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자고(?)....하지만 속내는 ‘글쎄’

▲ ⓒ뉴시스

서청원·최경환·박근혜 출당 조치에 친박 반발
서청원-홍준표의 폭로전, 여론 확보에 총력

의원총회 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
올 연말까지 장기전 양상으로 갈 수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제대로 한판 붙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를 놓고 홍 대표와 서 의원이 폭로전 양상을 보이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총질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질이 결국 계파 갈등으로 증폭되게 만들 것이며, 장기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그런 전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해 자유한국당의 미래도 암담한 상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자진탈당을 내용으로 하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혁신위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권고안이지 실행을 시킬 힘이 없다. 그러나 윤리위원회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 윤리위가 박 전 대통령과 서 의원 그리고 최 의원의 자진탈당을 권유하는 권유안을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역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10일 안에 자진탈당을 하지 않으면 출당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서 의원과 최 의원은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출당을 시키기 위해서는 의원총회를 열어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서청원의 반발

홍 대표에게 있어 이번 결정은 상당히 도박 같은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로서는 서 의원과 최 의원의 출당을 마냥 미룰 수는 없는 문제가 됐다. 그것은 바른정당의 정치시계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오는 11월 13일 전당대회를 연다. 이대로 전대를 열 경우 유승민 의원이 당 대표가 될 확률이 높다. 대표적 자강파인 유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보수대통합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그 이전에 친박 인적 청산을 마무리해야 한다. 더욱이 바른정당 자강파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통합을 하루라도 빨리 이뤄내지 않는다면 바른정당 통합파 중 일부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찬성을 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에 합류할 수도 있다. 때문에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보수대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친박 인적 청산을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서청원 의원 ⓒ뉴시스

서 의원이나 최 의원은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 이후 친박의 입지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홍 대표가 자꾸 친박 인적 청산을 이야기하면서 친박의 심기를 상당히 건드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 의원과 최 의원이 출당되고 나면 그 다음 타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서 의원과 최 의원으로서는 친박을 지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순순히 출당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친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최대한 버텨야 한다. 그러다보니 홍 대표와 친박이 충돌을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충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서 의원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홍 대표의 당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서 1심 선고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현재 대법원에 심리가 계류 중이라면서 당 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자신에게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야말로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홍 대표의 가장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들춰냄으로써 서 의원이 홍 대표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홍준표의 반격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 수사 당시인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서 의원과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일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검찰에 제출하거나 직접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 의원을 향해 ‘노욕’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 홍준표 대표 ⓒ뉴시스

이처럼 홍 대표와 서 의원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면서 충돌을 벌이고 있다. 이는 서로 명분 쌓기 위한 충돌이다. 서 의원과 최 의원이 현역 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홍 대표로서는 의총을 열어 이 두 사람의 출당을 결정지어야 한다. 홍 대표가 23~27일 전술핵 재배치 관련해서 방미를 하는 관계로 홍 대표가 귀국한 이후 의총을 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전에 홍 대표와 서 의원 모두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난감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현역 의원들이다. 이대로 의총을 열 경우 어느 한 사람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들 상당수는 의총에서 두 사람의 출당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솥밥을 먹은 동료 의원을 쫓아내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찬성표를 던지기 힘들다. 아무리 두 의원의 출당에 찬성하는 의원이라고 해도 의총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부결될 가능성도 높다. 만약 홍 대표 주도로 의총이 열렸는데 두 사람의 출당이 부결로 끝날 경우 홍 대표는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출당이 부결로 끝나게 되면 친박은 홍 대표의 당 대표 사퇴를 거세게 몰아부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총을 당장 열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 지켜보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와 서청원·최경환 의원 모두에게 부담되는 의총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출당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바른정당 통합파와 보수대통합을 이룬 후 실탄(비박 의원)을 확보한 후 의총을 열어서 두 사람을 출당시킬 시나리오도 짤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계파 갈등은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전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총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기자회견으로 그 서막을 열었다. 자유한국당은 본격적으로 계파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격화되는 계파 갈등

다만 집단행동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이나 비박이나 집단행동은 서로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홍 대표와 서 의원처럼 개인의 폭로전 양상을 보이면서 여론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물밑으로는 표단속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표단속에서 과연 승리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그 눈치싸움에서 먼저 일어난 사람이 패배자가 된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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