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 ‘제빵왕’이라 불리는 SPC가 식품공룡을 넘어 외식공룡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SPC는 연남동에 대기업의 자본력이 느껴지는 트렌디하면서도 화려한 외관의 화덕피자를 전문점 ‘PIZZA UP(피자업)’을 선보였다.

개성 넘치는 소규모 점포들이 주를 이루는 연남동에 SPC가 발을 디뎠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해본 결과 피자업은 기존 연남동의 여타 상점들과는 위화감이 강하게 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피자업을 함께 간 지인도 피자 마스터와 의견을 나누며 소스, 토핑을 선택하는 게 마치 하나의 놀이 같아 재밌긴 하지만 연남동다운 느낌보다는 청담, 강남 같다는 평을 남겼다. 그는 다만,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손님이 꽤 있다는 점만큼은 연남동스럽다고 덧붙였다. 해당 매장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 주문객 1/3 이상이 포장 손님이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연남동에서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메뉴가 소비자로부터 각광받는다. 잔디밭에 돗자리나 신문을 깔고 지인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연남동 숲길 인근에는 큐브 스테이크, 피자, 수제맥주전문점 등 소규모로 된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일찍이 들어선 바 있다. 테이크아웃 그리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 연남동을 찾는 소비자의 성향을 SPC가 캐치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피자업에서 직선으로 1km도 안 되는 거리에 소규모 피자 전문점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실제 해당 매장을 방문해 그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피자업이 오픈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자업 매장에 있는 내내 기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젠트리피케이션,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그들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현재 연남동은 뜨고 있는 상권이다.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의 자료를 통해 주요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의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남동의 임대율 상승률(0.49%)은 평균(0.1%)을 웃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새롭게 유동인구가 늘어나 상가 임대료가 오르는 것으로, 상권을 만든 기존 상가임차인들은 급격하게 오른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서울 서촌마을과 경리단길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가운데 SPC가 공식적으로 연남동에 발을 디뎠다. SPC의 진출이 신호탄이 돼 다른 대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심화된 젠트리피케이션과 골목상권 침해로 상권을 일군 자영업자들만 연남동을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피자업을 선보이면서 SPC는 “앞으로 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파인캐주얼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일이 우리가 알던 연남동 모습을 변화 시킬지, 그 과정에서 혹여나 자영업자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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