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주주와 협의중”, 일부 주요주주 “아직 제안 못받아”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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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사업 유지를 위해 서둘러 자본을 늘려야하지만 2차 유상증자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어 주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케이뱅크 측은 유상증자 규모를 계획보다 확대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기적으로 늦어질 수 있겠지만 주주사들과 협의 중으로 유상증자 추진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의 핵심이 주요주주의 참여인 가운데 일부 주요주주의 경우 유상증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안조차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내부적으로 혼선을 빚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연말을 목표로 추가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다. 케이뱅크의 2차 유상증자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이미 지난달 초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기존 주주에서 발생할 실권주를 대비해 새로운 투자자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현재 케이뱅크의 지분은 우리은행 10%, 한화생명 9.4%, GS리테일 9.4%, 다날 9.4%, NH투자증권 8.6%, KT 8%, KG이니시스 4.7%, 나머지 잔여 지분을 총 13개 주주가 1~4%까지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건전성 하락 우려로 중단했던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하고 ‘직장인K 파이너스 통장’을 오픈, 앞으로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인 만큼 서둘러 자본을 늘려야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진행됐던 첫 유상증자에 이어 2차로 진행되는 유상증자가 원활히 되기 위해서는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주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차 유상증자 때보다 늘어난 1500억원으로 올해 말 혹은 내년 초까지 2차 유상증자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케이뱅크의 야심찬 계획과 달리 올해가 2주 남은 지금까지 주요 대주주들 사이에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주요주주의 경우 케이뱅크 설명과 달리 아직까지 제안조차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우리은행 측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케이뱅크 측에서 (2차 유상증자와 관련해) 정식적으로 제안이 아직 오지 않았다”라며 “제안이 와야 검토를 하지 않겠냐”라고 밝혔다.

주요주주와 지금까지 유상증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연말 혹은 연초 중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겠다는 케이뱅크의 계획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또 다른 주요 주주인 NH투자증권의 경우 2차 유상증자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케이뱅크 관계자는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사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초 예상했던 규모보다 더 큰 금액을 준비 중에 있어 시기는 계획했던 것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000억원 증자를 할 때 보도자료를 통해 1500억원의 추가 증자를 연말 또는 연초에 하겠다고 말했었다”라면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더 많은 금액을 준비하고 있기에 주주사들과 협의 중에 있고 외부에 관심 있는 기업들하고도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케이뱅크 관계자는 “‘증자를 안 한다, 못하겠다’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애초에 연말, 연초라고 만 말했을 뿐 정확하게 못 박은 시기는 없었다. 작업을 하다보면 돈이 한두 푼이 아닌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마무리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기를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주요주주의 증자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2차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첫 유상증자 때 신규 주주를 영입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지난 8월 케이뱅크는 1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의결하고 19개 주주사에 지분 비율대로 신주를 배정했으나 7개사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결국 12개 주주사에서 728억원만 조달됐다. 모자란 72억원 중 한국자산신탁을 자회사로 둔 종합부동산개발 회사 MDM이 4%의 지분을 확보한 새 주주로 영입되면서 약 140억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132억원의 주식은 KT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 방식으로 인수해 증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오너격인 대주주가 없는 케이뱅크로서는 핵심 주주사의 증자 참여가 힘들어질 경우 1차 유상증자 때처럼 새로운 투자자 확보에 나서거나 전환주를 발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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