또 이들에게는 맹견 소유자 등에게 맹견의 안전한 사육 및 관리에 관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할 의무도 부과했다.

이와 함께 해당 법을 위반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장 의원은 “맹견 특유의 공격성을 감안한다면 소유주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과 관리 의무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바람직한 동물 사육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도 지난 9월 1일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 의원의 법률안에 따르면 맹견 소유자 등의 맹견에 대한 관리의무 강화와 어린이 보호시설 및 다수인 이용 장소의 출입제한 규정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청소년 시설 및 유원지·공원·경기장 등 다수인이 이용하는 장소 등에는 출입을 금지·제한토록 했다.

또한 소유자 등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맹견이 벗어나지 않게 했으며, 이러한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더불어 개정안에서는 동물 관리의무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제명을 ‘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했다.

주 의원은 “맹견으로 분류되는 사나운 개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은데 맹견 관리 및 안전사고의 예방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맹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해 안전한 반려동물 문화 형성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사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령가구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점차 늘고 있는 반려동물 인구와 비례해 점차 반려견을 비롯한 맹견과의 접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맹견 견주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