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신범 실장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신범 실장 ⓒ투데이신문

가습기 살균제 참사부터 발암물질 생리대 파동까지
‘안전 불감증’ 사회, 화학물질 문제 더 키우고 있어

화학물질, 일상뿐 아니라 산업 현장서도 문제발생
원진레이온‧삼성반도체‧한국타이어 대표적 사례

화학물질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인류의 미래는?
잠복고환, 요도하열 등 문제 이미 나타나고 있어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현재 인류는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샴푸로 머리를 감고, 화학 염료로 염색된 의류를 입고, 각종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온 화학물질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환경부는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을 4만4000여개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중 독성이 파악된 것은 15%에 그친다. 나머지 3만7000여개의 물질은 독성 파악조차 안 된 상황인 셈이다. 결국, 우리는 독성 유·무를 정확히 모르는 화학물질을 쓰고, 입고, 먹고 있다. 

문제는 화학물질 독성 파악 및 관리가 취약한 상황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살충제 계란 파동, 독성 생리대 사태 등 끊임없이 화학 물질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진레이온, 삼성반도체, 한국타이어처럼 작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직업병을 얻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등 화학물질로 인한 문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지난 13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신범 실장을 만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화학물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으며, 또 어떤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신범 실장 ⓒ투데이신문

노동자들의 건강 지킴이

Q. 독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화학물질센터 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신범이다.

Q.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때 돌연 친구가 학교를 그만두고 회사로 취업을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친구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나시면서 회사와 유족이 아들을 취업시키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이었다.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던 제 친구는 어린 나이에 결국 공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을 어려서부터 봐오면서 막연하게 힘든 사람들,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생각은 대학을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한 선배가 “산업 보건을 배워서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고, 그때부터 노동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고 이쪽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Q. 최근에 책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를 펴냈다. 출간 이유는.

제가 하는 일은 기록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나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정부 위원으로 일하게 됐는데 분명 나보다 먼저 들어간 누군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된 정보가 너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어떤 일을 처리해야 할 지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정보가 단절된 것이다. 그래서 제가 언제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누군가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자료를 쉽게 볼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됐다. 

Q. 화학물질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부당한 노동현실에 내몰린 사람들을 많이 봐온 터라 누구보다 그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회사나 사회에) 부당함을 얘기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피자전문점의 30분 이내 배달 서비스로 목숨을 걸고 달리는 배달원이나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종일 서서 일하는 직원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에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관심만 있어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데 말이다.

화학물질도 마찬가지였다. 위험한 화학물질이 왜 유통되며, 누가 개발하고 있으며, 이것에 노출된 사람은 자기가 위험에 노출된 것도 모르고 있는지가 항상 의문이었다. 화학물질이라는 특화된 문제가 사람들의 감시나 관심을 받고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했기에 기업이 이윤을 위해서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문제가 심각해졌다. 결국은 사회가 안고 있는 무관심이란 문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문제로 농축돼 나타나고 있다. 제가 그동안 노동자를 위해 해오던 일들과 화학물질의 문제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 경북 칠곡 캠프캐롤에서 고엽제 매립사실을 처음 증언했던 전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인 스티브하우스씨와 필스튜어스씨가 지난 2011년 국회의원회관서 야당 국회의원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직업병과 화학물질

Q.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의 화학물질 현황은 어떤가.

화학물질은 무언가를 생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돼버리면서 모든 생산과정, 또는 생산을 뒷받침하는 청소‧유지‧관리‧보수, 심지어는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쓰이고 있다. 예전에는 화학물질이 생산에서 주로 쓰이다가 현재는 일상까지 들어왔다. 사회가 화학물질을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도구가 가진 위험에 대해서는 진단을 하지 않았다. 도구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다리는 떨어지면 크게 다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사다리를 만들 때는 떨어지지 않는 튼튼한 사다리를 만들어야만 한다. 이게 도구다.

화학물질도 도구로 보면, 여러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고민과 생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가장 흔하게 나오는 얘기가 “이게 그렇게 위험한 줄 몰랐어요”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을 사업주, 노동자, 정부 모두가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노동자도, 정부도 화학물질의 유해성이나 위험성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직업병도 많이 발생했다. 원진레이온 노동자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 삼성반도체 노동자 집단 백혈병 발병 사건 등이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특히 화학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고 잘 느끼지 못하는 만큼 피해가 발생하면 사람들이 놀랄 수밖에 없다.

