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제주소주 ‘푸른밤’이 제품 홍보에서 성매매 현장에서 사용되는 은어를 사용해 파문인 가운데 제주지역의 한라산 소주도 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하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제작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라산 소주는 올 2월 말 소주 ‘한라산 올래’ 홍보 과정에서 육지에서 온 여성이 제주에서 사는 남성에게 술자리에서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로 ‘작업’을 걸어달라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배포했다.

해당 포스터에는 “제주도 오빠들, 내가 굿 바디(Good Body)에 매력이 좀 있어서 저한테 작업거는 거 알겠는데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밀땅(밀고 당기기)도 하고 싶고, 튕기고도 싶은데. 이제 작업 걸 땐 사투리 말고 표준말로 합시다. 저도 제주도의 멋진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라고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를 두고 SNS와 일부 여성단체에서 한라산 소주의 마케팅이 불편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해당 포스터의 문구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으며, 제주 남성은 여성에게 ‘작업’이나 걸려는 저질남성으로 비하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여민회는 전날인 4일 논평을 내고 “이 광고는 제주 이주민 여성 입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듯한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제주여민회는 “광고 속 여성은 제주 현지 남성에게 주체적으로 작업을 걸어보라고 말을 거는 듯하지만, 사실상 그녀를 포함한 제주 이주민 여성들은 이 광고를 통해 반대로 현지 제주 남성들에게 속칭 ‘(성적)작업’을 허락하는 대상으로 호명된 것”이라며 “제주남성 역시 젊은 여성에게 ‘작업’이나 걸려는 저질남성으로 묘사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라산 소주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광고를 제작한 것은 성인지적 관점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며 “문제의 광고 포스터를 전량 회수하고,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라산 소주 측은 내부적으로 해당 포스터가 사투리 비하 등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라산 소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포스터는 2월 말에 제작된 포스터로, (한라산 소주) 자체적으로도 오해의 여지가 있는 콘텐츠임을 인식해 3월 초 1만4000여 곳의 영업장의 포스터 전량 회수 시행 및 보완 포스터를 제작했다. 그런데 한 두 곳에서 회수가 안 돼 노출된 것 같다”며 “현재 (논란된 포스터를) 회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 모델에게 부정적인 이슈 등의 피해가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지속해서 연락을 드리고 있다”며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정된 포스터에는 사투리 비하 지적이 있었던 ‘표준어 작업’ 문구는 수정됐지만 여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졌던 이른바 작업 문구는 변화가 없어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본지가 한라산 소주 측으로부터 받은 보완 포스터에는 ‘표준어 작업’ 문구만 ‘어딨니 제주로맨스’로 바뀌었을 뿐 ‘핫바디’ 등을 운운하며 이주민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작업을 걸어달라는 내용은 동일했다. 여성 상품화 논란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라산 소주 관계자는 “문구가 수정된 포스터는 따로 배포하지 않았다. SNS에 홍보하면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캠페인의 일환으로 잠깐 수정된 포스터를 노출한 것”이라며 문구가 수정된 포스터는 정식으로 배포된 포스터가 아님을 강조했다.

여성 상품화 논란이 있는 문구가 수정 안 된 이유에 대해서는 신중치 못했던 것 같다며 여성 폄하적인 내용이 있음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여성 폄하적인 내용이라고 해석하지 못했다. 신중치 못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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