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브랜드 성패 좌우하는 ‘네이밍’
의미 논란될 수 있어 신중해야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최근 신세계그룹 제주소주의 ‘푸른밤’이 성매매 현장에서 사용되는 은어를 제품명으로 사용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LG생활건강은 시바견 캐릭터와 협업한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광고 문구로 ‘시바’를 강조한 것이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욕설로 들린다는 지적을 받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반면 유니클로의 ‘히트텍’처럼 제품의 특성을 꼬집어 네이밍(naming, 이름짓기) 한 것이 세련됐다는 이미지로 탈바꿈해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경우도 있다.

이처럼 네이밍은 브랜드 성패를 좌우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네이밍에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면 단기간에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반응 또한 만만치 않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 ⓒ뉴시스

성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네이밍

성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는 브랜드 네이밍은 이미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 9월에 출시된 ‘정용진 소주’라 불리는 신세계그룹 제주소주의 ‘푸른밤’은 성매매 은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소주는 알코올농도에 따라 알코올도수 16.9%의 저도주에는 ‘짧은 밤’, 20.1%의 고도주에는 ‘긴 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성매매 현장에서 은어로 사용되는 짧은 밤(성매매 여성과 짧은 성관계 의미)과 긴 밤(성매매 여성과 아침까지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을 제품명에 사용했다며 도를 지나친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간단한 영어단어로 구성돼 한국인에게는 제품에 담긴 의미가 잘 전달되나, 정작 외국인에게는 그 의미가 성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브랜드 이름도 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Anycall)’이 대표적인 예다.

“Digital Exciting Anycall(디지털 익사이팅 애니콜)”. 10여 년이 지났지만, 뇌리에서 쉽사리 잊히지 않는 삼성전자 애니콜의 광고 문구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Galaxy)’ 브랜드가 나오기 전 피처폰인 ‘애니콜’ 브랜드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바 있다. 가수 이효리, 배우 전지현 등 내로라하는 스타를 광고에 등용한 점도 인기를 끄는 데 한몫했다. ‘언제(Any When), 어디서나(Any Where) 통화가 잘 된다’라는 뜻을 담고 있던 애니콜. 그러나 애니콜이 성매매 여성을 속칭하는 콜걸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어 한국과 중화권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삼성 모바일(Samsung Mobile) 브랜드를 사용했다.

최고라는 독일어 ‘지펠(Zipfel)’에서 착안한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브랜드 지펠(Zipel)은 ‘완벽한 품질의 품격있는 생활(Zero defect Intelligent Prestige Elegant Life style)’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펠이라는 네이밍에도 성적인 의미로 오인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최고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지펠에 ‘남성의 은밀한 부분’이라는 뜻을 가진 속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지펠의 브랜드명을 Zipfel로 표기하려 했던 삼성전자는 속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브랜드명에서 ‘f’를 빼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국내 굴지의 화장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의 ‘Amore’도 성적으로 연상될 소지가 있다. 아모레(Amore)와 표기가 상당히 비슷한 이탈리아어 ‘Amoremino’가 ‘거리의 여자’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 SSG닷컴에서 판매되고 있는 페리오 제품 캡처본 <사진=SSG닷컴>

욕이나 비아냥 연상돼 곤욕 치른 브랜드

제품 마케팅이 욕이 연상돼 뭇매를 맞은 경우도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시바견 캐릭터와 협업한 구강청결제품 ‘페리오 X SHIRO&MARO’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광고문구로 “가글 상쾌해 시바”, “치약 짜지마 그냥 눌러써 시바” 등의 문구를 기재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문구에서 시바견의 ‘시바’만 사용한 것이 욕설과 유사하게 들려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임팩트는 확실하지만 소비자에게 그냥 욕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합법적으로 욕하네” 등 과한 마케팅이 보기 불편하다는 소비자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비아냥이 연상돼 한동안 곤욕을 치른 브랜드도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SONATA)’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대자동차가 쏘나타를 시장에 첫선을 보이던 지난 1985년 쏘나타의 이름은 쏘나타가 아닌 ‘소나타’였다. 이를 두고 경쟁업체에서는 ‘소나 타는 자동차’라는 별명으로 소나타를 네이밍해 비아냥댔고, 결국 현대자동차는 쏘나타로 이름을 수정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파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이 쏘나타를 두고 “개나 소나 타는 차”, “서민 차”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네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예인 셈이다.

▲ ⓒ뉴시스

독특하거나 세련돼 성공한 경우도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엄마는 외계인’처럼 독특한 네이밍이 성공한 경우도 있다. 다크 초콜릿과 밀크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 총 세 가지 맛과 씹히는 초콜릿 과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아이스크림은 제품명인 ‘엄마’ 혹은 ‘외계인’과 그 어떤 접점도 없다. 이름과 그 어떤 연관성이 없는 해당 아이스크림은 독특한 이름 때문인지 숱한 후일담을 내놓으면서 지금까지도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히트텍(HEATTECH)’처럼 제품의 특징을 꼬집어 네이밍한 게 통한 경우도 있다. 히트텍은 ‘내복’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된 네이밍 덕분인지 올드한 이미지보다는 세련된 느낌이 강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이다. 실제로 F/W 시즌이나 유니클로 자체 행사 시즌이 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제품이나 브랜드에 붙일 브랜드 네이밍을 잘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경영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보면 선정성이 있거나 욕설이 담긴 네이밍이 소비자에게 쉽게 각인돼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정작 기업 이미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브랜드 전략 컨설팅 전문 업체 브랜드앤컴퍼니 김동찬 디렉터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언어는 주관적인 영역이다 보니 네이밍을 할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단어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네이밍이 성적인 의미가 담긴 은어거나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에 대해 김 디렉터는 “기업이 사전에 검토를 못 했거나 혹은 노이즈마케팅을 노린 것일 수 있다”며 “그런 실수는 기업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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