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미투논란에 몸살 앓는 유통업계
저가 생필품 시장도 마찬가지

원조 연상되는 다양한 제품
디자인 비슷해 소비자 혼동

미니소‧버터 “미투제품 아냐”
다이소, 묵묵부답으로 일관

시장에 쏟아지는 유사상품
권리 침해 막는 규제 필요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미투제품은 항상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인기 제품을 모방해 원조 업체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상술은 비윤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원조 업체가 일군 성공에 그대로 숟가락만 얹는 행위는 업계 전반적이 공멸을 야기할 수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문구류부터 디지털기기까지
유명 브랜드 연상되는 제품들

사전적 의미로 ‘~을 모방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미투(Me too)’. 이런 미투 성격이 다분한 후발 주자들의 상품 때문에 원조 업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저가 생활용품 시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지 확인결과 다이소를 비롯해 미니소, 버터 등 저가 생활용품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들이 문구류부터 욕실용품, 잡화, 화장품, 디지털기기 등 유명 브랜드의 상품이 연상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 크록스 클로그 디자인이 연상되는 다이소 신발 ⓒ투데이신문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이소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해외 유명 신발 브랜드 크록스의 ‘클로그’가 연상되는 신발을 잡화 판매대 한편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크록스의 클로그 한 켤레는 평균 4만원에서 5만원 선.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신발은 단돈 5000원, 다이소가 크록스 클로그가 연상되는 신발을 크록스보다 많게는 1/10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가 높은 제품이 큰 인기를 끈다. 따라서 디자인이나 특성이 비슷한 제품이라면, 두 제품을 비교했을 때 가격이 저렴한 상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병원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A씨(25)는 “다이소에서 크록스 스타일의 신발을 5000원에 판매하길래 구매했다”라며 “집 인근에서 신을 용도라면 차라리 저렴한 게 나을 것 같아 다이소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A씨뿐만이 아닌듯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다이소에서 크록스 스타일의 슬리퍼를 구매했다는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다이소가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상당히 점하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 샤오미 보조배터리와 디자인이 흡사한 미니소 보조배터리 ⓒ투데이신문

원조와 디자인 흡사해 소비자 혼동 야기
미니소‧버터 “미투아냐”…다이소, 묵묵부답

더욱 주목할만한 점은 저가 생활용품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원조 업체의 제품과 굉장히 흡사해 소비자들도 쉽게 혼동한다는 점이다.

미니소에서 판매하는 ‘PB75 메탈 커버형 보조배터리 7500mAh’를 본 30대 직장인 정모(30)씨는 “디자인이 흡사해 샤오미 제품인 줄 알았다”라고 깜짝 놀라 했다.

이 외에도 해당 제품을 본 20대 직장인 전모(25)씨와 이모(27)씨도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은 샤오미 보조배터리인 줄 알았다고 평했다.

▲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의 알로에베라와 디자인이 흡사한 다이소 화장품 ⓒ투데이신문

저가 생활용품점에서 디자인이 흡사한 제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니소에서는 독일 프리미엄 필기구 브랜드 라미(lAMY)가 연상되는 펜을 900원에, 페이스 롤러 브랜드 ‘리파’ 디자인이 떠오르는 ‘솔라슬리밍바디마사지기’를 1만3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라미와 리파가 각각 온라인 최저가로 2만4500원, 17만9700원인 것을 고려하면 미니소는 원조 업체의 인기 제품과 디자인이 흡사한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이소에서는 향수 브랜드 데메테르가 연상되는 향수와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의 알로에 베라가 떠오르는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버터에서도 샤오미 보조배터리 특유의 디자인이 연상되는 보조배터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니소와 버터 측은 미투제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미니소 관계자는 본지에 “미니소 대표 디자이너인 미야케 준야를 비롯해 세계 각국 200명의 디자이너와 8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매달 200여개 이상의 신제품을 미니소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한다”라고 해명했다.

버터 측은 문제가 되는 제품이 자사 PB 상품이 아닌 만큼, 미투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조배터리 미투 제품 의혹과 관련해 버터를 운영하는 MH&CO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당사의 PB상품이 아닌 특정 업체의 'TEMPLER‘라는 디자인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미투 제품 의혹과 관련해 다이소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본지가 다이소에 공문을 비롯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다이소 측은 “제품 OEM(주문자위탁생산)등의 관계는 없다”라고 말할 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미투로 보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20대 직장인 이모(24)씨는 “후발 기업들이 마구잡이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행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좀 더 떳떳한 자신들만의 제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소비자로서의 목소리를 냈다.

▲ 샤오미 보조배터리가 떠오르는 버터 보조배터리 ⓒ투데이신문

규제 힘들어 쏟아지는 미투제품
원조업체 권리 침해 않는 제도 必

유통업계가 미투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미투제품으로 보이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는 원조업체가 디자인이나 상표권 등으로 후발업체에 소송을 걸더라도 승소판결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윤철한 팀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원조업체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출시한 상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유사상품이 무분별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원조업체가) 많은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기존상품과 별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이 혼동하게끔 나오는 미투제품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팀장은 “다만 원조 업체의 상품을 아이디어로 삼아 더 나은 품질, AS 등이 보장 되는 (미투)제품을 선보인 경우에는 무조건 비판할 수 없다”면서도 “경쟁 시장에서 (미투제품이) 완전히 특허권이나 노력을 침해하는 형태로 가는 것은 큰 문제”라고 과도한 미투제품 출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 팀장은 원조 업체의 권리를 강화할 만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원조사품에 대해서 이분(원조업체)들이 관련된 특허를 갖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라며 “상품이 나왔을 때 다른 업체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유통업계는 넘쳐나는 미투제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조업체의 인기에 편승해 인기와 돈, 두 마리 토끼를 쉽게 가져가려는 후발주자들의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원조업체가 시간과 비용을 소요해 힘들게 일군 성공에 그대로 편승해 후발주자가 동일한 상품을 너도나도 내놓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원조업체는 물론 관련 상품의 인기가 사그라질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상 수요보다 과잉공급되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쉽게 질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니버터맛 감자칩’, ‘과일소주’가 대표적인 예다.

저가 생활용품 시장이 시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원조제품을 모방해 인기를 그대로 이어가려는 행위는 시장의 역행은 물론 업계 전반적인 공멸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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