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언어라는 감옥은 어떻게 생겼을까?
[칼럼] 언어라는 감옥은 어떻게 생겼을까?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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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언어를 “감옥”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재일 한국인인 서경식 선생의 책 제목도 『언어의 감옥에서』이다. 또한 정효구의 『몽상의 시학: 90년대의 시인들』에서도 “말은 그것이 비록 감옥과 같은 형상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들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필자의 경우에도 강의 시간에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끔 학생들에게 ‘지금 연애하는 학생들은 본인의 연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로 표현해보세요.’라고 물어본다. 그 때 학생들은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자신이 자신의 연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한다. 그리고 다시 필자가 ‘지금 표현한 말들이 본인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학생이 할 말을 잊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고, 더 우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감옥과 비슷한 말과 언어의 사용이다. 이렇게 인간의 가치와 정체성의 중요 지표인 말과 글은 어떻게 생겼고, 탄생의 과정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말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인간이 타고났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동물들은 많다. 더듬이를 맞부딪히거나, 날개 짓을 하거나, 서로의 봄을 부비는 등의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도 있고, 소리를 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 등 의사소통의 내용도 다양하다. 그런데 인간의 말이 다른 동물의 의사소통과 다른 이유는 다른 동물들이 사용하는 수단에 비해서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진화했다는 가정을 전제로) 인간이 진화하면서 그만큼 인간 사회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고도로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인간도 기본적으로는 수렵채집을 하는 잡식성 동물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일정 규모의 친족 집단이 무리를 지어 수렵채집을 하면서 넓은 지역에 분포해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간이 말을 통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지구의 지배자로 자리 잡기 시작하고, 심지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지칭하기에 이르렀다. 말이 정밀해진 것은 인간 생활이 고도로 복잡해진 것과 상호 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되면서 글은 “발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말은 기억에 남지 않는 이상 사라질 가능성이 높고, 특히 기억은 사람들 사이에 같은 것도 다르게 기억할 수 있으며, 복잡해진 사회에서 말만으로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상형문자, 쐐기문자 등 다양한 문자가 발명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 가운데 하나인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에서는 수메르 시대 우쿠르시의 행정문서 점토판을 역사상 최초의 문서로 소개하고 있다. 이 점토판에는 ‘보리 29,086자루 37개월, 쿠심’이라고 적혀있었다. 유발 하라리의 설명에 따르면, “쿠심”은 관직명일 가능성도 있고, 개인의 이름일 가능성도 있으며, 29,086자루의 보리를 37개월에 거쳐서 받았다는 뜻이라고 전한다. 이에 대하여 유발 하라리는 다음과 같은 감상을 적었다.

아, 슬프다. 역사상 최초의 문서에 담긴 것이 철학적 통찰도, 시도, 전설도 심지어 왕의 승리도 아니었다니. 세금 지불액과 쌓이는 빚의 액수와 재산의 소유권을 기록한 평이한 경제 문서였다니.

이러한 사실과 의견은 글자의 발명이 아마도 인간의 말과 기억력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문자가 기존의 “수렵채집하는 잡식성 동물”인 호모 사피엔스의 원형과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자의 발달은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전환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농경사회로의 변환은 인간의 정착과 인간사회의 복잡화와 직접 관련이 있다. 하루 먹을 것만 확보하면 굳이 노동할 필요가 없는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면서 기상과 소비될 곡식과 가축의 양을 예상하고, 하루 종일 노동을 하며, 남는 것을 팔아서 이윤을 확보하는 등 더 복잡한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글의 발전은 특정 계급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글은 말의 기호화이기 때문에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되었으며,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기록을 해독하고 보존할 수 있는 특정한 계층이 생겼다는 의미이다. 지배층과 사서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문자의 해독과 문서의 보급이 확산되는 시점에 사회는 또 빠르게 변화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500주년을 맞이한 종교개혁이었다. 정보의 탄생이 계급을 낳았다면, 정보의 확산은 정보의 탄생으로 생긴 계급을 파괴했다. 아이러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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