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단독 상장이나 현대건설과 합병건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아"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노조 설립으로 다시 불거진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현대건설과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20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노조가 설립 일성으로 밝힌 ‘현대자동차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다시 부당한 처우를 감내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에는 창사 43년만에 첫 노조가 설립됐다. 지난 13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건설기업노조)은 11월 25일 창립총회를 개최한 뒤 이달 8일 건설기업노조의 지부 인준을 얻어 현대엔지니어링 지부를 창설했다.

노조는 현대엠코와 합병한 뒤 조직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잦은 인사변동과 권고사직 등으로 직원들이 받은 피해를 설립 배경으로 꼽았다. 이와 같은 합병 움직임이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과정으로 판단했다.

노조는 13일 열린 노조출범 기자회견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은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많은 희생을 겪었다”며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해 다시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감내할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74년 창립된 이후 2011년 현대자동차 그룹에 편입됐다.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11.72%)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도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이 계기가 됐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꾸준히 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덩치를 키웠다.

2013년 1239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카드,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2014년 1조3894억원, 2015년 2조5060억원, 2016년 1조988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도 2013년 4.73%에서 2014년 24.42%, 2015년 34.10%, 2016년 28.64%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사실상 정 부회장 경영승계를 고려한 그룹차원의 미뤄주기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기업공개를 추진할 경우 대주주인 정 부회장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보다 더욱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자금줄이라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꾸준히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원활한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밟을 수 있는 다음 단계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단독 상장이거나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 둘 중 하나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건설과의 합병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이에 노조도 현대엠코와 합병으로 겪었던 것처럼 현대건설 합병이 이뤄지면 잦은 인사면동과 조직개편, 권고사직 남발, 징계해고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노조 측은 “합병과정에서 비합리적인 구조조정이나 인사 조치 등 회사의 횡포가 있을 경우 합병을 반대하는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단독 상장이나 현대건설과의 합병에 대해서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 밖에도 노조는 주주 배당은 늘리면서도 임금은 3년간 동결하고, 투명하지 않은 성과연봉제로 직원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취업규칙 조항과 잦은 내·외부 직원간 폭언·폭행사건 관련에서도 조합원을 보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사측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절차를 밟아 진행하지 않아 따로 입장을 전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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