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클레임 비용, 한진-협력사-재하청 “100명 운전기사 임금도 못줘”

▲ 홈플러스 명절 클레임에 대해 A사와 B사가 맺은 합의서(자료제공= 제보자 이씨)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올해 추석 선물 배송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배송 업무를 맡은 한진택배(한진)가 배송과정에서 발생한 고객 클레임 비용을 재재하청 운송업체에 모두 전가하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백화점 명절 선물배송을 전문으로 물류 대행하는 A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 9월 홈플러스와 한진간 이뤄진 추석 선물 운송 차량 대행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1억3500만원 규모의 클레임을 떠안으면서 현재 100여명에 달하는 운전기사의 임금도 못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기업 거래서 발생한 1억3500원 클레임, 책임은 재하청 업체에 

이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홈플러스와 물류계약한 한진이 클레임이라고 하면서 거액을 배상책임을 최하위업체와 기사들에게 전가해 100여명 기사님들이 아직도 임금을 못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최근 공정위 등 공공기관 민원 게시판과 SNS를 통해 ‘한진과 홈플러스의 갑질을 고발합니다. 돈을 못받고 있습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부터 같은달 30일까지 운송업무를 맡았던 기사들에게 지급되야할 임금이 1억8000만원 정도로 클레임비용을 떠안게 돼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이번 추석 때 냉동냉장육 선물배송 한진과 물류계약을 체결했다. 본 계약을 체결한 한진은 다시 협력업체인 B업체와 배송계약을 했고 B업체는 다시 이씨가 운영하는 A업체에게 차량모집을 대행해 선물배송이 진행됐다. 당시 A사는 계약서는 없이 차량 모집대행을 해 B사를 도와준 업체다.

이 과정에서 배송과정에서 상품의 손상이나 지연 등으로 고객의 환불 요청이 이어지면서 클레임 비용이 발생했다. 클레임은 유통업계에서 상품의 배송지연이나 손상, 배송 착오 등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의 청구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시 배송 착오나 지연, 파손 등이 많이 발생했다”며 “이와 관련한 배상 책임을 한진과 계약서상 정해놓은 게 있어 한진에 처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합의서에는 A사가 배송지연과 파손 등에 대한 책임 100%를 지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자료제공= 제보자 이씨)

일하고 돈도 못받았는데...울며겨자먹기 합의 

문제는 당시 고객에게 배상할 클레임 비용을 홈플러스가 한진에게, 한진은 다시 협력사인 B사에게, B사는 A사에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씨에 따르면 한진은 홈플러스로부터 청구받은 클레임 비용을 B사가 부담한다는 합의서를 작성, 똑같은 금액과 내용으로 B사는 다시 재하청업무를 맡았던 A사에게 합의서를 요구했다.

이씨가 본지에 공개한 합의서를 보면 도난 분실, 배송지연, 품질저하, 임의배송, 관련법규위반에 대해 100% 배상책임이 지는 것으로 돼있다. 배상범위도 ‘홈플러스에게 발생한 손해 일체’다.

지금까지 당시 운송업무에 대한 정산을 받지 못했던 이씨는 이달 초 여기에 도장을 찍었다.

B사는 합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A사와 쓰지 않았던 계약서도 뒤늦게 작성했다.

이씨는 “1년간 분할해서라도 운전기사의 임금을 지급하고 청구된 클레임비용도 추후 분담하겠다는 B사 대표의 약속 때문에 억울하지만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한진과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B사로서는 한진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와 B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합의서가 어쩔수 없는 갑을 관계로 인해 작성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에게 청구된 클레임 비용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주인 홈플러스는 물론 배송 본계약을 체결하고 배송관리 책임이 있는 한진은 한푼의 손해도 보지 않고 모든 금전적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모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홈플러스는 납품가가 아닌 판매가로 클레임비용을 청구해 전혀 손해를 보지 않았고 한진도 그 비용을 그대로 하청업체에 물게 해 손해를 보지 않았다”며 “결국 다단계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대기업 갑질 횡포로 100여명에 달하는 운전기사들이 임금을 못받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업체는 이번에 사실상 재하도급 방식으로 홈플러스의 배송물량을 각 지역 거점센터에서 서울 지역 고객에게 배송하는 업무를 맡았다.

배송 물량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효율적인 매뉴얼과 계획을 한진이나 협력업체인 B사가 마련해 놨어야 하는데 배송 코스나 리스트 등 원할한 배송을 위한 준비가 전혀 안됐었다는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당시 보통 오전 5시쯤 상차를 마치고 배송에 나가야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음에도 첫날부터 배송물건도 준비도 안됐고 상차도 안돼 오후 12시가 다 돼서야 배송에 나섰다”며 “이미 기다리던 기사들도 도망가는 등 정상적인 배송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냉동저장 시설에 보관해야 하는 상품을 한진의 지시로 노상에 적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씨는 “한진의 지시로 남양주에 위치한 한 협력업체에다가 가져다 주라고 해 5톤 한 대 1톤 2대 등 총 3대 물량의 냉동식품을 한낮에 야적해 놓도록 했다”며 “이는 식품보관법 및 배송 위반으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이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 9개 정도 있는 일반 택배나 퀵서비스 업체 등 한진 협력업체에 물건을 가져다 주라고 해서 배송했는데 거기도 냉동창고 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며 한진의 관리소홀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진 측은 이씨가 주장한 노상 보관 문제는 이미 차량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배송지연과 물품 파손 등에 따른 클레임이 발생한 이후 긴급하게 이뤄진 작업으로 이번 클레임 비용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 이씨는 한진이 지시대로 노상에 상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협력업체(자료제공=제보자 이모씨)

한진 “하청업체와 협의된 내용...갑질 논란 억울”

도리어 위탁한 하청업체의 부실한 업무로 발생한 클레임 비용 손실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갑질기업’으로 매도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진과 하청계약을 맺은 협력사 B사와는 클레임 비용에 대해 문제없이 협의가 끝난 내용”이라면서 “A사와는 계약관계가 없을 뿐더러 이번 운송작업에 참여한 것도 문제가 발생한 후에나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클레임은 하청업체에게 위탁했던 차량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배송지연이나 과적으로 인한 파손 등 클레임이 발생했던 것”이라며 “클레임 비용 전액을 B사에 떠넘겼다면 문제일 수 있으나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최대한 클레임 비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B사와도 합리적으로 비용을 분담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한진도 이번 클레임 사태로 운송업체로서의 신뢰도 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도 클레임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지 않았다”며 “우리와 계약한 B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사가 부담하기로 한 클레임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B사 대표에게 설명을 듣고자 기자가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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