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소연 칼럼니스트
▷성우, 방송 MC, 수필가
▷저서 <안소연의 MC되는 법>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세상 여자들이 선호하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다.

교회 오빠(종교의 종류, 유무와 상관없이)

그리고 나쁜 남자.

교회 오빠 스타일인 남자들은 다정하고 섬세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 남성이 사기 치는 것만 아니라면, 원래부터 속속들이 교회 오빠의 면모를 지닌 사람이 확실하다면 여성들은 당연히 이런 남자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교회 오빠 유형의 남자와 결혼한 모든 여성들이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땅의 모든 남자와 여자는 서로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서 결코 그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는 슬픈 학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남성을 선택하는 여성들은 현명하다.

문제는 나쁜 남자를 고르는 여자들이다.

저 잘난 여자가 도대체 왜 저런 놈에게 끌릴까 싶은 경우를 왕왕 봐왔을 게다.

일단 나쁜 남자란 뭔지 정리를 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나쁜 남자는 이렇다.

대개 그들은 자기 여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연락도 자주 끊기고, 백일이며 무슨 무슨 데이며 하는 수많은 날들을 챙기는 일을 남성성의 상실과 동일시한다. 지가 무슨 나훈아, 조용필이라고(그러고 보면 방탄 소년단은 교회오빠들?!) 여자가 필요로 할 때가 아니라 자기가 필요할 때만 간간히 등장한다. 심지어는 ‘나 나쁜 남자야,’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참 이상하지. 멀쩡한 여자들이 그런 남자에게 끌린다.

‘아냐, 말로는 저러지만 속마음은 다를 거야. 뭔가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일 거야. 조금 위악적일 뿐인 거야. 위악적인 사람이 위선자 사기꾼 보다는 낫다구.’

그런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은 대개 이런 생각들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양이다.

이처럼 상대 여성이 자신을 대변하게 만드는 기술 말고도 그들에겐 또 다른 나름의 필살기가 있다. 그 여자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 필살의 기술.

그것은 아끼고 아끼다 한번 내뱉는 달콤한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기가 막힌 입맞춤의 기술일 수도 있고, 그저 우수에 찬 눈빛일 수도 있다. 그저 나쁘기만 해서는 여성에게 어필할 수 없으니 말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심리학자들은 일찍이 여성들이 이런 남성에게 끌리는 이유를 분석해 놓았다.

여성들이 가정을 박차고나가 생활 전선, 혹은 자아실현의 장으로 달려간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본격화된 이 흐름은 그 물살이 점점 빠르고 거세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가정을 지키고 돌보며 육아를 책임지는 것은 여성이고 경제활동으로 집밖을 떠도는 것은 남성이다. 지구상 상당수의 여성은 언제나 내 옆에서 나를 살펴주는 엄마와,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늦은 저녁에야 집에 오는 아빠에 익숙하다. 그녀들은 나쁜 남자에게서 ‘부재하는 아버지’의 단면을 발견하고는 ‘아버지’처럼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나쁜 남자일 뿐이다. 그렇게 자라난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현실의 그들은 그저 책임감 없고, 모든 관계에는 자기희생이 따른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모르는 덜 떨어진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니 이런 남성에게 빠져 있는 여성은 하루빨리 그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와야한다.

나쁜 남자를 감별하는 법을 소개한다.

“지금 어디야?”

“누구랑 있어?”

이 기본적인 질문에 명쾌하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남성이 있다면, 그 남자는 나쁜 남자다.

그 남자와는 당장! 인연을 끊어야 한다. 그는, 적어도 지금 당신에게는 ‘나쁜 남자’이기로 작심한 사람이다. 솔직함은 관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기본을 어기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기 어렵다.

사람에겐 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이 사람에게만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작심하면 자신이 가진 제일 좋은 면을 꺼내 보일 수 있다. 부모가 자식 앞에서 그렇듯 말이다.

‘나, 좋은 사람 아냐.’

라는 말을 겸양으로 받아들인 적이 있는가?

혹은 겸양이랍시고 말해본 경험이 있는가?

사람의 인생은 말하는 대로 된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야한다. 그리고 실천해야한다.

자상한 딸 바보 아빠들이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앞으로는 ‘나쁜 남자’에게 빠져 허우적대는 여성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러나 이 추세대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다면 머지않아 서점 심리코너에서 이런 신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왜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걸까?>

남자고 여자고 좋은 사람 만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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