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식품 맥심 T.O.P 지면 광고 ⓒ투데이신문
잡지를 보거나 혹은 의류 매장 등에서 제품명이나 홍보 문구를 보고 ‘긴가민가’한 적은 없는가. 소비자가 의문을 표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문구에서 외국어 및 외래어를 과도하게 혼용해 사용한 경우가 다수다. 간혹 출처가 불분명해 도통 무슨 뜻인지 추정조차 힘든 외계어가 홍보 문구에 사용돼 일부 소비자가 알쏭달쏭하다며 혼란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립국어원 박미영 학예연구가는 “마케팅을 소비하는 것은 일반 국민”이라며 우리말 사용을 권장했다. 최근 마케팅 등에서 외래어, 외국어 심지어 외계어까지 사용함에 따라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표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마케팅을 되짚어보는 의미에서 직접 업체에 무슨 뜻인지 물어보고,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우리말로 번역해보는 ‘외래어? 외계어!’ 기획을 마련했다.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독서를 좋아해 잡지, 소설, 에세이 등을 즐겨 읽는 30대 직장인 K(38)씨는 최근 잡지를 훑어보다 한 광고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충분히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영어 단어를 굳이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K씨가 깜짝 놀란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동서식품 T.O.P 광고를 본 소비자 K씨의 궁금증

“볼드한 에스프레소가 우유를 압도한다. 컵으로 탄생한 퀄리티”

배우 원빈을 모델로 기용한 음료 제조업체 동서식품의 커피 브랜드 맥심 ‘T.O.P(티오피)’ 광고 문구다. 한글로 표기된 이 홍보 문구를 원래의 영어 단어로 표기하면 ‘Bold(볼드)한 Espresso(에스프레소)가 우유를 압도한다. Cup(컵)으로 탄생한 퀄리티(Quality)’가 된다.

해당 문구를 통해 동서식품이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인지 한 번에 쉽게 와 닿지 않았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특히 우리말을 사랑하는 K씨로서는 한글과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섞여서 사용되는 게 ‘허세’ 같아 썩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패션이나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볼드’라는 단어도 어떤 느낌으로 사용되는지는 대충 감이 오지만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K씨는 “볼드한 에스프레소가 무슨 맛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컵으로 탄생한 퀄리티는 도대체 어떤 말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라고 답답해했다.

우리말과 영어가 무분별하게 섞인 해당 마케팅이 쉽게 해석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는 K씨뿐만이 아닌듯했다.

실제 트위터에서는 ‘볼드한 에스프레소가 우유를 압도한다’라는 문구가 소위 ‘보그체’, ‘보그병신체’로 불리는 문체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보그체’는 패션잡지 전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체로 불어, 영어 등의 외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은 글을 뜻한다. 보그체는 영어나 외국어를 끌어다 쓰는 탓에 세련된 느낌도 있는 반면 되레 우리말을 경시하는 풍토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동서식품 맥심 T.O.P 방송 광고 <동서식품 맥심 공식 유튜브 캡처>

동서식품의 해석

해당 광고문구가 무슨 뜻인지 동서식품에 직접 물어봤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볼드한 에스프레소 뜻에 대해 “진한 에스프레소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컵으로 탄생한 퀄리티에 대해 질문하자 이 관계자는 “제품을 조금만 알면 알 수 있는 뜻”이라며 “과거 티오피는 캔으로 시작해 컵 커피가 없었다. 이전에도 티오피는 ‘퀄리티 있는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된 커피음료’라는 프라이드와 메시지를 전해온 바 있다. 그 퀄리티를 컵 커피에도 이어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광고 문구를 보그체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마케팅팀과 광고대행사에서 고심해서 나온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바꿔봤다

관계자가 설명한 말에도 영어가 다수 있었다. 그래서 본지가 동서식품 관계자가 설명한 내용을 우리말로 최대한 풀어봤다.

이 관리자의 말을 해석하면 우유 맛을 진한 에스프레소가 압도하며 과거부터 이어온 우수한 에스프레소 방식의 음료를 컵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티오피 광고 문구를 우리말로 바꾸면 ‘진한 커피 진액이 우유의 맛까지 압도하며 캔 커피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던 커피 진액의 품격을 이제는 컵으로도 느낄 수 있다’로 풀이할 수 있겠다.

바뀌기 전과 후의 판단은 소비자 K씨를 비롯한 독자의 몫으로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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