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소에 사람이 많이 몰렸을까

▲ 지난 1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린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의견수렴을 위한 국민의당 의원총회 모습. 왼쪽부터 정동영 의원, 박지원 전 대표, 안철수 대표 ⓒ뉴시스

친안계-호남계 6일 모두 토론회 개최
토론회 참석 규모 놓고 벌써 신경전

내년 1월부터 바른정당 통합 논의 본격화
당내 갈등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상당하다. 서로 상대세력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얘기할 정도로 감정이 격한 상태다. 양측은 저마다 당내 의견의 상당수는 자신들을 따르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때론 여론조사를 들이밀면서 명분을 쌓고 있다. 그런 국민의당의 미래가 6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날 친안계와 호남계 모두 세몰이에 나서기 때문이다. 어느 세력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느냐에 따라 국민의당의 미래가 판가름 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친안계와 호남계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추석 전후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가 떠올랐고, 두 번의 의원총회 및 토론회를 거쳐 정책·선거연대를 하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안철수 대표는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박지원 전 대표는 “저능아들이나 하는 것”이라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6일 친안계와 호남계 모두 세몰이를 시작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전·현직 지도부가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선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대표, 송기석 대표 비서실장, 주승용 전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뉴시스

친안계의 생각

친안계는 바른정당과 정책연대협의체를 만들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호남계 역시 당내 평화개혁연대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들이 모임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 당내 명분을 만들어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서다. 세력이 커질수록 그만큼 자신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친안계 안철수 대표는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끝내자는 입장이다. 반면 호남계인 박지원 전 대표는 의총이 모든 결과를 말해준다면서 정당은 결국 원내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입장차는 현재 친안계와 호남계의 특성 때문이다. 친안계는 비례대표들을 중심으로 원외위원장들이 많이 있다. 반면 호남계는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원내위원장들이 포진해 있다. 즉, 친안계는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인사가 많지 않은 데 비해 호남계는 많다. 따라서 서로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안 대표는 전 당원 투표를 꺼내 들었고 호남계는 ‘원내중심’을 외치는 것이다.

이처럼 두 세력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을 벌임에 따라 세간의 관심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전수조사를 하거나 여론조사를 돌리는 것 이외에는 없다. 하지만 전수조사나 여론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전수조사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게 든다. 여론조사 역시 응답률이 낮으면 소용없다. 게다가 당원들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결국 당원명부를 여론조사기관에 넘겨줘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따라서 전수조사나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결국 어떤 모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느냐가 국민의당의 당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6일 열리는 두 세력의 모임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호남계의 생각

이날 친안계는 안 대표와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하는 가운데 수권비전위원회 발대식 및 창립 세미나를 연다. 수권비전위는 대한민국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민의당의 정권 창출 준비 기구다. 강승규 우석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으며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협치와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주제로, 도천수 위원장이 ‘촛불 민주주의와 다당제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지는 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 독점구조 타파, 다당제 민주주의 실현 등이 내용이 올라온다. 이 자리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당위성이 설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호남계는 평화개혁연대를 중심으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황주홍 의원이 좌장을 맡고 김홍국 경기대 교수가 기조발제를 한다. 또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 최창렬 용인대 교수를 비롯해 송백석 광명을 지역위원장과 박주현 최고의원 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호남계가 중심이 되는 토론회이기 때문에 통합 반대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지난 1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린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의견수렴을 위한 국민의당 의원총회 모습. 왼쪽부터 정동영 의원, 박지원 전 대표, 안철수 대표 ⓒ뉴시스

토론회 운명은

이처럼 두 세력이 같은 날 동시에 토론회를 연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무래도 국민의당 사람들이라면 어느 토론회에 참석해야 할 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게 되면 언론에 노출되게 된다. 즉, 자신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는 뜻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참석에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주최 측 입장에서는 세몰이가 된다.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 혹은 반대한다는 여론이 이만큼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최 측은 이날 토론회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토론회가 어쩌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는 국민의당 당내 갈등의 1차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세력은 이날 토론회의 참석 규모를 계기로 자신의 입장을 더욱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끝났고 개혁입법 처리가 끝나면 정기국회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아마도 곧바로 임시국회를 열어 나머지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완전히 끝나고 나면 정당들은 본격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게 된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내년 1월부터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가 또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되면 아무래도 이날 토론회가 좋은 소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한다 혹은 반대한다 여론이 가장 높다는 식으로 표현할 때 이날 토론회의 참석 규모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토론회 참석 규모를 놓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전수조사 등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두 차례 끝장토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합의를 했으면 그 합의된 내용에 대해 승복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당이 언제든지 분열할 준비가 돼있다. 그것이 현재 국민의당의 모습이고, 그 모습은 이날 토론회에 고스란히 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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