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친박…그 돌파구는

▲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원유철 의원, 이우현 의원 ⓒ뉴시스

원유철·이우현·최경환, 검찰 수사 도마 위에
친박·친홍·친김 계파로 이뤄진 자유한국당

내달 원내대표 경선 승리자는 누구에게
원내대표 경선 이후 친박 청산 본격화로

친박이 몰락하고 있다. 친박 원유철·이우현 의원에 이어 최경환 의원까지 검찰 수사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당내에서는 친박 청산의 칼날이 춤추고 있다. 만약 다음달 열릴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인사가 원내대표를 장악하지 못할 경우, 친박 인적 청산을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친박에게 이 겨울은 매서운 겨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검찰의 칼끝은 이제 친박으로 향하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여권에게 향했던 검찰의 칼날은 이제 자유한국당의 친박을 향하고 있다. 친박 원유철·이우현 의원에 이어 최경환 의원까지 검찰 수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원유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평택에 기반을 둔 기업가들에게 사업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신 1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우현 의원은 한 인테리어 업체 대표 안모씨가 회사에서 횡령한 40억원 가운데 일부를 제공받은 의혹으로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만약 기소라도 된다면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이들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죄 확정판결을 받게 된다면 출당 조치까지 내려질 수도 있다.

▲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뉴시스

떨고 있는 친박

이미 당 윤리위로부터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최경환 의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여야 국회의원 5명에게 특수활동비를 제공했다는 정보를 검찰이 입수, 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 의원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검찰의 수사 칼날이 친박에게만 국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발견된다. 때문에 이로 인해 자유한국당의 계파 지형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계파 지형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친박, 홍준표 대표를 따르는 친홍,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김으로 나뉜다. 이렇게 계파가 나눠지면서 당내에서는 상당한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당내 계파갈등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천권 다툼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친홍과 친김 입장에서는 최소한 내년 1월 전까지 친박을 쳐내지 않으면 공천권을 친박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두 세력이 하나로 뭉쳐서 일단 친박을 몰아내는 작업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난 후에 공천권을 두고 친홍과 친김이 다투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친홍·친김의 가장 첫 번째 목표는 친박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친박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면서 친홍이나 친김 입장에서는 손대지 않고 코 푸는 격이 됐다. 또 이로 인해 계파 지형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뉴시스

계파 지형은

그 변곡점은 아무래도 내달에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우택 원내대표의 임기는 다음달이면 끝난다. 친박계인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지 않고 버텨왔다. 현역 의원들은 당 윤리위가 출당 조치를 내리더라도 현역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총을 열어야 하는데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을 여는 것을 일단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내달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홍이나 친김 인사가 원내대표 자리에 앉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친박 출당 의총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친박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이 친박계를 겨냥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친박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강경 친박들이 나서서 친홍이나 친김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등 최근 친박 인사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홍준표 대표는 지난 16일 울산시당에서 열린 청년 정치사관학교 특강에서 ‘계파 활동하는 놈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내부 혁신을 하고 국정농단에 책임 있는 친박 핵심을 쳐내서 깨끗한 그릇을 만들었을 때 민심이 돌아온다고 밝혔다. 친박 인적 청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금 당장 친박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까지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의 향방이 주목된다. 현재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 중에는 친박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공천권을 친박이 틀어쥐고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똘똘 뭉쳐서 홍준표 대표의 친박 인적 청산에 대항할 것인지, 아니면 홍 대표의 친박 인적 청산에 무릎을 꿇고 항복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 ⓒ뉴시스

친박의 반격

여기에 바른정당 탈당파까지 합류하면서 자유한국당의 계파 지형 변화는 상당하다. 또 이 때문에 친박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출당된 상황이기 때문에 친박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다만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 서 의원은 홍 대표와 관련된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가 또다시 친박 인적 청산을 외치면서 서 의원의 출당 문제를 꺼내 든다면 해당 녹취록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점차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계파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친박 인적 청산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친박이 살아남아 다시 자유한국당 내 최대 계파로 자리매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유한국당이 검찰 수사를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칫하면 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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