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보수’의 현주소 살펴보니

▲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단체가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긴 보수의 역사…최근 같은 위기 없어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는 몰락의 길로

새 인물 수혈 없으면 보수는 폭망
인물 수혈 위해 당 전면 쇄신 필요

지난해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가 몰락했다. 그런 보수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현재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면 16개 광역단체장을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있다. 하지만 보수는 여전히 변화할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그저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보수는 상당한 시간 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이제는 쓰러져가는 담장과 같은 존재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불과 얼마 전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보수가 무너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었다. 신한국당부터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굳건한 장벽이 과연 무너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보수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조선시대에는 노론 등으로 대변되고,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에는 친일파로 강변된다. 해방 이후에도 보수는 계속 집권해왔다. 물론 그때마다 보수는 변화했다. 구한말에 친미파에서 친일파로 돌아선 이완용과 같은 인물이 있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미군정 시대에는 친일파가 친미파로 돌변하면서 기득권을 놓치지 않았다.

▲ 지난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 회원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무효 및 석방 요구 집회 후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의 몰락

보수는 이승만 정권 시대에는 ‘이승만 국부’를 외치면서 자유당 정권을 이어갔다. 4·19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면서 위기에 놓인 보수는 5·16쿠데타를 통해 새롭게 등장했다. 그들은 ‘군사혁명’과 ‘반공주의’를 기치로 내걸어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10·26 사태 이후 보수가 다시 위기에 빠지자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이 다시 떠오르면서 기득권은 이어졌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보수의 변화는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오를 정도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정의당이 대패하면서 보수는 붕괴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민주공화당·통일민주당과의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을 만들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내세워 다시 정권을 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군부 세력을 당에서 몰아내기 위해서 끊임없는 인물을 수혈했다. 물론 그 이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빼앗겼지만 빼앗긴 상태에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이어갔다. IMF 이후 보수가 무너질 위기에 놓이게 되자 민주자유당은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들을 계속 수혈했다. 이때 수혈된 인물들 중에는 현재 자유한국당을 뒷받침하는 인물들이 많다.

보수의 변화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지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는 천막 당사 퍼포먼스 등 각종 개혁을 통해 이어진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을 만들었다. 이후 수많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 시대를 거치면서 친박과 친이계의 갈등도 있었지만 어쨌든 보수는 끊임없는 변화를 이어갔다. 당시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선관위 디도스 사건 등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 결국 대통령까지 됐다. 이처럼 보수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물 수혈’이 있었다. 보수는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 것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새로운 리더십은

보수는 계속해서 보다 참신한 인재를 등용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었고, 그 리더십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보수가 언제부터인가 인재의 적체 현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보다 개혁적인 인물을 수혈해서 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를 바탕으로 당을 개혁해 유권자들로부터 사랑받았는데 지난 19대 국회부터는 보다 개혁적인 새로운 인물의 수혈이 중단됐다. 설사 개혁적인 새로운 인물이 수혈된다고 해도 그 인물이 당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보수정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당이 활력을 띄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이게 없다. 불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만 해도 당의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가 있었고, 당 지도부는 그런 목소리를 반영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초·재선 의원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로 인해 당은 활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점으로 보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뉘게 됐다. 지금 보수 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는 약한 반면 중진들의 목소리는 강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중진들의 목소리는 결국 계파를 대변하는 목소리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중진들의 발언은 언론에서 계파 갈등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유권자들에게는 ‘그네들의 밥상잔치’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위기에 빠지면 그에 걸맞게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보수 정당의 이미지가 ‘수구꼴통’의 이미지라는 점이다. 지난 탄핵 정국 이후 사회는 보다 진전된 사회로 발전하려는 욕망이 분출됐다. 그렇다면 보수 야당들도 그에 발맞춰야 하는데 자꾸 뒤로 퇴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은 보수를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보수정당들은 미래를 위한 비전이나 철학은 보여주는 것 없이 당내 갈등만 비치면서 보수층도 창피하다고 할 정도의 정당이 됐다. 이는 앞으로 보수가 더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를 뜻한다. 그동안 보수는 위기 때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해서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현재의 보수는 새로운 피를 수혈할 수 있는 여건도 능력도 자세도 돼 있지 않다. 새로운 피가 발견되면 삼고초려라도 해 영입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수혈은 어디서

그러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은 인재 홍수에 빠져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반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다. 새로운 인물들이 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방마님들은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보수를 더욱 몰락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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