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합론 불어닥친 국민의당은 어디로…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을 만나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안철수, 취임 100일간 수시로 식언
신뢰 무너졌는데 새정치 가능한가

안 대표 ‘독선정치’, 당 분열로 이끌어
선거제도개혁·개헌에 정치생명 걸어야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0대 국회에서 원내 3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으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호남계 중진 의원들은 ‘평화개혁연대’로, 초선의원들은 ‘당을 구하는 초선들의 모임(구당초)’ 등으로 나뉘어 반발하며 분열의 조짐을 계속 보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평화개혁연대에서 박지원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정동영 의원의 횡보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4일 정 의원을 만나 안 대표의 통합론의 문제점과 당내 수습 방안에 대해 물었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당내 분열…새정치 깃발 부끄러운 대목

Q. 친안계인 박주원 최고위원이 ‘DJ 비자금 제보 파문’에 휩싸였다. 박 최고위원은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의 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충격적이고 불행한 일이다. 특히 국민의당 안에서 터진 것에 안타깝다. 2008년 당시에도 이 사건으로 떠들썩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짜정보였다. 이 가짜정보를 갖다 바친 사람이 불행하게도 현재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더라. 그분이 국민의당에 합류한 것 자체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그분이 이 사건 이후에도 계속 최고위원회의에 출석해 발언하는 것이다. ‘당이 망가질 때로 망가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했다. 당헌·당규에 따른 당의 결정이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원자격이 없는 거니 최고위원직도 상실되는 거다. 국가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다스려지는 것처럼 당도 규율이 무너지면 당이 아니다.

Q. 지난 10일 제1회 김대중 마라톤대회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의 팬클럽 간부에게 달걀을 맞았다. 안 대표 역시 항의받는 등 친안-반안 양측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당이 내걸었던 새정치의 깃발이 굉장히 부끄러운 대목이다. ‘국민의당이 기존 양당정치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가 국민이 국민의당에 거는 기대 아니었나. 그런데 품격과 품질 낮은 정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해 회의가 많이 든다.

Q. 지난 4일 안철수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간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평가할 입장에 있진 않지만 한 가지는 지적하고 싶다. 정직해야 한다. 특히 안 대표에게는 국민들이 순수하고 때 묻지 않으며 우리 정치에 맑은 물을 보탤 사람이라는 기대가 있지 않나. 그 기본은 정직성이다. 그런데 지난 100일 동안 수시로 말을 바꾸고 식언했다. 자신이 한 말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번복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거지 않나. 그런데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다르면 신뢰가 무너지는 거다. 신뢰가 무너졌는데 무슨 새정치가 가능하나.

Q. 보다 상세히 말해준다면

제가 안 대표에게 ‘거짓말에 대해 사과해라’, ‘재발방지 약속해라’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거짓말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당의 새정치가 거짓말로 상징되면 이처럼 불행한 일이 어디 있나. 지난 전당대회 TV 토론회에서 4차례에 걸쳐 다른 당과의 통합이 이슈로 떠올랐다. ‘다른 당과의 통합은 생각이 없다’, ‘통합은 없다’, 국민과 당원들, 저희도 그렇게 알았다. 그런데 그 뒤에 거짓말행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당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상대방 앞에서 입장이 곤란하다 하더라도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정도다. 이건 당원과 국민을 우중으로 여기는 행태다. 이거야말로 청산해야 할 낡은 정치다. ‘안철수 정치’가 ‘거짓말 정치’가 되면 그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새정치의 깃발을 든 분이 어떻게 거짓말을 일상화하는지 참 실망스럽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통합의 성과’ 자체가 허상

Q. 안 대표는 현재 ‘2등 정당론’을 내세워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이어가고 있다. 2등 정당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며,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서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분의 말에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진 않다. 거듭 얘기하지만 진정성을 담아 말하기 바란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논리를 바꾸는 건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정치는 신념과 자기 철학을 갖고 해야 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치하는 건 아니지 않나. 선거에 이겨 무엇을 할 건가가 더 중요하다. 지금 지방선거보다 더 급한 과제가 국가대개혁이다. 정치인들에게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열망이 있지 않나. 지금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국민의당은 불과 39명이지만, 그 힘은 원내교섭단체 3당과 동등하다. 이 힘을 국가대개혁에 보태야지 왜 헛것을 쫓느냐다. 통합을 헛것, 허깨비라고 말하는 이유는 통합해서 무엇을 할 건가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는 신념과 철학을 갖고 해야 한다.

Q. 현재 국민의당은 친안계, 평화개혁연대, 구당초로 나뉘어 있다. 구당초 소속 의원들은 양측 모두와 선을 긋고 있는데 이들과는 어떤 입장을 나누고 있나

구당초의 생각과 제 생각이 같다. 당을 분열시켜서는 안 되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게 되면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가 살아난다. 지금 국민은 국민의당에 관심이 없다. 국민의당 내부 문제에는 더 관심 없다. 국민이 관심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국민의 삶의 문제, 실질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제일 큰 문제는 불평등문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진 않았지만 정권이 바뀌었지 않나. 그러면 그 불평등 개선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게 국가개혁 아닌가. 불평등개선이 말로만 되나.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는데 국민의당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나.

