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BMW그룹코리아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김효준 BMW코리아(이하 BMW) 대표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뒤따르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최초의 최고 경영인이자 20년 장수 CEO. 상고 출신으로 ‘직장인의 신화’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쩍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수입차 막강한 경쟁자인 메르세데스-벤츠에 지난해 1등자리를 내준 뒤 좀처럼 탈환하는데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인증서류 조작으로 역대 최다 과징금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향후 신뢰도 추락의 무게도 가늠키 어렵다. 김 대표의 리더십이 그 어느때보다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다.

또 뒤로 미뤄지는 수입차 1위 탈환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BMW는 4만5990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3% 증가한 수준이다. 월 평균 판매량을 고려하면 남은 기간 판매량에 따라 올해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BMW는 월 평균 4500여대를 판매해 지난해 판매량 4만8459대를 넘어 연간 판매목표 5만5000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엄연히 좋은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입맛은 개운치 않다. BMW 보다 앞서 있는 경쟁사 메르세데스-벤츠의 존재 때문이다. 같은 기간 벤츠는 5만8606대를 판매하며 BMW를 앞섰다. 판매증가율도 벤츠는 30.3%에 달한다. 벤츠는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 5만6343대를 넘어섰고 올해 연간 판매목표인 6만대 판매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BMW는 지난해 7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에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김 대표는 올해는 지난 2월 출시한 BMW 5시리즈를 앞세워 재탈환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줄곧 내비쳐왔다.

하지만 올해도 1위 탈환은 어려워 보인다. 벤츠와의 격차는 지난 9월 300대 수준에서 10월에는 140대 수준으로 줄었지만 10월 들어 격차가 이미 1만2616대로 벌어졌다. 2000대 이상의 판매 격차를 보였던 상반기 부진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BMW코리아가 하반기 신차를 배치하고 가격 할인 등 역적을 위해 강수를 두고 있지만 BMW가 남은 두달 동안 벤츠의 1위 자리를 탈환하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과징금 최고액 경신 ‘불명예’, 신뢰도 추락은 ‘덤’

무엇보다 최근 BMW가 사상 최대 과징금을 무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는게 김 대표로서는 가장 큰 타격이다. 당장 고객 신뢰도 추락에 대한 우려는 물론 BMW코리아를 이끄는 김 대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환경부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수입차 3개사가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변조, 부품 임의변경 등으로 인증취소와 총 7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 중에서도 BMW는 배출가스 인증기준 위반 관련 608억원의 과징금 물게 됐다. 함께 적발된 벤츠(78억원), 포르쉐(17억원)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는 폭스바겐 사태(319억원) 이후 배출가스 관련 과징금 역대 최고액이다. 정부가 폭스바겐 배출가스 임의설정·인증서류 위조 사태 이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자 지난해 7월부터 차종당 과징금 부과 상한액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면서 BMW가 역대 과징금 최고액 주인공이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BMW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판매한 경유차 10종, 휘발유차 18종 등 28개 차종 8만 1483대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시험한 차종 및 시험 시설과 다르게 기재하거나 일부는 시험결과값을 임의로 낮춰 기재하는 수법이 사용됐다.

BMW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험성적서 위변조 건은) 독일 본사 차원에서 진행됐던 것 아니고 한국(BMW코리아)에서 서류제출 등이 미비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환경부에서 과징금 발표했지만 현재 소명 과정이고 아직 청문 절차도 남아 있다. 최종 결정이 나오면 공식적 답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3월 서울세관 조사가 들어오면서 그때 내부에서 파악한 것으로 고의성은 없었다”면서도 “정부 당국의 조사는 성실히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BMW 측은 정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소명 작업을 펼치는 동시에 일부 차량에 대한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고 이번 사태가 안전과 무관한 사안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적극 알리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후폭풍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BMW 528i xDrive 등 37종 8만9264대는 인증·재인증을 받을 때까지 판매정지 처분이 결정됐다. 판매재개까지는 최소 10일에서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어 판매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보다 고객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이 입을 타격이 더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 대표의 이른바 한국화 경영으로 구축한 고객 충성도와 이를 받쳐주는 신뢰도에 흠집이 나는 것은 당장의 판매율 하락보다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위변조 사건이 BMW가 성능을 부풀리기 차원 보다는 내부의 절차적 편의를 위해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국내 인증 체계를 무력화한 행위라는 점에서 처벌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인증절차에 대한 BMW의 개선의지 부족도 지적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닐지라도 부실한 내부절차가 언제든 고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W는 2015년 이후 인증 조직을 R&D센터 산하에 설치하고 인증 관련 인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된 셈이다.

20년간 쌓아올린 ‘김효준 표’ 공든탑 무너질까

게다가 이번 사태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이다. 이미 서울세관은 지난 8일 BMW 등 적발 업체를 부정수입 등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따라 법인은 물론 자칫 김 대표도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그동안 김 대표가 쌓았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시점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95년 BMW코리아 출범 당시 재무담당 상무로 합류해 2000년 BMW그룹 최초의 현지인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 사장은 당초 정년 60세가 되는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지만 연임이 확정되면서 현재 ‘20년 장수 CEO’라는 보기 드문 타이틀을 얻게된 동시에 ‘직장인의 신화’라는 찬사도 얻게 됐다. 연간 판매량도 취임 당시 2천대가 체 안됐던 연간판매량도 5만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BMW를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지위에 올려놨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BMW 자동차는 33만 5546대로 벤츠 32만 3426대보다 많다.

하지만 어느새 벤츠에 선두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더니 결국 역대 최대 과징금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탄탄대로 였던 최 대표의 경영 행로에 가장 큰 위기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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