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등 오너일가 대주주와 자사주 헐값 매수 논란

▲ 아트라스BX가 운영하는 레이싱팀ⓒ한국타이어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벌어진다. 싸움의 장은 다음달 27일 열리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자동차 배터리업체 아트라스BX의 주주총회장이다. 골리앗인 대주주 한국타이어 오너일가가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윗으로 소액주주가 나섰다. 다윗은 대주주가 막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불공정한 방식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달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아트라스BX의 ‘주주총회소집결의’가 공시됐다.

다음달 27일 오전 10시 대전에 위치한 아트라스BX 본사 대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는 내용이다. 1주당 액면가격 1000원을 100원으로 주식분할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자사주 소각 후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시장(코스피)로 상장하자는 의안이 올라왔다.

소액주주의 제안으로 성사된 주총
자진상폐, 자사주 매입으로 촉발된 갈등 

두가지 모두 아트라스BX 소액주주의 제안이다. 이번 주총은 아트라스BX 소액 투자자의 요구로 이뤄졌다. 하지만 주총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지난달 25일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소액주주 28인 명의로 대전지방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했다. 거듭된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사측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이 판단을 내리기 전에 사측이 주총 제안을 받아들여 사실상 소송전은 일단락 됐다.

주총 개최 소송전이 불거질 정도의 소액주주와 대주주간 갈등은 아트라스BX가 자진상장 폐지를 추진하면서 회사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촉발됐다.

여기서 대주주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일가다. 현재 아트라스BX는 최대주주는 한국타이어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31.13%), 자사주(58.43%), 소액주주(10.44%)로 구성돼 있다.

▲ 왼쪽부터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다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23.59%, 그의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19.34%,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19.91%, 장녀 희경씨 0.83%, 차녀 희원씨 10.82% 등 오너일가 지분만 73.92%에 달한다. 사실상 아트라스BX의 대주주는 한국타이어 오너일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아트라스BX는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밝혔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최근 빠르게 변하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 등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진 상장폐지) 추진은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자진 상장폐지라는) 목적은 변함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아트라스는 지난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에 두 차례 나섰다. 상장 폐지 신청을 위해서는 합산 지분 95%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회사돈을 들여 자사주 매집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3월 일반 주주 보유 지분에 대해 1차 공개매수를 진행해 56.55%를 자사주로 사들였다. 최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31.13%)을 포함해 87.68%를 확보하는데 그쳐 같은해 5월 2차 공개매수에 나섰다. 1차와 같은 주당 5만원에 공개매수 방식을 취했다. 여기서 지분 7%를 추가로 사들여야 상장폐지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31.13%)과 자사주로 만든 58.43%를 합쳐 89.56%에 그쳐 결국 상장폐지 추진이 중단됐다.

주당 매수가격이 1차와 2차 동일한 점이 문제가 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당시 과거에 주식이라는지 추이 감안했을 때 4만1000원이 최고 주가였다”며 “아트라스BX가 주식시장에서 거래량 많던 주식도 아니기 때문에 5만원이면 당시 기준으로 주주 환원 등 고려 했을 때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차 공개매수 공시 당시 아트라스BX 주가는 5만500원 수준이었다.

▲ ⓒ게티이미지뱅크

헐값에 늘어나는 자사주?
대주주만 유리한 상폐의 길

하지만 매수 대상이었던 소액주주의 계산은 달랐다. 1차 자사주 매입으로 영업이익이 커지고 또 잔존 주식 규모가 줄어든 만큼 주당 가치는 그 배로 커져야하는데 동일 가치를 적용한 것은 주주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주주 지분은 보존된 가운데 회사돈을 들여 소액주주 지분을 사들이게 되면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효지분율이 상승함에 따라 잔존주식의 주당 수익가치 또한 오른다.

결국 회사 돈으로 소액주주 지분을 매입하면 대주주를 포함한 지분을 매각하지 않은 잔존주주의 주당가치증가속도(ROE)는 기존보다 2.25배 빠르게 높아져 연간 25%로 증가해 보석과 같은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가치가 적용되지 않은 동일한 가격으로 추가 매입을 하게 되면 결국 지분을 그대로 보존한 대주주의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주식을 판매하는 소액주주는 그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 된다.

이번 주총 소집을 요구한 밸류파트너스운용의 김봉기 대표는 “대주주가 소수주주와 동업자 관계를 정리하고 회사지분을 모두 소유하고자 한다면 대주주의 돈으로 소수주주인 파트너에게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자진상장폐지는 소액주주에게 일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대주주가 보유 자산과 미래의 현금흐름을 모두 차지하는 과정이므로, 주식의 적정 가격을 놓고 대주주와 소수주주간의 제로섬 게임 형태의 거래”라며 “특히 회사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상장폐지의 경우 소액주주와 대주주 모두의 돈인 회사의 자금으로 소액주주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집행돼서는 안되며 합리적인 주식의 내재가치를 반영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개정해 소액주주 범위에 자사주를 제외시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규정 개정으로 아트라스BX 경우 주식분산요건(소액주주 20% 이상)을 미충족하는 상태가 된다.

현재 이 종목의 소액주주 비율은 68.87%지만 자사주를 빼면 10.44%로 줄어든다. 아트라스BX가 자사주를 매각해 유동주식 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자동 상폐될 가능성이 높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당연히 주식가치는 더 얼어붙게 된다. 가뜩이나 아트라스BX가 ‘자진 상폐’를 선언하면서 주식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자동 상폐가 진행되면 소액주주들은 작년 공개매수가격인 주당 5만원 정도, 심지어 더 싼 가격에 정리매매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자사주를 사들여야하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투자금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받아야할 소액주주로서는 아찔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상장폐지가 현재 주당 가격으로 이뤄지면 이럴 경우 대주주는 자사주 명목으로 주식 내재가치의 3분의 1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약 687억원에서 1688억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반면 소액주주는 그만큼 손해를 본 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밸류파트너스는 경영진에게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9월 초에 요청을 했지만 묵살당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일단 분산요건을 충족해 관리종목으로 지정을 막아야한다. 이번 주총에 액면분할과 자사주 매각을 의안으로 내세운 이유기도 하다.

상폐 직면 얼어붙은 주가
대주주 웃고 소액주주 아찔 

나아가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대주주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부양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매년 12~13% 수준을 유지했던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률)도 상폐 절차를 밟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2.25%로 대폭 낮췄다. 실적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부양요인을 의도적으로 눌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 대표는 “만약 동일한 배당성향을 유지하면 배당수익률이 4%에 가까워 주가가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대주주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소액주주를 희생시켜 대주주가 기업을 독식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는 배임”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아트라스BX 대주주인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주주의 요구 조건이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하는 자리”라면서도 “아트라스의 매출이 크지 않아 앞으로 비즈니스 신성장 동력 찾지 못하면 안되는 상황이다. 상폐는 그걸 위한 과정”이라며 상폐 의지를 드러냈다.

소액주주 측에 서 있는 밸류파트너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대표는 “우리가 요구한 액면분할이나 코스피로의 시장 이전은 주가에 긍정적이다”이라며 “그러면 대주주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분 100% 소유하기 전까지 대주주가 주가부양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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