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우루과이 발전소 공사서 韓기업과 분쟁·마찰
이상득 에콰도르 방문, 800억에 현지기업 인수
적자 전환, 결국 청산 조치...유령회사 인수 논란
미묘한 인수시점, MB 자원외교 관련성 의혹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이명박 정권 말 이상득 전 의원이 앞장섰던 남미 자원외교 행보와 관련해 개입 의혹이 제기됐던 포스코건설의 해외 손자회사가 최근 한국 대형건설사와의 분쟁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는 에콰도르의 건설회사이자 포스코건설의 손자회사인 산토스CMI가 현대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우루과이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불거진 양사간 분쟁과 관련해 뉴욕의 국제상사중재원의 판정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18일 산토스CMI 측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사간의 분쟁 결과는 올해 말 도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분쟁은 하청업체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공사를 방치했다는 원청 현대건설과 원청이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하청업체 산토스CMI가 서로 배상을 요구하며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법인이 돌연 파산을 신청하면서 그 배경과 의도 등이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벌어진 사실상 우리 기업간 분쟁이라는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분쟁 사연만큼이나 분쟁 당사자인 하청업체 산토스CMI에 시선이 몰린다. 지난 2011년 포스코 측이 인수한 산토스CMI는 과거 이명박 정권 말 이상득 전 의원이 앞장섰던 남미 자원외교 행보와 관련해 개입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뉴스타파 등 일부 언론을 통해 인수 시점과 목적, 인수 가격 적정성 등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의 경영활동 소식이 전해진 바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분쟁 소식을 통해 산토스CMI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과거 제기됐던 의혹도 덩달아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우루과이 손자회사 파산과 하도급 분쟁

지난달 28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씨가 선데이저널을 통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양사간 분쟁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인 지난 2012년 10월 말 우루과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복합발전소 수주로 주목받았던 우루과이 푼타 델 티그레복합화력발전소를 현대건설이 수주, 발전소 관리동 하청업체로 포스코건설이 인수한 에콰도르 건설업체 산토스CMI가 참여하며 불거졌다.

해당 수주건은 최대 발전용량 530메가와트급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비만 6억3천만달러 달하는 공사다. 현대건설은 산토스CMI에 2천만달러(한화 약 240억원) 규모의 계약으로 발전소 관리동 하청을 맡겼다. 하지만 관리동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산토스CMI가 사실상 공사를 포기하다시피 방치,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지난 2015년 6월 30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산토스CMI는 같은날 우루과이 법원에 당시 공사를 위해 설립했던 우루과이산토스CMI법인의 파산을 신청했다. 산토스CMI는 현대건설이 공사대금을 주지 않아 파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예상해 파산을 선택했다는 의혹도 뒤따랐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2월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토스CMI측에 요구했고 같은해 6월에는 산토스CMI측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33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그 결과 같은해 11월 우루과이 법원은 현대건설 손을 들어줬고 산토스CMI 측은 항소에 나섰다. 현대건설 측에 따르면 올해 8월 30일 진행된 2심에서도 현대건설이 승소했다.

두 회사간 분쟁은 뉴욕의 국제상사중재원까지 불이 옮겨 붙었다. 현대건설은 분쟁 발생시 뉴욕 국제상사중재원 판정에 따르기로 한 계약에 따라 지난해 5월 중재 신청을 했다. 피고는 산토스CMI의 모체인 에콰도르산토스CMI, 우루과이발전소공사를 위해 설립된 우루과이 산토스CMI, 모회사인 포스코건설이다. 현대건설은 한화 212억 상당의 배상을 청구하며 산토스CMI가 하청계약을 위반한 만큼 모회사인 포스코건설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계약 당사자가 손자회사인 우루과이산토스CMI로 자사와 무관하다며 제소 대상자에서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제상사중재원은 포스코건설도 포함해 판정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산토스CMI는 단독으로 지난 9월 19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국제상사중재원 판정절차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에 나섰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중재원의 판단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번 분쟁과 관련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계약 당사자는 저희(포스코건설)가 아니다. 산토스CMI는 손자회사로 이번 분쟁은 저희가 대응할 내용도 아니지만 (우루과이산토스CMI) 매각 전에 불거진 사안인 만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 ⓒ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쳐

포스코와 산토스CMI, 그리고 MB 자원외교

이처럼 해외에서 벌어진 국내기업간 지난한 소송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손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산토스CMI 존재 때문이다. 현대건설 하청 계약을 맺은 우루과이산토스CMI는 발전소 공사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에콰도르에 법인을 둔 산토스CMI가 모회사다. 지난 2011년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산토스CMI를 인수했다.

주목받는 대목은 포스코의 산토스CMI 인수 시점이다. 우루과이 복합발전소 공사 수주 건은 당시 MB정부는 이상득 의원이 남미지역 수차례 방문하데 따른 성과로 홍보되기도 했다.

