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타워크레인 붕괴사고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지난 10일 과학수사대와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타워크레인 사고 올해에만 5건…예방대책 시급
계약구조·부실검사·장비노후 문제 한꺼번에 터져
정부, 타워크레인 전수조사·검사체계 개편 나서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급증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0건이던 타워크레인 사고는 2013년 5건, 2014년 5건, 2015년 1건이던 것이 2016년에는 9건으로 급증했고 올해에는 12월 현재 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고는 지난 9일 발생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해당 작업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75m 높이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7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고발생 다음날인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인시 등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경찰은 현장에 있는 크레인을 해체하고 추가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크레인은 2012년 프랑스에서 제조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수출됐다가 지난해 8월 국내로 수입됐다.

크레인은 4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제작돼 당시 크레인 상부에 있다가 사고를 당한 근로자 7명의 무게를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또 제조된 지 6년밖에 되지 않아 노후화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0월 10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전도사고 현장 <사진제공 = 의정부소방서>

앞서 지난 10월에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서 크레인이 쓰러져 노동자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는 크레인의 노후화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울주군 에쓰오일 RUC(중질류 정화 고도화 사업) 프로젝트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전도사고(4월 21일),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타워크레인 충돌사고(5월 1일), 부산 해운대구 숙박시설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전도사고(6월 15일)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 타워크레인 업체 계약구조 <자료제공 = 고용노동부>

타워크레인 사고, ‘업계의 구조적 문제’

이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은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건설기계 의무등록대상인 타워크레인은 등록 이후 검사, 설치, 해체를 반복해 사용한다. 이 중 검사는 6개 전문기관(민간 5개, 공공 1개)이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며 기관별 불합격률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민간 검사기관은 정확한 검사 보다는 신속한 검사를 선호한다. 깐깐하게 검사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합격률이 높아질 수 있어 건설업체들로부터 다음 수주를 따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전문자격이 없는 제관기능사, 비계기능사 등 유사업무 관련 자격보유자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에 진입하기 쉬워 업체가 난립함에 따라 설치·해체 팀이 안전관리보다는 빠른 작업에 집중하게 됐다.

타워크레인은 자재 인양작업이 필요한 하청 건설사들과 임대업체에서 고용된 조종사 간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작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는 주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치·해체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원청 건설사는 안전관리를 총괄해야 하지만 설치·해체 중 사고는 해당 작업이 임대 또는 도급계약 관계에 따라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여부를 묻기 어려운 것이다.

▲ <자료제공 = 고용노동부>

政,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 ‘긴급수정’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라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노동자·업체 등의 현장의견을 바탕으로 지난달 16일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9일 용인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자 이를 일부 수정해 이달 말까지 타워크레인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오는 15일 합동회의를 열고 노동자, 크레인 임대업체, 건설협회, 검사기관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설비안전성 관리 강화, 안전관리 책임 강화, 안전관리 역량 제고 및 사고발생시 제재 강화 등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식에 비례해 검사내용과 검사주기 등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20년 이상 크레인은 수입을 제한하는 등 원칙적으로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 <자료제공 = 고용노동부>

또 기존에 등록된 크레인을 전수검사하고 부품인증제를 도입하고 검사체계를 개편하는 등 불량부품 사용을 억제하고 검사신뢰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에 대해 원청업체가 작업감독자를 선임해 작업자 자격확인, 작업계획서 작성 지도, 작업절차 준수여부 확인 등을 하도록 해 사업장의 안전을 총괄하는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임대업체에 대해서도 설치·해체시 위험요인 및 안전작업 절차 등 안전정보를 원청과 성치·해체 업체에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원청업체의 작업감독자와 함께 사전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현재 업종등록 없이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설치·해체 공사를 수행하던 것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작업자 및 조종사에 대한 교육과정 개편, 안전관리계획 사전 검토 의무화, 작업자의 작업중지권 보장 등 제도를 개편해 안전관리 역량을 제고하고 사고 발생 시 처벌·제재를 강화해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법령 개정사항을 입법예고 할 수 있도록 개정 절차에 착수하고 향후 기중기, 천공기 등 건설기계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 <자료제공 = 고용노동부>

노동계 “정부 대책 환영…빨리 시행돼야”

한편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하자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은 지난달 16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제시한 대책들은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어 지난 10일 다시 한 번 성명을 발표해 "정부 정책은 현장에서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며 ▲원청 건설사의 설치·해체 팀 직고용 ▲타워크레인 장비 각 구조체 안전율에 대한 유럽 표준기준 적용 ▲업종 ‘표준임대차계약서’ 보급 ▲타워크레인 전수조사에 노동조합 및 노동단체 추천 전문가의 참가 보장 등을 촉구했다.

건설노조 이승현 노동안전국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예방대책에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현장에서 최대한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만 한 번씩 회의를 열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을 강화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국장은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원인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들이 있어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타워크레인 업체가 하도급을 받는 시스템이다보니 시간이나 일정에 쫓기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워크레인은 설치 후 검사를 받고 매달 정기검사를 받도록 돼 있는데 해당 크레인은 정기검사를 받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민간업체에 검사를 맡기다보니 검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크레인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건설경기가 좋아지면서 값싼 노후장비가 2~3년 새 엄청 많이 투입됐다”며 “부실검사·장비노후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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