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당시 노조 안전 아닌 타워크레인 수주 요구"

▲ 18일 오후 경기 평택 해당 아파트 건설현장에 사고가 발생한 타워크레인 모습.ⓒ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GS건설을 상대로 ‘안전권 확보’를 요구한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평택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공교롭게도 사고가 나기 불과 6일전 GS건설 본사 앞에서 타워크레인 노조가 현장 안전권 확보를 요구 해 GS건설의 안전관리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한국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조합원들은 GS건설 본사 앞에서 경기 안산시 ‘안산 그랑시티자이’ 현장 안전권 확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안산 그랑시티자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조합원 2명이 시위에 나서 “현장에는 보이는 위험 말고도 보이지 않는 위험도 있다”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안전조치를 더 해달“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험한 공사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충하고 안전수칙을 강화할 것을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GS건설이 이들의 목소리에 좀더 빨리 귀를 귀울였으면 이번과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GS건설 측은 당시 노조가 실제로 요구한 것은 ‘안전권 확보’가 아닌 ‘수주 요청’으로 이번 사고와 연계해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지금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며 “당시에도 표면적으로 무엇을 주장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회사를 상대로는 두 노조가 서로 안산 지역 타워크레인 수주를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두 노조가 수주 경쟁 과정에서 회사에 압박을 위해 벌인 시위로 안전권 확보에 대한 요구가 없었다는게 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사상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노조는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설 태세다.

19일 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 설·해체 노동조합은 이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3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노조에 가입된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근로자들은 집회 당일 작업을 거부할 예정이다.

정회운 노조위원장은 “잦은 사고로 더는 이대로 작업하지 못하겠다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현행 정기 점검은 면밀하다고 볼 수 없어서 베테랑 작업자들이 점검에 나설 수 있도록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8일 오후 2시45분께 경기 평택시 칠원동 GS건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인상작업 중이던 L자형 타워크레인에서 건물 20층 높이(60여m·1층 2.5m)에 있던 지브(붐대)가 갑자기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꺾이며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타워크레인 상부에서 20층 높이의 마스트(기둥)를 22층으로 올리는 인상작업 중이던 정모(53)씨가 바닥으로 추락해 숨지고, 이모(48)씨 등 4명이 다쳤다.

경찰은 크레인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숨진 정씨는 지브가 내려앉으며 발생한 충격으로 안전고리가 파손돼 케이지 바깥으로 튕겨져 바닥으로 추락 추정했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프랑스 포테인사에서 2007년 제조한 MCR225 기종으로 지난 2009년 국내에 등록, 사고가 나기 9일 전 국토부 정기 점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사고가 발생하자 아파트 건설현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오늘 안전진단에 나섰다. 경찰 또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오는 2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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