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박근혜 국회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박근혜 국회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 토론회 ⓒ투데이신문

박근혜 탄핵, 386세대 보수화 막아
민주당이 국정 중심돼야 협치 가능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년, 그 의미와 시대적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8일 열렸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박근혜 국회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더미래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은 한국 민주주의의 굳건함과 강인함의 상징이고 의회민주주의의 중대한 이정표”라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설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핵심원칙을 재확인시켰을 뿐 아니라 주권재민의 원칙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현해냈다”고 평가했다.

우상호 의원도 인사말을 통해 “전세계 수없이 많은 정변이 있었지만 한국처럼 불의한 정권의 문제가 제도권에서 폭로되고 또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루고 국민들이 항쟁에 나서서 평화적인 시위에 연인원 1000만명 이상이 참여한 정치변동의 역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건 탄핵과 정권교체로 이어지는 이 커다란 정치변동의 역사 이후에 오히려 정치권이 너무 잠잠하다는 점”이라며 “정치변화, 정치개혁의 움직임이 약해지고 있는데 이 토론회를 개기로 정치권의 자기혁신과 변화, 제도 개혁에 대한 고민이 더 집중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더미래연구소 김기식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주역은 촛불 든 국민들이었고 그 광장 에너지가 탄핵을 가능하게 한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동시에 탄핵과정에 있어서 의회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했고 한국정치사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야 민주주의를 제도적 틀에서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는 국회가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 촛불이 선택한 역사적 도구”

이날 발제에 나선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가결의 함의에 대해 “역설적이게도 민주적인 절차를 가장 크게 어긴 대통령을 가장 민주적 헌법 절차에 의거해 심판한 역사적 성격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탄핵으로 인한 이념지형의 변화에 대해서는 “박근혜 탄핵이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른쪽에서 다른 쪽으로 바꾸는데 영향을 줬다”며 “탄핵은 탄핵세대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이미 50대에 진입한 386세대가 생애주기효과에 따른 보수화도 막았고, 이들이 진보적인 세대적 이념성향을 상당기간 유지한다면 고연령층 전체의 이념적 색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같은 이념지형의 변화가 장기간 지속될 지는 현재로써는 예단할 수 없으며 되려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나 ‘개혁세력에 대한 실망’이 커질 경우 이념의 추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

토론자로 나선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촛불시민혁명 이후 헌법적 절차(탄핵)와 정부 교체에 매몰돼 촛불시민혁명에서 분출한 대중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사실상 국회 구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며 소수파 정부가 중요한 개혁 의제를 추진하는 동력이 근본적으로 취약하다는 ‘의회의 덫’에 걸려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개혁의 성패는 정권 초기 1년에서 2년 이내가 제일 중요하니 문재인 정부도 더욱 무거운 사명감 하에 국정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시민사회 역시 적폐 청산과 좋은 정책의 실현을 위한 각종 의제를 치열하게 제안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광범위하게 넓혀 나가면서도 건강한 견제의 역할을 수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기자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 정부가 되려면 정책결정 권한을 민주당에 실질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국정의 중심에 우뚝 서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당과의 정책연대나 협치가 가능하고 국회가 국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국회가 국정에 참여해야 제도개혁이 가능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도합 1800만 이상의 촛불은 대통령의 정략과 꼼수에 철퇴를 내리며 가장 집단적이고 이성적이며 열성적인 방식으로 대통령의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명령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는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을 담기 위해 국민이 선택한 ‘역사의 도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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