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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낙태죄, 되레 여성의 건강·안전 위협”
반대 “낙태, 여성 건강에 결코 이롭지 않아”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23만5372명 국민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러 여성단체에서도 이번에야말로 낙태죄를 뿌리 뽑겠다는 듯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반대 측의 입장도 만만치 않게 강경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낙태가 불법으로 금지돼있다. 하지만 암암리에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낙태죄 폐지를 두고 찬반 의견이 바늘 끝과 바늘 끝이 마주하듯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태아의 ‘생명권’ 보장해야 한다는 반대 측의 의견은 쉽사리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사진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국내서 금지된 ‘낙태’, 암암리에 만연

지난 지난 9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미프진‘(Mifegyne)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게시자는 “원하지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라며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면서 “몇몇 국가에서는 자연유산 유도약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 약은 12주 안에만 복용하면 생리통 수준의 통증과 약간의 출혈을 통해 낙태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른 불법 낙태 수술은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 및 합법화를 촉구했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제270조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한 의사 등에 대한 처벌이 규정돼있다.

다만 1973년 2월 모성의 생명 및 건강 보호와 건전한 자녀 출산 및 양육을 제도적으로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모자보건법’을 통해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우생학적 혹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 혹은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혹은 준강간에 의해 임신이 된 경우 ▲법률상 혼인이 불가능한 혈족 혹은 인척 사이에 임신이 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학적으로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낙태, 즉 ‘임신중절수술’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가임기 여성 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가 ▲2008년 24.1만건 ▲2009년 18.8만건 ▲2010년 16.9건으로 집계됐다.

복지부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매년 인공임신중절 시술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공임신중절 시술과 관련한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행해진 인공임신중절의 정확한 건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17만건(2010년 기준)의 인공임신중절 시술 가운데 95%가 불법일 것이라는 것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의 설명이다.

▲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자연유산 유도약, 수술보다 안전하다?

낙태죄 폐지와 동시에 거론되는 것이 바로 자연유산 유도약 '미프진'의 도입 및 합법화다.

미프진이란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경구용 임신중절약’으로 낙태수술 부작용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 가능한 전문의약품으로 미국,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 61개국에서 승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또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흡입식 낙태수술보다 미프진이 안전하다며 이를 필수 의약품으로 등록했다.

현행법상 낙태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된 약물로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이들은 ‘미프진’을 합법화도 함께 주장하고 있다.

미프진은 임신중절 수술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의 정확한 처방이나 판단 없이 미프진을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김동석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미프진이 ‘안전한 약’이라고만 알려지는 게 우려스럽다”면서 “이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들의 진단과 처방 후에 사용해야 하고, 사용 후에도 결과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태아가 자랄 수 없도록 하고 떨어져 몸 밖으로 나오게 하는 원리”라며 “정확한 임신 주수를 모르고 사용할 경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 유산이 완전하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이때 계속 하혈을 하면서 균이 들어가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외에도 간이나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분들은 사용이 금지돼있기 때문에 의사의 정확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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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여성 스스로 결정해야”

낙태죄 폐지는 찬반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난제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단체 등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현행되는 낙태죄가 오히려 산모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임신과 출산에 대해 여성 스스로가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제대로 된 성교육과 피임률을 높임으로써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줄여야 하지 낙태죄가 임신중절을 줄일 순 없다”며 “낙태죄는 여성들을 위험하고 불법적인 수술과 폭력에 취약한 상황으로 내몬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로 인해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매우 위협받고 있다”며 “우리가 아이를 낳을지 말지,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국가의 책임 및 사회적 지지 속에서 고민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덜 낳는 게 애국’이라던 시대에는 임신중절을 권하더니, 저출산 시대가 되자 ‘출산이 애국’이 됐다. 마치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의무처럼 이야기된다”며 “아이를 언제, 얼마나 낳고 어떤 가족을 꾸릴 것인 가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문제인 만큼 국가 중심의 통제를 벗어나 국민 개인의 의사에 맡겨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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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태아의 생명권 위협”

하지만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살인행위’며 그 어떤 권리도 생명권보다 우위일 순 없다는 것이 반대 측의 입장이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보호하는 것은 우리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고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낙태를 행하는 여성에게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책임을 악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려스러우며, 이미 5년 전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합헌화 했는데 다시금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최정윤 사무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낙태는 분만 이전에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로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또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에 이롭지 않기 때문에 낙태가 결코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함께 이야기하는데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생명권은 모든 권리의 상위에 있다. 자기결정권은 타인의 생명이나 자신의 생명을 침해하는 선에서 이뤄지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두 권리가 동일 선상에서 얘기돼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낙태죄가 폐지됐을 때 낙태로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 내몰릴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며 “낙태죄를 폐지하니 낙태가 줄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잘 갖춰진 국가의 경우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낙태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경제적 여건을 정부가 시급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낙태를 찬성하는 여성단체 등과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낙태죄는 유지하고 사회·경제적 여건을 조정한 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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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사회적 합의, 원만히 이뤄질까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김동석 회장은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낙태가 수십만건이 행해지고 있지만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있다”며 “법으로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결국 낙태는 음지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을 존중하는 의사로서 낙태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국가가 나서서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후 이에 맞게 합리적인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8일 산모와 의사의 낙태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 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는 앞서 2012년 8월에도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동의낙태죄’ 규정에 대해 4대4로 의견이 엇갈려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국 태아를 별개의 생명체로 보고 생명권을 인정하며 합헌을 결정했다.

한편 청와대는 11월 26일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 그동안 중단됐던 임신중절 실태조사부터 우선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을 계기로 이뤄지는 사회적·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낙태죄가 폐지될지 아니면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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