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6년 11월 개최된 성창기업지주 100주년 기념행사ⓒ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가 이끈 4년만의 배당과 감사선임
계란으로 바위 깬 개미, 주주 행동주의 사례

자발적 기부활동 시도, 소액주주 인식 개선 
주주권익 증진 요구 진행형, 상생 변화 주목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지난해 3월 17일 부산 성창기업지주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소액주주 사이에서 작지만 유의미한 움직임이 있었다. 국내 최초로 소액주주들이 본인들 요구로 늘어난 배당금 중 일부를 사회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 회장이나 임직원 등이 배당금을 기부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지만 소액주주가 모여 기부에 나서는 것은 지금도 이례적이다.

소액주주의 낯선 기부

상대적으로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동의가 이뤄졌고 나머지 소액주주도 기부 취지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추진할 수 있는 일이었다. 소액주주들의 주식 배당  중 10~50% 정도를 초록어린이 재단 등 사회봉사활동단체에 자율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액주주 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분 아니라 이 같은 기부문화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까지 확산되면 막대한 주식배당금의 해외유출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기부 활동을 주도했던 이용훈 성창기업 소액주주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기부된 액수 규모가 크진 않다”고 밝혔다. 당초 1억원 정도 예상했지만 이에 미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소액주주 운동에 대한 시선 변화를 위해 의미있는 시도였음은 분명하다. 

이 같은 기부 활동이 이뤄진 것은 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해 3월 17일 창립 100주년을 맞았던 성창기업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그날 주총에서는 정기 안건 외에 액면분할, 1주당 300원의 배당 지급 등이 상정해 통과됐다. 소액주주들 요구를 수용해 4년 만에 배당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5년 3월 26일 성창기업지주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들이 기존 경영진과의 표 대결 끝에 소액주주 김택환씨를 상근감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듬해 액면분할에 배당금 지급도 이끌어냈다. 액면분할과 배당금 지급 소식에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련의 활동으로 성창기업지주는 국내 ‘주주 행동주의’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골리앗에 승리한 다윗, 또는 계란으로 바위를 깬 소액주주 운동 사례로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다.

▲ 지난 2014년 3월 개최된 성창기업지주 제34기 정기주주총회 모습ⓒ성창기업지주 

10년전 시작된 소액주주 권익증진 요구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대주주 경영진과 수년째 다퉈온 소액주주 활동이 있었다.

성창기업지주의 소액주주 활동의 출발은 200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해 1월 충남방적 소액주주연대 활동을 펼치며 전국소액주주연합회를 이끌었던 권성만씨 주도로 성창기업지주의 전신인 성창기업 소액주주들은 권익보호와 기업가치 높이기를 위한 모임을 결성됐다. 첫 모임부터 소액주주 29명이 모여 지분율 20%를 모아 주주명부 열람과 자산명부 열람 등을 요구했다.

이후 소액주주는 성창기업의 자산가치가 낮게 평가된데다 현금 배당은 하지 않고 대주주 일가 소유 회사에만 집중적으로 자금을 몰아주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자산재평가와 배당, 감사 선임 등 경영참여 요구하며 사측과 맞섰다.

지난 2011년 사측이 명지지구 개발에 따라 부산 기장군 일대 토지를 매각하며 받은 보상금 1720억원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일부 소액주주들은 사측이 소유 땅을 공개매각 절차도 없이 헐값에 매각했고 그 이익을 회사오너의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일광개발에 이익을 안겨 줬다고 주장하며 사측에 자산재평가와 현금 배당, 감사인 직접 선임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사측은 보상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했고, 보상금이 발생했지만 토지 매각에 따른 자산 손실로 배당여력이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 2014년에는 소액주주들이 사측에 감사인 직접 선임과 현금 배당을 요청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소액주주측은 주당 1500원의 현금 배당도 주총 안건으로 요청했다. 성창기업지주는 2004~2007년까지 매년 현금배당을 하다 2012년만 현금배당을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이듬해 소액주주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반복된 주주제안, 40%까지 결집한 소액주주

결국 소액주주들은 지난 2015년 주총서 의결권 40% 가까이 모아 재도전에 나선다. 정관 변경, 유상감자, 배당 제안은 부결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소액주주가 추천한 김택환 감사의 선임에 성공한다. 하지만 사측은 곧바로 김택환 감사 지위확인 가처분과 주총결의 취소 소송을 연달아 제기했다. 결국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소액주주의 요구가 관철됐다.

이후 회사 측은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이었던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급기야 지난해 주총에서는 당초 소액주주 요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4년만에 배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줄곧 요구해왔던 부동산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도 전문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감정 작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 현금배당도 작년 수준에는 못미친다. 올해 2월 성창기업지주는 보통주 1주당 1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액면가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아지고 주식수가 10배로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전년 주당 300원에 비해서는 줄어든 수준이다.

소액주주가 일군 변화의 불씨 이어질까?

그럼에도 소액주주의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부터인지 성창기업지주의 소액주주 운동이 과거만큼 활발하진 않은 모습이다. 그렇다고 대주주와 경영진을 향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 뿐 아니라 근본적인 경영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이용훈 소액주주대표는 “고액 배당이나 자산재평가 등은 일시적인 주가 부양이 될 수 있을 지언정 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장기적 해법으로 볼 순 없다”며 “결국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주주의 갑질 관행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오너일가라도 물러나 전문경영인을 도입할 수 있도록 경영인을 주총에서 평가 받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측도 주주친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펴겠다고 나서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창기업지주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액주주와 소통의 창구가 많이 부족했고 오해로 인한 마찰도 있었다”며 “하지만 주주 측 감사가 선임되고 서로 믿음이 생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소액주주의 요구에 귀 기울여 주주와 함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성창기업지주는 1916년 설립돼 2008년 12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됐다. 지난 2015년 연결기준 매출액 1773억원, 영업이익 31억원, 순이익 2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도 매출 1813억원, 영업이익은 9억7천만원, 순이익 211억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성창기업지주의 최대주주는 정해린 회장(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이다. 주식수로는 올해 9월 18일 기준으로 521만 6910주(지분율 7.48%)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을 포함해 아들인 정연오 성창기업지주 부사장( 421만4660주, 6.04%), 정연승 성창기업지주 이사 등 가족·친인척을 통해 총 2020만 7020주(28.9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성창기업지주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소액주주는 7212명으로 4108만 5022주를 보유, 전체주식의 58.89%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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