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져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어

▲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뉴시스

“함께 싸우자” 했던 최경환, 갑자기 태도 변화
읍소전략 내세웠지만 아무도 손잡아 주지 않아

친박의 몰락…원내대표 경선에 고스란히 드러내
새 원내대표, 서청원·최경환 출당 논의할 듯 보여

“함께 싸우자”라고 외쳤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끝내 검찰의 소환에 응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자유한국당 내 친박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버티려 했던 최 의원을 자유한국당은 외면했다. 친박 인사들은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 의원의 전략은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곧 친박의 몰락을 의미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심경을 노래한 말이다. 친박은 몰락했고 모두 외면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청만 바라보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최 의원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검찰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동료 의원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읍소전략을 펼쳤지만 외면받았다.

최경환의 외침

자유한국당 지도부 역시 최 의원을 외면했다. 일부 의원들은 최 의원에게 검찰 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권유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최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모습이다. 앞서 최 의원은 검찰의 1차 소환에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 협조하기 어렵다”면서 불응 의사를 밝혔다. 이후 검찰은 29일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며 재차 소환 통보를 했다. 이에 최 의원이 소환일정을 조정해주면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12월 5일 검찰에 소환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호기로웠던 최 의원이 갑작스럽게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최 의원의 전략은 하나였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하지만 표 계산을 해보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검찰은 최 의원이 소환에 계속 불응할 경우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를 위한 명분을 세우고 있었다. 문제는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최 의원의 소환 불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최 의원이 검찰 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 의원으로서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최 의원의 모습을 보면 친박의 몰락이 보인다. 과거 천하를 호령하던 친박이 이제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세력이 됐다. 과거 같으면 “함께 싸우자”는 최 의원의 외침에 다른 친박 인사들도 나서 “함께 싸우자”고 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호응 없이 조용했다. 일부 의원들은 오히려 검찰 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그만큼 친박의 입김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는 당내 사정과 맞물려 있다. 현재 친박 김재원·이우현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등 검찰의 칼날이 친박 인사 한 명 한 명에게로 향하고 있다. 때문에 자기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하는 친박 세력이 최 의원까지 보호해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최 의원의 외침은 외면받았다. 친박이 이런 상황에서 당내 다른 계파는 더욱 침묵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최 의원을 도와줄 인간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이번 일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 지난 20일 검찰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최경환의 변화

이는 앞으로의 친박의 몰락과도 연결된다. 오는 12월 15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잡음은 친박과 연결돼 있다. 홍준표 대표는 느닷없이 자신이 ‘홍판표’에서 ‘홍준표’로 개명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주영 의원이 사석에서 자신이 홍 대표의 이름을 개명할 것을 권유했다고 이야기한 것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이주영 의원에게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느 분이 자기가 내 이름을 개명해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는 등 친박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더욱이 친박이 원내대표 후보로 이 의원을 꼽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홍 대표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자신의 개명 이유를 설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친박 인사로 꼽히는 한선교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자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은 물론 수석대변인까지도 복당파로 채워졌다”며 장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자 장 수석대변인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이 당직을 감투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이런 식으로 편을 나눠 갈라치는 저렴한 수법으로 원내대표가 돼보겠다는 행태가 얼마나 구태정치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면서 사퇴한 것이다. 이처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박 인사들을 상대로 잡음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친박에 대한 견제가 상당히 거세다는 것을 뜻한다. 또 견제될 정도로 그만큼 세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의 미래는

이런 이유로 친박이 원내대표 자리를 앉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친홍준표계나 친김무성계가 원내대표 자리에 앉게 된다면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가 의원총회 안건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의원 모두 윤리위원회에서는 출당이 권고된 상태로,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출당시킬 수 있다. 현 정우택 원내대표는 자신이 원내대표 자리에 있는 한 출당 문제를 논의하는 의총은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친홍계나 친김계 인사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두 사람의 출당 문제를 논의하는 의총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친박은 점차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 친박은 이제 어디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 역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있다. 친박은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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