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등장 ‘공학연’ 1억원 지원 세금계산서 공개

▲ 구본무 LG그룹 회장ⓒLG그룹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이른바 ‘박근혜 게이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LG그룹이 최근 보수단체에 거액을 지원해온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정경유착 이슈와 거리를 둬왔던 LG그룹이라는 점에서 유독 시선을 끌고 있다.

앞서 LG그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78억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 구몬부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검찰에 소환돼 그 경위를 추궁당한 바 있다. 그 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지도 않았고 언론에서 회자되는 일도 없었다.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받는 모습과 차이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겨레21’에서 공개된 영수증으로 거대한 정경유착 고리 한 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겨레21이 지난 6일 보도한 ‘[단독] 박근혜 때도 기업 보수단체 거액 지원 계속돼’ 제하의 기사에서 LG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하 공학연)에 발행한 한 세금계산서가 공개됐다.

해당 영수증은 지난 2013년 10월 2일 전시협찬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는 영수증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원된 자금은 공학연 사무총장 이희범씨가 사무총장을 겸하던 (사)대한민국감사위원회가 주관한 ‘기적을 캐고 나라를 구하라’는 행사에 사용됐다. 행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시가 자금난으로 마무리되지 못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요청으로 이뤄진 지원이었다.

보수단체 행사에 대기업이 돈을 지원한 것이다.

문제는 지원 배경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공교육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1억원을 협찬한 것일 뿐이라는게 LG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원 발표를 통해 확인 됐듯이 공학연은 최근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화이트리스트 단체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쉬이 납득하기 힘들다. 공학연에 대한 지원은 전 정부의 ‘친정부 여론 조성을 위한 보수단체 재정 지원’이라는 명목에 대기업이 동원된 사례로 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공학연은 ‘좌파 교육감 반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추방’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등 집회 활동을 벌여온 대표적인 보수단체로 꼽힌다. 서울남부지검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일 공학연 단체 사무실과 이경자 대표, 이희범 사무총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수증이 발급된 시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해당 기사는 이번에 공개된 LG의 세금계산서가 “지난 10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이하 국정원TF)가 공개한 이명박 정권 시절의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사업’과 같은 재벌의 보수단체 지원 행위가 박근혜 정권에서도 계속됐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TF는 이명박 정부시절 진행되던 대기업의 보수단체 지원 활동이 국정원 심리전단 댓글 활동이 노출되면서 2012년 12월쯤 중단됐다고 발표한바 있다. 해당 기사에서는 LG 고위 관계자가 공학연 자금 지원에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이 사실이라면 LG의 공학연 지원은 정권 차원의 재벌 보수단체 지원 활동이 박근혜 정권에서도 지속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또 앞서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경련을 통한 우회로가 아닌 재벌이 직접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사례라는 점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특히 그동안 박근혜 게이트 등 일련의 정경유착 스캔들에 잘 거론되지 않던 LG가 의혹의 중심에 등장했다는 것도 시선을 끌고 있다.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안정적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면서 경영권 승계 문제 등 오너리스크 큰 잡음을 내지 않았던 곳이다. 추진 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도 별로 거론되지 않았다.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 모임에 한동안 나가지 않는 등 LG그룹은 정재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오면서 그동안 정경유착 이슈와도 거리를 둬왔다.

그렇다 보니 이번 재계를 강타했던 ‘박근혜 게이트’에서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나아가 재판대까지 오른 다른 재벌 기업에 비해 별다른 외풍을 맞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드문 정경유착 무풍지대 였던 셈이다. 하지만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세금계산서가 공개되면서 LG가 고수해왔던 청정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사정기관의 박근혜 정부에서 보수단체와 대기업의 유착 수사선상에 LG의 이름이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공개된 세금계산서의 성격과 배경에 대해 LG의 입장을 직접 들을 순 없었다. 본지가 LG측의 직접 설명을 듣고자 했지만 LG그룹 언론홍보 관계자는 “(자금 지원과 관련해)아는 것이 없다”는 답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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