Q. 화학물질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롤 고엽제 매립 사건’이다. 이 사건은 가장 속상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퇴역 미군이 지역 언론에 “고엽제가 묻혀있다”고 인터뷰한 게 알려지면서 캠프 캐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캠프 캐롤에는 국회의원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저는 당시 그 앞에서 농성을 벌여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던 건 땅속에 다이옥신이 가득한 고엽제가 파묻혀 있고, 피해를 보는 건 마을 주민과 또 다른 생명체들일 텐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미군 책임자가 “조사하시려면 해보십시오”라고 하는데, 뭔가 ‘해볼 테면 해봐라’로 느껴졌다. 의혹이 있으면 확인을 하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으면 되는데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조사하는 길도 열어주지 않으면서 조사해보라고 했다. 너무 끔찍했다.

이 사건은 큰 힘을 가진 존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더욱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타인의 생명과 타인의 건강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잡으면 되는데 해볼 테면 해보라는 태도에 너무 무기력해졌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뉴시스

Q.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사측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한 지도 상당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것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에서는 화학물질이나 안전에 대한 제도가 강력하지 않다. 어떤 기업이 결점 없이 모든 위험을 예측하며 관리를 할 수 있겠나.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가 생기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삼성은 “우리는 문제가 있을 수 없어”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근거를 들고 문제를 제기하면 회사는 되레 청부과학자에게 돈을 주고 자신들은 결점이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일을 부탁한다. 그리고 청부과학자들이 낸 자료를 토대로 본인들에게는 결점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처럼 삼성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는 우리 국민들이 더 좋은 사회에서 살 기회를 막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Q.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타이어에서만 노동자 46명이 사망했다. 한국타이어 사태도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도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곳의 경우 스트레스, 유해물질이 많은 타이어공장, 정상적이지 않은 조직문화 등 이유가 복합적이다. 애초에 ‘우리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위험할 수 있는데도 위험을 잘 관리하지 못했어’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했다면 노동자들의 마음이 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타이어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을 오히려 회사를 어떻게 하려는 사람처럼 매도했다. 그런 상태로 계속 가니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 한국타이어 둘 다 비슷하다. ‘나쁜 본보기’다. 이 사례를 보고 다른 기업들이 ’우리는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게끔 말이다. 사회는 어떻게든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큰 힘을 가진 존재들이 좋은 것들을 보급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을 보급하고 이를 사회가 수정하게 만든다는 것은 슬기롭지 못한 일이다.

Q. 산업재해인정은 왜 그렇게 받기 힘든가.

예를 들어 과거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해 백혈병이 걸렸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깨끗한 공정에서 일하는 데 어떻게 백혈병에 걸리냐고 반문했던 것처럼 연구 조사나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인정이 어려운 사회다. 우리나라와 노동인구가 비슷하거나 많은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에는 1년에 산업재해 인증을 받는 암 환자 수가 2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50명이 넘는다. 이 차이는 뭘까. 바로 인식의 차이다. 해외의 경우에는 직업성 암 환자가 몇만명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보상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그분들을 열심히 찾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거 직업성 암 인정이 10명도 채 안 되다 이제는 50명까지 인정을 해준다고 생색을 낸다. 얼마나 큰 차이인가.

그리고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발암물질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 발병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를 하게 돼 있다. 기록을 남겨놨다가 노동자가 퇴직하거나 이직을 할 때 발암물질에 노출됐다는 증명서를 준다. 그러면 그 노동자가 나중에 암에 걸리면 그 증명서를 들고 병원에 가져가면 된다. 그걸 보고 의사가 산재신청을 도와줄 수 있다. 이렇게 ‘도구’를 만들어준다. 그런 사회는 예방도 더 많이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제를 드러나게 하지 않게 만들어놨으니 문제가 없다고 본다. 때문에 예방할 것도 없다고 판단한다.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 시민단체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옥시의 책임과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Q.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작업현장이 있나.

어떤 업종이 특별히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위험은 굉장히 상대적인 것이다. 결국, 위험을 바라보는 태도가 좋은 업종은 아무리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해도 사람들이 병들지 않는다. 노동자에게 위험하다고 고지해 경각심을 가지게 할 테니 말이다. 진짜 위험한 곳은 위험을 무시하는 곳이다. 오히려 위험을 은폐해 노동자들이 알지 못하게 한다. 비밀을 만드는 그런 곳이 위험한 곳이다.