이상득 전 의원의 에콰도르 방문 시점과 포스코의 현지 건설사 인수 시점이 묘하게 겹치면서 산토스CMI의 인수가 사업적 판단이 아닌 정권차원의 기획사업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0년 6월 남미 자원외교에 앞장서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특사로 에콰도르를 방문해 당시 에콰도르 라파엘 코레아 델가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전력, 에너지, 플랜트 광업분야 등의 경제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포스코는 2010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에콰도르를 방문한 지 6개월 뒤 에콰도르 건설업체인 산토스CMI의 인수작업을 시작, 2개월 뒤인 지난 2011년 2월 18일에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인수과정에서 주목해야할 기업이 등장한다. 산토스CMI의 지주회사인 EPC에쿼티스(이하 EPC)다.

당시 포스코건설이 산토스CMI와 지주회사격인 EPC 두 회사의 지분 57%, 포스코엔지니어링이 23% 정도를 약 800억원 이상을 들여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EPC가 조세피난처를 통해 인수한 페이퍼컴퍼니였다고 주장하며 주목받게 된다.

EPC는 영국 런던 인근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 국세청에 자산이나 현금흐름이 전혀 없다고 신고된 상태였다.

▲ 이상득 전 의원ⓒ뉴시스

정권차원 기획사업? 포스코 “말도 안되는 소리” 의혹 일축

보도 시점은 공교롭게도 포스코가 본격적으로 산토스CMI 법인 매각에 적극 나섰을 시기와 가깝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가 EPC에쿼티스 인수에만 투입한 자금은 약 500억원에 달했다.

이어 포스코가 2010년~2011년 중남미 지역 산토스CMI 계열사 10여개를 집중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포스코는 인수 당시 산토스CMI의 연간 매출액이 1억7350만 달러(192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 2~3년만에 매출이 급감해 수백억원 적자를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산토스CMI 매출은 2009년 3300만 달러, 2010년 4040만 달러에 그쳤고 인수가 이뤄진 2011년에는 380만 달러의 적자가 났다. 이번 분쟁의 당사자인 우루과이 법인도 2015년 현대건설과의 분쟁 시점에 파산신청됐다. 이에 포스코가 산토스CMI의 자산을 부풀려 인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후 포스코는 2016년부터 산토스CMI관련법인 매각 나섰고 현재 포스코 관계사 명단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EPC도 마찬가지로 명단에서 사라졌다. 전부 처분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당시 산토스CMI가 부실공사로 에콰도르 내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득 전 의원의 에콰도르 방문과의 관련성을 의심했다.

뉴스타파는 “이상득씨는 2010년 6월 에콰도르 라파엘 대통령을 찾아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졸랐고, 라파엘 대통령은 석달 뒤 한국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뉴스타파는 “당시 에콰도르 언론은 ‘포스코가 산토스 CMI를 인수한 것은 라파엘 대통령의 방한 성과’라고 보도했다”며 “포스코의 인수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의 결과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엇갈린 장부, 증폭된 의혹

또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이 회사에 대한 재무상황에 대해 큰 차이가 나게 공시해 논란을 더했다.

2012년치 사업보고서에서 포스코건설은 EPC의 총자산이 366억원, 순손실은 1억4000여만원이라고 밝혔지만,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총자산 규모를 676억원, 순손실 규모를 330억원으로 공시했다.

이후 사업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2013년 포스코건설은 산토스CMI의 자산을 395억원, 손익은 9억원 흑자로 EPC는 자산을 595억원, 손익은 5억1600만원 흑자로 기록했다. 하지만 포스코엔지니어링은 같은 기간 산토스CMI의 자산을 448억원에 손익은 1억6천만원 흑자, EPC는 501억원 자산에 330억원 적자로 기록했다.

2014년도에도 포스코건설은 산토스CMI의 자산을 382억원, 손익을 24억원 적자로 기록한 반면 포스코엔지니어링은 473억원 자산에 3억6000만원 흑자로 판이하게 다른 재무상황을 공시했다. 마찬가지로 EPC도 포스코건설은 490억원 자산에 1억5000여만원 적자로 기록했지만 포스코엔지니어링은 705억원 자산에 89억원 적자로 표기했다.

자산과 손익 모두 동일회사임에도 공시 주체에 손익이 수백억원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따라 판이하게 달랐다. 이는 자회사 손실 등을 감추기 위한 회계장부 조작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포스코엔지니어링 측에서 기재상 실수가 있었다”며 “해당 내용 정정해 공시했다”고 답했다.

또 EPC와 산토스CMI 인수를 두고 제기된 이상득 전 의원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산토스CMI인수 시기와 매각 배경에 대해서도 “당시 사업 가능성을 보고 인수했지만 적자가 지속돼 매각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걷히지 않은 MB 그림자

현대건설과의 분쟁은 산토스CMI의 분쟁조정 판결 중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올해 말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산토스CMI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각에서는 의도된 먹튀행위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EPC와 산토스CMI를 둘러싼 의혹 또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더욱이 포스코가 두 회사의 청산작업을 마무리해 의혹을 해소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는 매 정권마다 유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정권에서 권오준 회장은 이른바 친박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비서관 출신인 강태영 전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을 사장급 전문임원으로 선임하면서 또 다시 ‘정권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특히 두 정권에 앞서 이명박 정권의 그림자도 어른거리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특혜 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 과거 논란의 중심에 있던 관계사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 포스코 측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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