Q.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집중해야 할 현안은 무엇이 있겠나

올해 타워크레인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외주화의 비극이다. 당이 그런 문제에 더 들어가야 한다. 아파트 후분양제 역시 단순히 분양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불평등의 뿌리를 건드리는 거다. 당론화하자고 거듭 제안했지만 안 됐다. 지금 정부·여당은 후분양제에 소극적이고, 자유한국당은 반대한다. 그런데 국민의 80% 이상은 찬성한다. 얼마나 좋은가. 더구나 최상위 개혁으로서 헌법질서 개혁, 선거제도 개혁도 국민이 원하지 않나. 왜 부질없는 통합에 그렇게 매달리나. 결과적으로 의원 5~6명 더 끌어오는 게 그렇게 목숨 걸 일인가.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의당의 협조가 아쉽다. 적폐청산에 적극 협조하고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으로 가면 국민의당은 살아난다. 그게 한국 정치의 이익이고 발전이자 국민의 이익이다. 명분과 실질이 거기 다 있다. 그런데 오로지 통합에 왜 그리 목을 매는 건가.

Q. 강제분당, 합의이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양측 모두 분당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리적 분당상태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수습을 위해 강구하고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당내 분란은 안 대표의 통합유혹에서 시작됐다. 통합하면 무슨 큰 성과가 있을 것 같지만 그 자체가 허상이다. 그 생각을 하루빨리 접으면 금방 분란은 진정된다. 계속해서 당의 분열이 비치면 지지율이 올라가겠나. 지난 9~12월까지 지지율은 넉 달째 수렁에 빠져있다. 수렁 탈출의 첫 단추는 일단 통합론을 접고 단합을 호소하는 거다. 분열하고 싸우는 당을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안 대표는 당 대표가 되면 두 달 안에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통합론을 접고 단합하면 지지율은 올라간다. ‘통합은 없다’고 국민에게 거짓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통합을 접으면 당 문제는 진정된다. 쓸데없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통합 분란을 일으키고 있지 않나. 안 대표 자신이 분란의 핵심이다.

Q. 앞으로 평화개혁연대는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 것인가

당을 지키기 위해 평화개혁연대가 태동하고 있다. 당을 지키기 위해 당의 정체성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은 평화주의 노선과 개혁주의 노선으로 압축될 수 있다. 평화개혁연대는 모든 당원에게 개방돼 있다. 우선은 의원들끼리 모여서 준비하고 있는 준비모임단계지만, 평화주의 노선과 개혁주의 노선에 동의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원내·외에서 당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오른쪽)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된 후 김동철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개헌 불씨 다시 지필 것

Q. 평화개혁연대의 세력이 커지면 안 대표가 통합론을 밀어붙이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평화개혁연대의 세력은 어떤가

이미 의원들이 자기 입장을 다 밝혔다. 의총에서 40명 중에 통합해야 된다고 말한 사람은 열서너명이다. 나머지는 다 적극적이나 소극적이나 통합에 부정적이다.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소수의 의견이 달라도 그들과 소통하고 어떻게든지 통합을 해내는 것이 리더십이다. 리더십의 요체, 핵심은 통합능력이다. 당 대표의 제1과제는 당을 통합하는 거다. 그런데 당 대표 자신이 당을 분열로 이끌고 있지 않나. 그게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소수가 반대해도 귀를 기울여야 할진대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그런다. 그건 나 홀로 정치고 독선정치다.

Q. 국민의당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민생제일주의 정치, 하방정치, 개혁정치가 지지받는 지름길이다. 우선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당 대표가 길을 잘못 들 수도 있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통합 대신 국민이 바라는 개혁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 헌법질서에 대한 개혁 없는 혁명이 어디 있나. 촛불집회를 촛불혁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헌법질서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구질서의 연장일 뿐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길 국민이 원하지 않나. 국민의당은 구세력이 아니라 신세력이다. 그러면 구세력 쪽에 자꾸 다가가려 말고 새로운 질서 창출에 앞장서야 할 것 아닌가. 헌법질서개혁, 선거제도개혁 모두 국민이 요구하고 있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국민의당은 항구적으로 존재·발전할 수 있다. 국민주권이 왜곡돼 있으니 고쳐야 되지 않나. 여기다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Q. 국정감사 이후 국민의당, 경실련, 유권자연맹 등에서 국감 최우수,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입법활동을 이어갈 것인가

주거문제는 의식주 중 지금 가장 힘든 분야다. 특히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더 심하다. 집에 화장실, 주방, 샤워실이 없는 최저주거수준에 못 미치는 곳에 사는 사람이 국민의 5.5%, 270만명이다. 땅값도 IMF 이후에 천정부지로 오르며 양극화가 심해졌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총액은 IMF가 끝난 김대중 대통령 때 4000조였다. 노무현 정부 끝나고 6000조가 됐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 1경이 됐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영영 사라졌다. 이건 정치가 돌봐야 된다. 공공재는 돈벌이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공공성을 훼손했다. 도로, 항만, 공항, 철도 전부 민영화 하려 했지 않나. 다 국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고, 재벌경제에 봉사하는 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운영해온 저런 철학과 생각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을 하려 한다.

Q.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한 대로 불평등 완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겠지만, 개헌도 중요하다. 지금 87년 체제로 30년간 이어오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많이 불평등해졌다. 이걸 시정하기 위해선 복지국가의 방향으로 헌법질서를 손봐야 된다. 또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 속에서 집중된 권력의 실패를 봐왔지 않나. 때문에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권력분산의 방향으로 헌법질서를 바꿔야 한다. 이번에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의원들 50여명이 도쿄에 갔다. 저녁마다 삼삼오오 만나 의견을 모아보니 다 생각이 같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개헌을 반대하는 걸로 알려져있는데 지선과 국민투표를 같이 하는 걸 반대하는 거지, 개헌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더라. 이 개헌의 불씨를 지피는데 역할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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