Q. 기업이 비밀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 진실을 아는 게 싫은 것이다. 기업에서는 부족한 것을 인정한다는 게 너무 귀찮고 싫은 일인 것이다. 모르게 해버리면 관리를 안 해도 되니 말이다. 그런 문화가 제일 위험한데 아직도 많은 곳이 그렇다.

예견된 화학물질 사고

Q.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 사건 어떻게 봤나.

제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하면서 처음엔 정부가 굉장히 잘못했다는 생각을 가졌다. 기업들도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변했다. ‘정부가 이걸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게 맞을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능력이 있는데 안 했다면 굉장히 나쁜 존재다. 이건 매우 큰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사실 화학물질 문제는 100년도 안 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화학물질 관리를 시작한 게 1970년대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우리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같은 문제를 겪고 겨우 10년 전에야 ‘REACH’라는 법률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에서 화학물질 문제는 콜레라 등의 전염병처럼 과거부터 이어져온 게 아니기에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이런 수순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고 본다.

Q.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에도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파동 등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가 연이어지고 있다. 정부나 기업 차원의 화학물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고, 이에 따라 정부나 기업에 불신을 가지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나.

국정농단이 한창이었던 2013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시행령 규칙을 만들 때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잊히지 않는다. 대통령이 시행령 시행규칙을 가볍게 만들어서 기업에 부담을 줄이라고 명령을 내리니 기업들이 얼마나 기고만장했겠나. 그 자리에서 기업들이 한 말이 그거였다. “지금껏 법을 안 지켜도 됐는데, 갑자기 법을 지키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 “제품의 성분을 어떻게 다 확인하라는 건가” 등 성분도 파악을 못하겠다는 게 우리나라의 기업들이었다. 이런 태도를 노골적으로 취해도 비난받지 않고 떳떳하다는 태도를 가진 사회가 안 위험해질 수 있겠나.

그런데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로 기업들의 이러한 태도는 많이 사라졌다. 지금은 “제품 성분을 다 확인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라고 호소한다. 과거에는 안 했던 것을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나. 그래서 저는 바뀌고 있는 기업들에게 힘내서 성분 확인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이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차츰차츰 바뀌면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Q. 식약처의 생리대 유해평가 결과는 어떻게 봤나.

생리대 문제를 식약처에서 발표할 때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식약처가 이때까지 생리대 유해성 검사를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나 싶었다. 이거야 말로 전형적으로 무능력한 정부가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방식은 우선 국민의 분노가 크니 “괜찮습니다”라고 누그러뜨려 보고 국민들의 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 무능력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생리대 파동에서도 정부에게 “정부는 뭐했습니까?”라고 질책하는 게 아니라 “우리 생리대 관리 안 했지?”라고 묻는 게 옳다고 본다. 정부는 그러한 시스템이 없었으니 말이다.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신범 실장 ⓒ투데이신문

인류의 미래는

Q.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현재 외국에서는 위험을 사전에 평가해야 할 책임은 기업에 있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책임을 소홀하게 한 기업은 망하게 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회가 그만큼 엄격해졌다.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만 의도적인 은폐나 의도적인 부실, 책임회피가 없을 것이다. 안 해도 아무런 위협이 없다면 누가 하겠나.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는 존재로만 있는 게 아닌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있고 난 뒤에야 3배 범위 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걸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본다. 더 강력한 처벌과 배상 제도가 필요하다.

Q. 화학물질에 둘러싸인 우리 인류 괜찮을까.

이 부분에 대해선 유엔에서 답을 내놨다. 유엔의 환경호르몬 보고서를 살펴보면 동물에게서 생식 기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멸종 위기까지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엔의 학자들이 멸종 위기를 인간에게도 써야 하는 건 아니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는 큰 위기가 올 것이다. 그 위기란 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이 겪을 것이다.

Q.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 증상이 있나.

이미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급증하고 있는 기형은 남자 아이들의 생식기 기형이다. 잠복고환, 요도하열 등 고환 및 성기와 관련돼 있어 불임과 생식 관련 계통의 암으로 이어질 것이다. 

Q. 화학물질로부터 가장 안전해질 방법은.

도구가 안전한지 위험을 미리 평가하는 것이다. 화학물질이라는 도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하고, 엄격한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안전해진다. 또한 우리가  꾸준히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만 사회가 훨씬 더 안전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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